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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무현! 그 앞에서 누가 거짓말을
거짓말은 죽어도 못 한다.
등록날짜 [ 2021년08월31일 09시45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
■죽어도 함께 살아야 할 운명
 
어디 가서 처음으로 소개를 받는다. 나를 소개하는 사람은 내 이름보다 먼저 입에 올리는 이름이 있다.
 
“이 분이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 하신 이기명 씨입니다.”
 
내 명함처럼 되었다. 처음에는 왠지 죄송스러운 생각도 들곤 했는데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람들도 이기명하면 먼저 ‘노무현 후원회장’을 떠올리고 다음이 ‘김삿갓 북한방랑기’를 10여 년간 집필한 방송작가로 기억한다. 그동안 독재정권 아래서 방송국 작가실장을 하면서 독재정권에 아부·아첨 글을 참 많이도 썼다. 그러다가 ‘노무현 후보 후원회장’을 하면서 못된 글과 인연을 딱 끊었고 거짓말도 버렸다.
 
혼자만의 생각인지 모르지만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나를 거짓말 안 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는 자만을 나는 가지고 산다. 거짓말을 죽어라 싫어하고 증오한다.
 
솔직히 이재명 지사가 막말·욕설과 거짓말만 안 한다면 지금처럼 그를 반대했을까. ‘구토(嘔吐)’칼럼에서 고백했듯이 거짓말은 죽어도 견디지 못한다. 노무현 대통령 영향이다.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는 후배와 속을 털어놓고 대화한 적이 있었다. 뭘 그렇게 극성스럽게 반대하느냐고 내게 물었다.
 
‘보통 지도자라면 어지간한 거짓말을 그냥 넘길 수가 있다. 그러나 이건 대통령이다. 세상이 다 아는 막말과 거짓말 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모시고 산다는 것이 국민에게 얼마나 기막힌 일이냐. 그 사람이 아니면 나라가 망한다면 몰라도 그보다 나은 후보가 있다는 판단인데, 그러니 그를 지지할 수가 없다. 거짓말과 막말은 바로 도덕성과 직결된다. 그뿐만 아니라 반성과 참회를 전혀 느낄 수가 없다. 뭔가 정신적인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대화를 나누는 후배도 긍정했다. 그런데도 그를 돕고 있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모두 자신들만의 사정은 있다. 인생사 그런 것이라고 이해한다.
 
■충청도 민심
 
이낙연·이재명 두 분의 본격적 경선이 충청에서 시작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고 기선을 제한다는 말도 있지만, 충청도의 경선은 매우 중요하다. 두 예비후보 모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 외가는 충남 천안이다. 외조부는 천안 동면에서 면장을 15년 지내셨고 셋째 외숙부는 천안농고 교장을 역임하셨다. 어렸을 때 외가에 가면 면장 외할아버님이 한가하게 노끈을 꼬고 계신 모습을 뵈었다. 생전에 어머님은 충청도 양반을 무척이나 자랑하셨다. 지금 생존해 계신다. 이 지사가 형수에게 퍼부은 쌍욕을 들으셨다면 아마 열 길은 뛰셨을 것이고 사람으로 여기시지도 않으셨을 것이다. 예의란 어느 때나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두 후보 진영에서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을 것이다. 당연하다. 비단 정치판이 아니라 하더라도 세상은 경쟁이 아닌가. 한데 경쟁에서 소중한 것은 정당한 경쟁이다. 치사한 경쟁은 하지 말아야 한다. 말도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각 후보의 지지자들이 열심히 선거운동을 한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예의를 존중해야 한다. 카톡에 지지 글이 많이 올라온다. 물론 반대 글도 있다. 반대 글 중에 아주 참혹한 욕설이 있다. 이 예비후보 지지자 중에 곽X도라는 분이 있다. 무척 욕을 잘한다. 이지사의 형수 욕설에 뒤지지 않는다.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가정이 있는 분이라면 집에 아이들과 부인을 생각해 주기 바란다. 자신이 쓴 카톡을 다시 한 번 읽어보기 바란다.
 
■나는 누구한테 배우는가.
 
화가 나면 이성이 흐트러지게 마련이다. 그럴 때 막말도 나오고 욕도 나온다. 나라고 별수 있겠는가. 사납고 거친 글을 쓴 뒤 다시 읽어보면 끔찍해서 얼른 지운다. 흉한 글을 쓰고 다시 읽어보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이다. 아아 내가 저분을 욕되게 하는구나. 어딜 가서 ‘내가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을 한 아무개라고 입을 벌릴 수 있는가. 한동안 눈을 감고 있다.
 
돌아가신 분의 모습이 떠오른다. 늘 수줍은 미소를 잃지 않으시던 얼굴, 그러나 불의한 일에는 맹수처럼 분노하시던 노무현 대통령.
 
새삼스럽게 노 대통령의 얼굴이 떠오르는 이유는 바로 오늘의 진흙탕 정치싸움을 매일 보고 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 당연히 나도 있다.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다. 그리고 언론인으로 송건호·리영희 선생님을 존경한다.
 
이제 대통령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 나는 안다. 그러나 말은 못한다.
 
한 가지만은 장담할 수 있다. 내가 존경하는 분이 대통령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존경하는 사람은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직한 분들이다. 정직한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워야 하고 바로 또 배우게 될 것이다.
 
나쁜 것은 버리고 좋은 것은 기억하고 보존해야 한다. 정치지도자들의 정직. 이것은 국민이 지켜 영원히 간직해야 한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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