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을 넘는 덕목이 어디 있는가.
【팩트TV-이기명칼럼】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사람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무척이나 오랜 시간을 얘기했는데 막상 대화가 끝나고 무슨 얘기를 했나 생각해 보니 남은 게 없다.
어렸을 때 모래사장에 거북이 집을 지은 것과 같다. 집을 짓고 손을 빼니 그냥 무너진다. 허망하다. 청산유수로 말 잘 하는 사람이 있다. 참 말도 잘 한다고 감탄을 하면서 얘길 들었는데 막상 얘기가 끝나고 우리는 무슨 얘기를 했는가 생각해 보니 남은 게 없다. 모래사장에 거북이 집 지은 것처럼 허망하다.
정치판처럼 말 많은 곳이 어디 있는가. 정치인들처럼 말 잘 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는가. 그러나 모두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정치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난 다음에 되돌아보면 참 그렇다. 가슴에 별로 남는 것이 없다.
으레 그러려니 하고 듣는 게 습관처럼 되었다. 그런 내 인식을 깨트려 준 정치인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고 문재인 대통령이다. 흔히들 뼈가 되고 살이 된다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 그분들과 대화를 하고 나면 가슴속에 묵직하게 남아 있는 뼈다귀가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정직이다. 정직 때문에 남아 있는 것이다.
내가 그분들에게 배운 것은 정직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가르쳐 준 분들이다. 내가 오늘날 이만큼이나마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고 사는 것은 오로지 그분들 덕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 정직하면 행복하다.
당나귀 뭐 빼고 뭐 빼면 남는 것이 뭐냐고 농담을 하는데 사실 정치인들의 대화를 잘 들어보면 남는 게 별로 없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그 얘기를 하면 이제 알았느냐고 핀잔이다. 나만 바보가 된 느낌이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이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이 정직이라는 내 소신을 접을 수가 없다. 왜냐면 국민들이 정치인의 말을 믿고, 아니 정직을 믿고 살기 때문이다.
요즘 언론에서 친노 친문에 대해서 많이 쓴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지지하던 세력들이 이제 친노와 친문으로 갈라졌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난 납득이 안 가고 인정할 수도 없다. 친노가 어디 있고 친문이 어디 있단 말인가.
기자들에게 물어보면 민주당의 어느 지도자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또 다른 지도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가르고 이들을 친노와 친문으로 나누는 것 같다. 언론이 어떻게 쓰던 친노 친문은 없다. 모두가 친노라는 것을 내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맹서할 수 있다.
정치인들은 모두 나름대로 소신이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흔들리는 정치인들이 많다. 그러나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누구를 지지하던 그것이 무슨 잘못이란 말이냐. 다만 객관적으로 국민들이 제대로 평가하고 인정받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온갖 말들이 무성할 것이다. 선거는 국민들의 평가와 판단이다. 잘못 평가하면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감옥에 간다. 얼마나 수치스러운가. 국민들이 땅을 칠 것이다.
정치는 정직하게 해야 한다. 많이 알려진 모양이지만 며칠 전 유튜브에 떠도는 어느 지도자의 가정사를 직접 육성으로 처음 들었다. 차마 듣기 민망했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것이 정치에 어떤 도움을 준단 말인가. 후배들에게 이런 것들을 멀리하라고 충고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친노 친문을 갈라서 이득을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착각이다. 노무현 문재인은 그들이 생각하는 그런 정치가도 아니고 그들을 지지하는 국민들도 역시 그런 국민들이 아니다.
정치를 정직하게 하자. 정직한 정치는 바로 우리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원동력임을 알아야 한다.
이 기 명(故 노무현대통령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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