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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칼럼] 변절과 배신
등록날짜 [ 2021년11월04일 09시24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 담배를 끊는다고 공개 맹세했다. 친구들이 뻔히 쳐다본다. 잘해보라는 표정이다. 술을 끊는다고 맹세했다. 역시 웃긴다는 표정이다. 술과 담배를 끊기란 너무나 힘들어서 하나 마나한 맹서라는 말이 있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딱 끊었다. 거짓말 보태지 않고 입에 한 방울도 안 댔다. 대통령이 한자리에서 권하는 술도 사양했다.
 
술 끊은 건 노무현 대통령 덕이다. 친한 친구의 충고가 충격적이었다.
 
‘너 술 끊어야 하겠더라. 대통령과 나눈 얘기를 술 취해서 다 공개하면 어쩌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말 맹세했다. 딱 소리가 여의도에 울리도록 끊었다. 그 후 술 한 방울 입에 대지 않았다. 대통령이 그렇게 권하는데도 딱 거절했다. 사람들이 독하다고 했다. 남편의 술 때문에 무척 속을 끓이던 아내도 대통령 덕이라며 고마워했다.
 
현재까지 술을 안 마시는 문제는 자신이 있다. 이젠 몸에서도 받지를 않는다. 천만다행이다. 늙은이가 비틀거리는 모습도 가관이요 꼴불견이다.
 
살아가는 것은 모두가 인간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더구나 싫으나 좋으나 사람과의 관계를 뗄 수 없는 나의 경우 어려움이 참 많다. 정치적인 부분에서 좌고우면하지 않는 내 성격은 갈등이 참 많다. 더구나 글을 많이 쓰다 보니 더욱더 그렇다. 누구의 마음에나 쏙 드는 그런 글을 쓰기란 억지로 쓰기 전에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못된 글을 쓴다는 평가는 받지 않아서 내 글을 좋아하는 독자들도 좀 있다.
 
■쓴 글을 돌아보면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안 보는 친구가 있다. 나는 자주 본다. 자부심도 느끼고 부끄러움도 느낀다. 내가 이런 글도 다 썼구나 하고 신통하게 생각도 하고 영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 정도의 엉망인 글도 있다. 그러나 모두가 내 머리에서 나온 글이다. 내 책임이다. 내 새끼다. 이럴 때 생각하는 것이 절필이다. 글을 안 쓰면 되는 거 아닌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면 구렁이 제 몸 추듯 한다는 격으로 자부심에 우쭐한 경우가 있다. 사실 군부독재 시절 아부·아첨이 뚝뚝 떨어지는 글을 쓰고 칭찬 들으며 격려금이라도 챙기면 기분 참으로 더럽다. 별수 없지 않으냐는 변명도 마련해 둔다. 치사하게 살았다.
 
그 후 인생이 바뀌었다. 모든 게 바뀌었다. 사람처럼 살자고 결심했고 주위에서 찬사도 들었다. 참 살기가 어렵다.
 
이제 나는 누구의 요구로 글을 쓰지 않는다. 소신대로 글을 쓴다. 내 소신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마음은 편하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변절자인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낙연과 이재명은 서로 경쟁자였다. 나는 이낙연 후보 지지자였다. 열심히 도왔다. 당연히 이재명 지지자들은 나를 곱게 볼 수가 없다. 그러나 그것은 경쟁할 때 경우다. 경쟁이 끝나고 결론이 나면 끝나는 것이다. 왜냐면 그들은 서로가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지다. 진짜 속은 어떤지 몰라도 같은 민주당이며 구악들을 퇴치하기 위한 동지다. 나도 같다. 다만 경쟁자다. 마라톤 경주에서 누가 우승을 하느냐다.
 
이재명이 일등을 했다. 후보가 됐고 이제 그는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깃발을 든 것이다. 그동안 이낙연을 위해 열심히 운동하던 나를 비롯한 많은 운동원의 서운함이야 이루 다 말을 할 수 있으랴. 그러나 뜻을 함께하는 동지들의 약속을 어기면 안 된다.
 
'우리는 하나다.' 글을 썼다. 거짓말 없이 글을 썼다. 하나다. 하나가 되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당위를 역설했다. 섭섭하게 생각하는 동지들도 있을 것이다. 그럴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나를 배신자라 하고 변절자로 매도했다. 나는 울었다. 아아 이렇게 내 마음을 몰라준단 말인가. 난 배신을 모르고 변절을 모른다.
 
절필을 생각했다. 글을 안 쓰면 될 거 아니냐. 살만큼 살았다. 내일모래면 90이다. 텅 빈 머리로 살아가자. 며칠 동안 글을 안 썼다. 몸은 편했다. 그러나 편하지 않은 것이 있다. 가슴이었다. 아아 이놈의 가슴. 늘 가슴이 말썽이다. 글 쓰는 재주밖에 없는 늙은이가 글 안 쓰면 차라리 죽은 것이 낫지 않은가. 다시 펜을 들었다. 이놈의 팔자가.
 
민주당 선대위 발족식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토해낸 연설을 들으며 울었다. 그러나 우리는 국민 앞에 약속했다. 우리는 하나며 우리는 승리한다.
 
동지들. 나는 변절자도 배신자도 아니다. 그런 단어들이 가슴을 찢는다. 내 가슴속에는 민주당과 동지들. 그리고 대한민국 나의 조국이 있다. 내게는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려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소망이 있다. 오래지 않아 내가 죽어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면 그분을 안고 그동안 못 다 한 말을 모두 털어놓을 것이다. 위로해 주실 것이다.
 
동지들이여. 우리는 하나다. 우리 모두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다 함께 뛰자.
 
이제 절필은 말하지 않겠다. 나는 변절자가 아니다. 배신자가 아니다. 이제 다시는 절필을 말하지 않겠다.
 
※부탁의 말씀. 읽으신 후 가능하시면 공유를 부탁합니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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