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막내 손주 녀석이 울면서 들어왔다. 이유를 물으니 ‘가위바위보’를 해서 형한테 졌다는 것이다. 까짓거 뭘 우느냐고 했더니 형이 놀리더란다. 어린 것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승패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라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전쟁에는 이기고 지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휴전이라고 해서 승패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승리와 패배가 갈린다.
잘잘못은 따지지 않더라도 전쟁에서 지는 쪽은 비극이다. 일본이나 독일의 경우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박살 났다. 전쟁은 안 하는 것이 최선이고 안 하려면 싸울 요소를 제거한다.
나도 전쟁을 겪었다. 6·25라는 동족상잔(同族相殘)의 전쟁이다. 15살 아이가 배고픈 설움이 어떻다는 것을 몸서리치게 겪었다. 전쟁의 상흔은 아직도 도처에 남아있다. 가장 참혹한 것은 이산의 아픔이다. 나도 이산의 비극이 있다. 어찌 나뿐이랴. 전쟁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만든 가장 바보스러운 짓이다.
글 쓰는 사람에게는 약간씩 과장하는 버릇이 있다. 나도 그렇다. 그렇다고 아주 몹쓸 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상식선에서 과장이다. 한데 과장이 지나쳐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주면 그건 본의 아닌 싸움이 된다. 우리나라 정치를 보면 그런 경우가 많다. 하긴 정쟁이란 어휘 자체가 전쟁이다. 특히 각 정파의 경우 조금이라도 유리한 여론을 유도하기 위해 과장을 하고 그러다 보면 감정을 상하게 되어 그야말로 전쟁이 되고 만다.
■말이 순화되면 마음도 착해진다.
말과 행동은 함께 다닌다고 한다. 입으로 ‘X새끼’라고 욕하면서 아무리 얼굴을 부드럽게 해도 표정이 따라가지 않는다. 말이 고와야 행동도 부드러워진다. 요즘 참으로 말이 사나워졌다. 이낙연 후보도 내게 글이 거칠어졌다고 말씀하셨다. 왜 내가 그걸 모르랴. 나도 잘 알지만 그게 잘 고쳐지지 않는다.
속상한 일이 많은 것도 정치판이다. 여기서는 이런 말이 들려오고 저기서는 저런 말이 들린다. 사람이 앉은 자리에 따라서 말이 달라진다. 또한, 그 말을 듣는 데 따라 내 마음도 달라진다. 좋은 선배가 있다. 속상한 일이 있으면 그 선배를 찾아간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선배가 묻는다. 이제 화가 좀 가라앉았느냐고. 선배는 이미 내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고 있었다.
내 사무실 빌딩에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 사무실이 있다. 많은 친구가 오간다. 그중에는 내가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얼굴만 봐도 어느 사무실에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쪽 친구들은 얼굴이 밝고 다른 한쪽은 어둡다. 내가 그렇게 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생판 틀린 것도 아니다. 왜냐면 사람의 마음은 다 그렇고 그런 것이니까 말이다.
비록 지금은 경쟁을 하는 사이라서 의견도 다를 수가 있지만 실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야 무엇이 다르랴. 흔히들 ‘원팀’이라고 하는데 진짜 ‘원팀’이 되어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만약에 그때 지금처럼 조금이나마 마음의 벽을 쌓아두고 있다면 그건 보통 일이 아니다. 적전분열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지 잘 알 것이다. 적들이 노리는 것은 우리가 분열하는 것이다. 분열시키려고 별의 별 짓을 다 한다. 우리 주위에도 어떤 오열(五列. 적과 내통하는 자)이 잠복해 있는지 알 수 없다.
우리는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 왜냐면 진짜로 무서운 적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 적은 우리들 ‘원팀’에 조그만 분열이 와도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균열을 일으킬 것이다. 적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 있고 내부의 적이 더 무서운 것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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