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감 직을 떠나며
존경하는 경기도민과 교육가족 여러분!
저 김상곤은 오늘 경기도교육감 직을 사퇴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길을 걷고자 합니다. 비록 험한 길이지만, 이 길이 우리 시대가 저에게 요구하는 엄중한 명령이라면 기꺼이 걸어가겠습니다.
사회가 함께 변하지 않으면 교육을 통한 민생의 안정도, 공동체의 행복도 굳건할 수 없습니다. 저는 교육혁신을 통해 민생을 살린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한국의 정치와 사회, 그리고 경제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길로 나서겠습니다. 복지와 인권, 그리고 평화정신을 기반에 둔 균형잡힌 새로운 정치 경제 질서, 사회 질서를 만들어 나가는데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저보다 더 깊은 철학과 경륜과 뛰어난 인품을 겸비한 분께서 혁신교육 철학과 정책을 이어주시리라 믿으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겠습니다.
존경하는 경기도민과 교육가족 여러분! 저는 2009년 4월 8일 초대 주민직선 경기도교육감에 당선된 이후 5년 동안 ‘보편 복지’와 ‘혁신교육’이라는 양 날개를 기반으로 위기의 한국 공교육을 혁신하고자 혼신의 힘을 다해왔습니다.
무상급식 정책은 복지가 선심이나 시혜가 아닌 국민 누구나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임을 알렸고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복지국가 담론으로 확대되었습니다. 혁신교육은 시장화, 양극화로 치달아 온 무한 경쟁 교육의 오래된 고통에서 벗어나는, 협력과 복지에 기반한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왔습니다. 이 모든 성과는 경기교육 현장을 지킨 선생님들의 교육적 열정과 헌신, 학부모님과 도민들의 지지와 참여 덕분입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존경하는 경기도민과 교육가족 여러분!
얼마 전 ‘미안합니다’라는 짧은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버린 세 모녀의 사연이 수많은 사람을 울렸습니다. 약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사회가 빚어낸 참극입니다. 2014년 한국 사회의 현주소입니다.
무상급식을 반대하고 복지확대를 가로막았던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래도 복지가 사치입니까? 이러면서 세계 십위권 경제대국이라 자랑할 수는 없습니다. ‘정상화’된 대한민국이 이런 모습일 수는 없습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를 장식했던 장밋빛 공약은 하나둘 지워지고 있습니다. 시대정신으로 합의된 줄 알았던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에 대해서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나라는 바뀌어야 합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가치통합에 기초하여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들어냄으로써 국민의 가슴에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습니다. 나아가 시민사회와 함께 역사의 큰물줄기를 바꿔내야 합니다. 저 또한 절박한 시대적 부름 앞에 저의 부족한 능력이나마 기꺼이 보태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경기도민과 교육가족 여러분! 저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더불어 행복한 공화국’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길로 출발합니다. 미래의 길을 뚜벅뚜벅 걷겠습니다.
저에게 신뢰와 사랑을 주신 경기교육가족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위대한 혁신을 이룬 경기교육가족의 일원이었음을 자랑으로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3월 4일
김상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