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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이효리의 4만7천원과 ‘손잡고’
등록날짜 [ 2014년02월20일 13시38분 ]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국민들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MBC에서 김미화 김여진이 방송과 관련해서 어떤 불이익을 당하고 쫓겨났는지 말이다. 김제동이 어떤 압력을 힘들게 견뎠는지도 잘 알 것이다. 정권의 비위를 상하게 하면 가차 없이 날린다. 이효리가 걱정이다. 이효리가 이번에 4만7천원을 기부했다. 물론 좋은 일에 쓰라고 기부한 것이다. 국민들은 따스한 박수를 보내지만 불안해하는 국민들 역시 많다. 박수받는 일에 왜 국민들이 불안해할까. 비정상이 정상으로 행세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효리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먼발치에서 본 적도 없다. 그냥 TV에서 본 얼굴 예쁘고 노래 잘하는 가수다. 한 가지 있다. 가끔 입 찬 소리 를 해서 화제의 오르는 연예인이다. 여기서 입 찬 소리를 한다는 것은 바른 소리를 한다는 얘기다. 사리에 어긋나는 문제에 대해서 바른 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바른 말 하면서 살기 힘든 시대가 바로 지금이다.
 
옛날 우리의 어머니들은 시집을 가면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으로 지내야 겨우 발을 뻗고 잤다고 한다. 지금 국민 모두가 호된 시집살이를 하고 있다. 오장육보 다 때어내고 산다면 마음이 편할까. 그게 안 되니까 문제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사람들은 투쟁도 하고 바른 소리도 한다.
 
FACTTV
▲ <사진제공-한기연>


이효리의 4만7천원이란 도대체 무슨 얘긴가. 내가 설명할 필요도 없이 이효리가 보낸 손 글씨 편지를 소개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너무나 적은 돈이라 부끄럽지만, 제 4만7000원이 누군가의 어깨를 두드리길 바랍니다” “돈 때문에, 모두가 모른 척하는 외로움에 삶을 포기하는 분들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랍니다. 힘내세요”
 
이효리는 이 편지와 현금 4만7000원이 든 봉투를,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옥인동 아름다운재단 사무실에 보내왔다. ‘노란봉투 프로젝트’에 동참한 것이다. 그럼 다시 ‘노란봉투 프로젝트’를 설명해야겠다.
 
노란봉투 프로젝트란 쌍용자동차와 철도노조 조합원 등 파업 이후 회사로부터 47억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노동자들을 돕는 모금 운동이다. 10만 명이 4만7000원씩, 모두 47억원을 모으는 게 목표다. 아름다운재단 쪽은 47억원의 10%인 4억7000만원 모금을 1차 목표로 잡고 있다.
 
법원의 가혹한 손해배상 소송 판결 탓에 파업 노동자들은 임금·퇴직금·상여금·집·자동차·통장을 모두 가압류 당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고사하고 이혼이나 자살 등 극단적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이효리가 4만7천원을 보낸 직접적인 동기가 있다. 이효리는 함께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한 아이 엄마(배춘환)의 편지가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몇 년 간 해고 노동자들의 힘겨운 싸움을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잘 해결되길 바랄 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아이의 학원비를 아껴 보낸 4만7000원, 해고 노동자들이 선고받은 손해배상액 47억원의 10만분의 1, 이렇게 10만명이 모이면 그들과 그들의 가족을 살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아이 엄마의 편지가 너무나 선하고 순수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이 편지는 주간지 시사IN에 실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효리도 동참을 했다. ‘노란봉투 프로젝트’에는 18일 밤까지 3200여명이 약 1억6800만원을 모았다. 이효리의 동참 사실이 알려진 뒤 하루 만에 1억2000여만원이 더 모인 것이다.
 
이것이 이효리만의 힘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가슴에 항상 숨겨져 있는 곱고 따스한 마음이 이효리의 손 글씨 편지와 4만7천원으로 다시 활짝 열린 것이다. 왜 이효리는 4만7천원만 보냈을까.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4만7천원이 상징하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세상은 이래서 역시 살만한 곳인가.
 
아침 6시20분 쯤 칼럼을 쓰는 도중인데 CBS에서 4만7천원을 최초로 보낸 용인에 사는 주부 배춘환 씨가 인터뷰에 나왔다. 노동자의 아내라는 배춘환씨의 말이 너무 감동적이다. 꼭 복 받으실 것이다.
 

'손잡고'에서 내미는 ‘손’
 
인간이 태어나는 것은 축복이다. 아니 모든 생명이 태어나는 것은 축복이다. 이른 봄, 흙을 비집고 나오는 새싹이 다칠까 집신을 신는다던 스님의 말씀은 가슴을 울린다. 생명은 그렇게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그게 아닌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공부 잘하던 대학생이 몸에 신나를 뿌리고 분신자살을 한다. 독재시절 곳곳에 대학에서 분신의 불꽃이 타 올랐다. 서울역 고가도로에서 분신자살한 이남종 씨는 유서를 썼다. ‘보이지 않는 결핍과 공포는 가져가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두려움을 불태우겠습니다. 두려움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일어나십시오.’
 
어느 죽음인들 슬프지 않은 것이 있으랴. 고속도로 길가에 쓰러진 고라니 한 마리. 쓰레기통에 버려진 고양이. 심지어 죽은 쥐 한 마리에서도 삶의 무상을 느끼는 것이 인간이다. 하물며 인간의 죽음이야 더 말 해 무엇하랴. 무수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목숨을 끊는다고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뒤에 남아 있는 노동자 동료들과 가족들은 여전히 고통에 시달린다. 파업으로 인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엄청난 돈을 물어내라고 한다. 이른바 손해배상이라는 것이다.돈 많은 회사는 거대 법률회사 변호사를 동원해 배상 판결을 받아 낸다. 법원과 판사님들은 꽝꽝 잘도 두들긴다.
 
2003년 1월 9일, 두산중공업의 노동자 배달호는 유서에 이렇게 썼다.
 
"해도 너무한다. 해고자 18명, 징계자 90명. 재산가압류, 급여가압류, 노동조합 말살하는 악랄한 정책에, 우리가 여기서 밀려난다면 전 사원의 고용은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중략...) 이제 이틀 후면 급여 받는 날이다. 약 6개월 이상 급여 받은 적이 없지만 이틀 후에도 나에게 들어오는 돈은 없을 것이다. 두산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한 인간들이 아닌가..."
 
같은 해 한진중공업의 김주익 지회장도 ‘손해배상 가압류’에 항의하여 크레인 위에서 목을 맸다. 이제 10년이 지난 오늘은 어떤가.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2012년 12월, 한진 중공업 노동자 최강서가 같은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쌍룡 자살자는 20여명이다.
 
이제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을 옥죄고 있는 손배가압류 금액은 1천억을 넘는다. 손배가압류는 영혼을 갉아먹는 악마라고 했다. 차라리 구속이 낫다고도 했다. 이러다가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끊을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죽을 수있는가. 이렇게 죽게 버려둘 수 있는가. 뜻 있는 시민들이 일어섰다. 바로 '손잡고'운동이다.
 

죽어가는 노동자를 살려야
 
오늘 아침 CBS 방송에 나왔던 용인의 주부 배춘환씨가 '시사IN‘에 편지와 함께 4만7천원을 보냈고 이효리가 간절한 마음을 담아 4만7천원을 보냈다. 그것이 지금 들불처럼 퍼져간다. 우선 쌍용차에 선고된 47억을 모으자는 운동이다.
 
수백 명의 ‘손잡고’ 공동제안자들이 모였다. 이 모금은 선행만이 아니다. 모금에 참여할 수 없으면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인터넷에 트윗 한 줄을 올리는 것도 훌륭한 참여다. 하나은행 창구에 여직원이 밝은 미소로 말했다. ‘세상에는 참 좋은 분들이 많아요.’ 물론이다. 나쁜놈들도 많지만 좋은 사람이 더 많다. 그리고 그들의 영혼은 반드시 뜨거운 용광로가 되어 악을 물리칠 것이다.
 
노동자들도 재벌들도 다 함께 미워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자. 미워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줄 아는가.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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