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쪽지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이기명 칼럼] 남재준 장군에게
등록날짜 [ 2014년03월11일 10시30분 ]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최영[崔瑩]장군의 시조입니다.
 
녹이상제(綠耳霜蹄) 살찌게 먹여
시냇물에 싯겨 타고
 
용천설악(龍泉雪鍔) 갈아 둘러메고
장부(丈夫)의 위국충절(爲國忠節)을
세워볼까 하노라.
 
또한 최영[崔瑩}장군의 유언을 역사는 이렇게 기록합니다.
 
'내가 살아오면서, 거짓을 했거나 왕에게 충성하지 않았다면 무덤에 풀이 날 것이요.그렇지 않다면 풀이 안날 것이다‘.
 
교과서에서 배운 것입니다. 아직도 선명하게 외우고 있습니다. 최영 장군의 시조와 유언을 생각하며 장군을 떠올리는 것은 나름대로의 잊지 못할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이 어렸을 때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물으면 대장이 되고 싶다는 애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만큼 장군은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50년대 중반, 사관학교에 가기란 매우 힘든 수재들의 몫이었습니다. 사관학교에 진학한 동창들을 볼 때 부러움이란 뭐라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죠.
 
월남전에 참전했던 동창들은 중대장으로 전투를 했고 전사도 했고 부상을 당해 전역한 친구도 있습니다. 그 때 방송국 PD로서 한국으로 후송된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을 취재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당당함과 애국심과 자부심. 사관학교의 교육이 저런 것이구나. 지금도 가슴에 살아 있습니다.
 
남재준 장군
내 기억속에 장군도 잊혀지지 않는 군인입니다. 내가 무척 아끼고 사랑하던 장교가 있었습니다. 육사를 나왔고 평탄하게 진급한 유능한 장교입니다. 그는 육군참모총장 비서실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참모총장이 남재준 대장입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장군은 군인의 표상입니다. 한 점 허술함이 없는 완벽한 군인이었습니다.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의 말은 믿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아끼는 후배가 존경하는 남재준 장군. 그는 내게도 흠결이 없는 완벽한 무장으로 깊게 각인되었습니다.
 
장군이 참여정부와 어떤 관계였는지 알 수 없지만 장군이 제출한 전역원을 대통령이 반려했다는 말을 듣고 더욱 그가 돋보였습니다. 그가 입에 담았다는 '정중부의 난‘ 얘기도 들었습니다.
 
만나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남재준은 외부인사와의 식사는 꼭 육군본부에서 한다는 원칙이 있다는 것이어서 포기했습니다. 더욱 그가 돋보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저런 군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후배에게 잘 모시라는 당부도 했습니다. 그 후배는 지금도 남재준 원장을 보좌하고 있다고 합니다.
 
남재준 장군
장군이 국정원장에 취임하면서 이제 국정원은 제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확신을 했습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절대적인 심임과 군의 신뢰, 그리고 명예를 생명처럼 여기는 불퇴전의 소신, 그래서 이제 국정원인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일은 사라지리라 믿었습니다.
 
국민의 기대가 이루어졌다면 그 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악명 드높은 중앙정보부의 오명은 사라지고 생명을 걸고 국가의 안보를 지키는 한국의 ‘모사드’로서 국민의 감동을 채웠을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장군이 국정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국민의 지지는 어떻게 됐다고 느끼십니까.
 
참 군인이라 존경받던 남재준이란 이름이 지금도 변함없는지. 바위처럼 무겁게 국민의 신뢰와 위엄이 있어야 국정원에 검찰 수사관이 밀물처럼 밀어 닥치는 참담한 현실을 받아드려야 하는 남재준 장군의 심정은 어떻습니까. 최고 엘리트를 자처하며 자부심으로 국정원에서 근무하는 요원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참담’이란 두 마디라고 생각합니다.
 
국정원은 남재준 원장 취임 후 그야말로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공개해서는 안 될 국가의 기밀을, 국정원의 명예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왜곡 했습니다. 노무현이 NLL을 포기했다는 허무맹랑한 정상회담록 공개가 정치를 얼마나 파행으로 몰아넣고 국민의 정치불신을 가져 왔는지는 잘 알 것입니다. 이것은 명예를 생명으로 삼고 살아 온 남재준의 삶이 아닙니다. 수칩니다. 국정원의 정치관여는 중앙정보부가 만들어 진 바로 그 때로 돌아간다는 것이 국민의 인식입니다. 아니라고 할 자신이 있습니까.
 
간첩조작 사건에 이르러서는 할 말을 잃습니다. 어떤 목적이 있었는지 모르나 자유스러운 대한민국에서 살겠다고 찾아 온 유우성을 간첩으로 날조한 사건은 과연 한국이란 나라가 마음 놓고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나라냐는 의심을 품게 합니다. 그 과정에서 국정원이 저지른 찌질한 행위는 ‘참 군인’ 남재준의 모습을 처참하게 망가트렸습니다. 인정하지 않습니까.
 
급기야 대통령이 입을 열었습니다. 그토록 남재준을 아끼던 대통령도 더 이상 입을 닫고 있을 수는 없었다고 국민들은 생각합니다.
 
10일 오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일과 관련한 실체적 진실을 정확히, 조속히 밝혀서 더 이상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며 "이번 사건이 형사사법제도의 신뢰와 관련된 문제라는 엄중한 인식을 가지고 국민적 의혹이 한 점 남지 않도록 신속하게 법과 원칙대로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검찰은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진 오후 국정원을 압수수색 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대선개입 관련 수사 때에도 난공불락의 요새였던 국정원을 제대로 수사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 간에 국정원이 보여 온 모습은 국민도 법도 안중에 없고 오직 자신들이 소유한 권력에 대한 과시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오만을 내려놔야 할 때가 됐습니다. 국정원을 감싸고 간첩조작 사건을 왜곡하던 조 중 동과 보수 매체들도 이제 손을 놨습니다. 더 이상 국정원을 봐 줄 수 없다는 절망감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남재준 장군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국민이 국정원을 넘어 정권에 대해 불신을 쏟아 낼 때 불어 닥칠 끔찍한 결과를 생각해 보셨는지요.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불신의 늪에 빠지면 정치도 경제도 가뭇없이 사라집니다. 더욱 더 두려운 것은 인간끼리의 신뢰가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불신의 세상에서는 국정원도 남재준 장군의 존재의미도 사라집니다. 군대에서 지휘관을 한 당신은 믿음의 힘을 알지 않습니까. 사병은 믿는 지휘관을 위해 목숨을 바칩니다. 국민도 믿는 정부를 위해 헌신합니다.
 
이제 ‘참 군인’이었던 장군의 모습을 보여 줄 때가 됐습니다. 국민들이 장군의 그 모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참 군인’의 마지막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 주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
올려 0 내려 0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트위터로 보내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이기명 칼럼] ‘사라 베르나르’의 눈물 (2014-06-11 11:40:00)
[풀영상]박근혜정부 1년 검찰평가 좌담회-박근혜정부 1년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등에 대한 평가 (2014-03-10 21:4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