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10일 시국미사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날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남동 5.18 기념성당에서 봉헌한 ‘박근혜 사퇴와 이명박 구속을 촉구하는 시국미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신부와 수도자, 신자 1300여명이 성당을 가득 채웠다.
광주대교구 정평위는 ‘국민의 이름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한다’ 성명서를 통해, "지난 대선은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개입으로 치러졌으며, 이는 국민의 주권이 심각히 훼손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은 대선개입사건의 은폐와 축소를 시도하고 검찰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키는 등 철저히 법을 준수할 대통령의 의무를 위배"했으며,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보도만을 하려 언론을 장악해 국민의 자유를 보호할 의무를 저버렸다"고 밝혔다.
또한 "군사독재시절의 용공이라는 망령이 종북이라는 새로운 용어로 부활해 정치인들과 사상가들을 부당하게 탄압하며, 진실을 외치는 국민을 종북으로 몰아붙여 분열시켰을 뿐 아니라, 통일에 대한 구체적 프로그램 없이 경제적 이익으로만 덧칠하여 평화적 통일을 저해한다"고 비판했다.
정평위는 "현 정권이 공약을 폐기하거나 변질시키고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의 대변자를 자처함으로써 가난한 이들의 인권을 훼손하고 국민의 권리를 위축시켰다"며, "국어능력의 부족인지 왜곡된 가치관 때문인지 사실과 진실을 곡해함으로써 소통이 안 되고 있으므로 민족문화 창달에 기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형 카드사의 정보누출로 국민의 권리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음에도 정부가 대응자세에서 안일한 모습을 보임으로서 국민에게 더 큰 상처를 주고 신뢰를 잃어버렸다"며, "이는 전적으로 정부와 정권에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강론에 나선 정규완 원로신부는 “숨죽이고 엎드린 대통령을 기다리지 말고 국민 주권을 행사할 때”라면서, “긴박한 시기에 온 국민이 뜻을 모아 역사적인 선택을 해야 할 일”이라며, “모두가 나서 가짜대통령을 국민의 힘으로 해임하자”고 주장했다.
이어 “길을 잃었어도 한참 잃었으니 자진해서 사퇴해야 하는 일도 이제는 사치스러운 상황”이며, “깨어있는 시민의 불같은 의지를 모아 해임하는 일만 남았다”면서,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우리가 서글프지만 더 이상 기다리고 있을 수 없기에 하느님께 용기를 청하며 굳세게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신부는 국가기관 대선개입사건과 관련, “공동선이 공공기관에 의해 침해당한 상황이므로 법적인 절차에 앞서 그 경위와 과정을 여과 없이 단속해야 하지만, 책임있는 지도자가 전혀 무관한 것처럼 처신하므로 선을 보호해야할 교회는 이에 동조할 수 없으며, 함께 할 기회를 다시 찾아나서야 한다고 외치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사람들이 지치고 허탈하여 만악의 늪에 파묻히면서 자기 속에 산화되어버리는 꼴을 바라는게 이 정권의 참모습인 듯하다”며, “나라를 운영하는 그 누구도 국민에게 작은 희망의 빛을 비춰주는 자가 없으며, 철저한 규명 요구도 유행병처럼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리라고 가볍게 여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정수반인 대통령의 존재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선거 부정과 관련된 것이 해결되지 않는 한 무슨 일을 진행한다 해도 무의미한 일이라며, “그가 미워서가 아니라 불공정과 불신의 늪이 우리를 삼켜버리거나 갈라지고 찢겨지길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 신부는 “청와대, 국정원 등이 몽땅 개인일탈로 유린당했으니 '개인일탈정권'으로 명칭을 바꿔야 할 지경”이라면서, “상습적이고 통상적으로 되어버렸다면 아무리 부정하려해도 집단일탈로 귀결된다”고 지적한 뒤,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렀어도 지도자에게 아무런 사과의 말도 들을 수 없다”며, “국민이 장난감이나 노리개냐”고 일갈했다.
미사를 주례한 정평위원장 이영선 신부는 “이 땅에 불의가 계속된다면 예언자로 불림 받은 우리가 어떻게 해야겠느냐”며, “불의를 불의라고 말할 의무와 불의에 저항할 본분이 있기에, 이 땅에 정의가 강물처럼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삶의 시간과 생각의 시간, 역사의 시간, 하느님의 시간이 다른 듯하다”며, “우리가 바라는 모든 것이 지금 여기서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그렇게 허용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우리의 땀과 피가 함께 있어야 진리가 서고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나승구 신부는 “어쩌면 길고 긴 싸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며, “신앙의 어른들이 이야기했던 마귀, 육신, 속세 등 삼구와의 전쟁이 오늘날에도 버젓하게 휘몰아친다”면서, “그들의 악행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식은 선이므로, 잃어버렸던 선과 가치들을 찾아나가는 데 모두가 힘이 되고 함께 해주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파견성가로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부르며 이날 미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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