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새벽에 인터넷을 켜고 기사를 보는 순간 숨이 꽉 막혔습니다.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하느님도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시면서 숨을 못 쉬셨겠지요.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셨겠습니까.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한 번 죽는 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 하지만 이렇게 죽는 것이 운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죽는 것은 하느님의 뜻은 아니지 않습니까. 하느님. 한겨레 신문 1면에 난 기사 제목을 보셨겠지요. 송파 반지하방서 동반자살 주인에 “정말 죄송”…70만원 봉투 담아 30대 두 딸 ‘신불자’…큰딸은 병까지 남편은 12년전 암으로 떠나 한달전 다쳐 식당일마저 끊겨 하얀 봉투엔 5만원짜리 14장이 들어 있었다. “주인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조차 그들은 ‘미안하다’고 봉투에 적었다. 60대 어머니와 30대 두 딸은 돈봉투를 남기고 이승을 떠났다. 하느님 죄인입니다. 하느님께야 누가 감히 죄를 묻겠습니까만 우리 살아 있는 사람은 모두 죄인입니다. 아니 하느님께 야속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저 불쌍한 생명을 살릴 방법이 없었을까요. 돈 많은 사람들이야 인정머리가 없다고 하지만 돈 없어도 정 많은 국민들이 우리 국민입니다. 그 사람들에게 아무데 가면 목숨을 끊으려는 불쌍한 사람이 있으니 구해주라고 하셨으면, 죽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두 딸과 함께 번개탄 피워놓고 반드시 누었을 때. 번개탄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생각했을까요. 아니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는 하느님 나라를 생각했을까요. 번개탄이 타고 정신이 가물거릴 때 어머니는 딸들을 보고 딸은 어머니를 보았겠지요. 그들은 서로 눈길을 나누며 기운도 없어 속으로만 이별을 고했을 것입니다. ‘딸들아. 잘 가라. 하늘나라에서 만나자.’ ‘엄마. 이제 우리도 더 이상 고생 안할거에요.’ 하느님. 감히 묻습니다. 지옥이 있습니까. 지금 바로 이게 지옥이 아닌가요. 잘 사는 것도 못 사는 것도 모두가 제 복이고 제 팔자라고 하지만 세계에서 몇 째 간다는 재벌회사에서는 19살 소녀가 백혈병에 걸려 죽었습니다. ‘또 하나의 약속’을 하늘에서 보셨겠지요. 몇 천억을 가졌다는 재벌 정치인이 서울시장에 출마한다고 합니다. 재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인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예술가라는 가난한 사람들을 데려다가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은 집권당 사무총장도 하느님의 아들입니다. 세계에서 제일 크고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순복음교회 큰 목사님이 징역 3년 언도를 받았습니다. 그들과 자살한 세 모녀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하시겠습니까.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누가 진정한 하느님의 자식인가요. 자식들에게 부담주는 것이 싫어 부부가 함께 강물에 몸을 던지고 나무에 목을 맵니다. 몸 하나 겨우 눕힐 방에서 병들어 굶어죽은 노인이 백골미이라가 된채 발견됩니다. 세계 제일의 자살률이 자랑일 수는 없습니다. 하느님 세상을 하직한 부인이 남긴 것이 무엇인지 아시지요 ‘번개탄은 간이침대 밑 냄비 속에서 재가 돼버렸고 숯은 싱크대 위에 봉투도 뜯기지 않은 채 놓여 있었다. 봉투는 70만원이 담긴 채 큰방 서랍장 위에 놓여 있었다. 지난해 초부터 50만원으로 오른 이달치 방세와 가스비 12만9000원, 전기세·수도세 등을 어림한 돈이었다.’ 살기가 너무나 힘들어 세상을 하직하는 순간에도 방세와 가스비, 전기세, 수도세를 챙기고 해야 할 일을 깨끗이 정리한 그 분의 마음을 보니 더욱 가슴이 무너져 내립니다. 이런 마음을 누가 배워야 하나요. 표로 당선된 정치인의 약속이 위로는 대통령으로부터 아래로는 시의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공수표가 됐다는 것이 국민의 생각입니다. 아니라고 할 도리가 없을 것입니다. 대통령이 1년간 해외를 다니며 입은 옷이 122벌이라고 앞을 다투어 보도하는 방송을 보면서 세 모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그냥 문득 저 옷 한 벌이면 우리 식구가 몇 달은 살수있겠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에는 잘 사는 사람도 있고 못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못 사는 이유가 내 탓이 아니라 남의 탓이고 정치가 잘못되서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그렇다면 확실히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오늘 아침 신문과 방송은 모두 세 모녀의 죽음을 앞 다투어 보도했지만 내일이면 모두 까맣게 잊을 것입니다. 나 살기도 바쁜데 그런 거 일일이 다 기억하라는 말이냐고 할 수 있지만 앞으로도 이런 비통한 사건이 끊이질 않을 것이란 생각에 절망이 옵니다. 그게 바로 자신이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 이 일을 어쩝니까. 하느님도 도리가 없으니 가만히 계시겠지요. 그래도 세상 사람들은 하느님의 전지전능을 믿습니다. 분노에 몸을 떨면서도 하느님을 믿습니다. 하느님 신부님들도 모두 거리에 나섰습니다. 정말 이를 어쩝니까.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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