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 과일 사려고 시장에 가면 난감할 때가 있다. 주인이 집어주는 대로 받으면 간단하지만, 마음에 안 들면 천상 골라야 하는데 어떤 것이 좋은지 알 수가 없다. 이럴 때 생각나는 것이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지만 쉰 떡도 보기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
잘 살펴야 한다. 흠집은 없는가. 과일 꼭지는 붙어 있는가. 이리 보고 저리 보고 고르고 골라 집에 와서 풀어놓으면 아내는 환한 얼굴로 과일을 깎는다. 한데 어 어.
그런데 아내의 얼굴이 변한다. 왜 변했는가. 과일 속이 상한 것이다. 할 말이 없다. 과일 하나도 제대로 못 고르느냐는 표정이지만, 무슨 할 말이 있는가. 구박으로 배가 부르다. 버리는 수밖에 없다. 썩은 과일이야 버리면 그만이지만, 버리지도 못하는 것이 있다. 사람이다.
구구하게 웬 말이 그리 많은가. 선거 때문이다. 지금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다. 누가 되든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국민도 있지만, 관심을 버릴 수가 없다. 정치를 국민이 버리면 정치는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심을 두고 지켜야 한다.
(사진출처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페이스북)
■서울시장이 얼마나 중요한가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박영선이다. 박영선에 관해 설명하면 잔소리가 될 정도로 그는 유명인이다. 나와는 언론계라는 인연도 있고 아들이 MBC 기자였기 때문에 좀 더 잘 알 수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당선자 인터뷰 주선을 요청한 것도 박영선 기자가 유일했다. 오랜 기자와 의원 생활. 그리고 장관을 하면서 그의 경륜은 이미 평가가 났다고 믿는다. 맺고 끊는 게 분명한 박영선은 까다로운 듯하지만 치밀한 기획과 한번 결정하면 칼 같은 실행력을 평가받는다.
나는 서울에서만 수백 년을 살아 온 토박이 집안 출신이다. 박영선 후보와 대화하면서 그가 서울의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음도 알고 있다. 김진애 후보도 잘 안다.
깜이 아니면 나는 절대로 지지하지 않는다. 나는 그가 걸어 온 언론인으로서의 길과 정치인으로서의 신념과 철학을 지지하는 것이다.
내 나이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오래 살았다. 우리나라 언론인 중 요즘 가장 정치칼럼을 많이 쓰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다. 외람되지만 거짓말 안 하는 것으로 안정도 받는다고 자부한다.
■내가 지지한 후보는
늙은이의 오만이라고 욕하지 마라. 언제부터인가 내가 지지하는 후보는 당선이 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다만, 내가 지지하는 후보는 나름대로 평소에 면밀히 분석하고 평가하고 결론을 내린다.
웃기는 얘기지만 과거 한나라당 의원이 내게 후원회장을 해 달라고 한 적도 있었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으로 어떤 이익도 본 적이 없다. 어떤 벼슬도 한 적이 없다.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이 내게 하고 싶은 거 없느냐고 물을 정도였다.
난 능력이 없다. 누구를 도울 수는 있을지 몰라도 내가 뭘 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대통령도 그걸 인정했다. 천생 죽을 때까지 글이나 써야 할 행복한 팔자다. 내가 지지한 후보가 부정과 연관된 것이 없다.
박영선 후보의 선거캠프를 방문해서 낯익은 얼굴들을 봤다. 그 옛날 노무현 대통령 선거 때 도움 주던 노사모 회원들이었다. 눈물이 났다. 아. 아. 역시 우리 노사모는 변함이 없구나. 정말 고마웠다. 박영선 후보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영춘 후보도 훌륭한 후보다. 6·25 때 피난 가서 신세 진 고마운 부산이다. 오XX 전 시장의 과오를 사과하기 위해서도 김영춘 후보는 목숨을 걸고 잘 할 것이라도 믿는다.
진심을 다해 열심히 하자. 최선을 다 하며 조용한 마음으로 기다리자.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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