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독립영화는 아직 생소하다. ‘워낭소리’외에는 전무한 분들이 대부분이고 더러 ‘똥파리’정도까지 아는 분들이 계실 것이며, ‘낮술’을 아는 정도면 마니아급이라 분류할 만하다.
2009년 ‘워낭소리’는 최초에 7개의 예술영화관에서 개봉해 300개관으로 확대됐고 마침내 300만이라는 전무후무한 독립영화 흥행기록을 세워 다큐멘터리로 과연 이런 스코어가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전대미문의 성과를 냈다.
그러나 독립영화는 아직까지 생소하다. 왜 그럴까? 영화가 기본적으로 대중과의 소통을 전제로 하는 예술이고 그런 점에서 산업적 측면이 여타 예술에 비해 강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런 결과로 아직 한국의 독립영화는 독자적인 순환구조와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 물론, 영화가 시장에서만 기능하는 예술은 아니다. 교육의 영역과 공공적 영역도 존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2011년 개봉하여 완성도와 작품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혜화, 동’은 매우 의미 있는 행보를 보였다. 이 영화는 얼마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 유연석씨가 본격적으로 우리에게 이름을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감독은 ‘찾아가는 대화’, ‘기다리는 대화’, ‘공부하는 대화’ 등으로 명명된 대화를 위해 직접 관객을 만나는 현장으로 무려 70여 차례나 출동(?)하였고 주인공 혜화의 움직이는 마음을 따라 산 넘고 물 건너 바다 건너 관객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 않고 달려갔다.
필자도 그를 제주, 포항, 대구에서 3일 내리 만났고 여건이 허락할 때마다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적극적인 구애의 결과 독립영화 흥행의 시금석인 1만 관객을 가뿐히 넘기며 2달 이상 상영을 이어나갔다.
이렇듯 독립영화는 자신이 만들어지고 보여 지는 과정 역시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방식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창작자의 역할은 창작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러하고 ‘혜화,동’의 경우 아주 모범적인 사례로 남을 만하다.
예전 어느 세미나에서 해외 독립영화인의 한국은 독립영화를 참 잘 만들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라는 말이 생각난다.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처럼 든든한 베이스와 자본이 없는데도 적극적인 홍보보다는 세상이 알아주기만을 기다리는 듯 해 보인다는 것이었고 그렇다면 상업영화와의 차별점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일례로 우리 독립영화계에는 절대다수가 창작자다. 심하게 말하면 99%가 감독이거나 감독을 지향한다. 그러면 이 영화의 가치는 누가 알리겠는가? 대가의 작품을 시대와 관객이 알아주기만을 기다리다 아사하는 것이 한국 독립영화의 운명인가? 평론가가 되었든 상영활동가가 되었던 이 가치를 먼저 발견하고 적극 알려나가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단기간에 시스템을 구축하기는 어렵겠지만 반짝하고 마는 형태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제작과 배급이 전문화하되 분리될 수 없는 쌍생아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 현재 한국 독립영화의 운명이다.
목사가 백 명이 넘는 교회에 신도가 열 명이라면 목사는 전도사도 하고 장로도 하고 더러 신도도 하고 다양한 역할을 해서 많은 신도들이 교회를 찾게 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혜화,동’은 이러한 실천을 위해 다양한 상영방식을 채택하고 상영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역이나 단체, 개인 등에게 상영료를 후불제로 받는 등 독립영화가 할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관객과의 소통에 주력하였다.
이 점은 이 영화의 가치 못지않은 소통의 미덕이라 할 만하다. 아울러 수익금을 모두 공익적 활동에 기부했다. 국내 최초의 미디어센터인 미디 액트와 오랜 전통을 가진 대표적 독립영화제인 서울독립영화제를 후원한 것은 독립영화가 가지는 사회적 미덕 또한 실천한 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런 다양한 배급과 수익금을 통한 공익적 실천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혜화,동’은 이미 그 제작과정에서 이러한 결과를 예측하게 한다. 예전에 민용근 감독은 ‘워낭소리’ 이충렬 감독의 조감독으로 방송 다큐멘터리를 함께 제작하였다고 한다. 이 인연이 결국 ‘독립영화’ 워낭소리의 산파역할을 했다.
독립영화를 잘 알고 있던 민용근 감독이 원래 방송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던 ‘워낭소리’가 편성에 어려움을 겪자 독립영화계와 연결해 방송물이 아닌 독립영화로 재탄생하는 데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작품성과 감독에 대한 믿음과 독립영화간의 끈끈한 연대가 1차적이겠지만 매우 자연스럽게도 ‘혜화,동’ 제작비의 일부분이 ‘워낭소리’가 된 것도 우연의 일치는 아니었다. 일종의 품앗이이자 아름다운 보은인 셈이다.
결국 ‘워낭소리’의 소는 20여 마리의 개가 등장하는 개 블록버스터 ‘혜화,동’의 자양분이 되었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우정의 연결고리는 다름 아닌 독립영화였다. 또한 거기에는 영화적 열정을 가진 독립영화인들과 그 열정을 이해 해 주는 관객들이 있었다.
이뿐이 아니다. ‘혜화,동’의 수익금 일부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감독이 대표로 있고 송혜교. 이효리, 조윤희씨 등 많은 연예인들도 동참하고 있는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 기증됐다. 즉, 소가 출연한 영화가 개가 출연한 영화를 돕고, 개가 출연한 영화는 동물 전체를 보호하는 일에 자신의 수익금을 기증함으로서 사람으로 보자면 홍익인간 내지는 사해동포주의를 실천한 셈이 된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상식이 돼 버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독립영화가 가져준 이 따뜻함의 미덕에 한번은 자신의 삶을 돌아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농담이지만 ‘혜화,동’은 결국 소 판 돈으로 만들어진 개 돌보는 영화 아닌가하는 생각에 이르니 더욱 그러하다. 소와 개가 잘 사는 법은 독립영화와 함께 하는 것이라 주장하고 싶은 것도 이 때문이다. ‘워낭소리’의 소와 ‘무산일기’의 백구(개)를 ‘혜화,동’의 혜수(개)가 물끄러미 바라보는 바로 그 지점에 한국독립영화의 미래가 있다고 믿고 싶다.
팩트티비 역시 대안언론이라는 힘겨운 길을 걷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독립영화와 같은 길을 걷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자본과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로운 언론을 꿈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의 몫이 있다. 함께 상생의 구조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낮밤으로 시청료를 내느냐 못 내느냐를 놓고 싸우는 것도 중요하고 아예 집에서 티비를 없애버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고 종편에 출연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논의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방어적이고 수세적인 방편일 뿐이다. 결국은 우리의 목소리를 올곧게 전할 매체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에 팩트티비의 가치는 존중되고 알려져야만 한다. 여러분도 이 대열에 동참하실 것을 기대해 본다.
남태우 대구경북시네마테크 대표 / 팩트TV 뉴스디스크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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