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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판사님, 판사님, 안녕하십니까
등록날짜 [ 2014년02월10일 09시28분 ]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판사 앞에 선 피고의 심정은 어떨까. 판사의 말 한마디로 자신의 운명이 갈린다. 쌍용자동자 해고노동자 153명이 해고 무효소송 5년 만에 승소했다. 울고 웃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새삼 법과 판사를 생각하게 된다. 8명의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사법살인’도 법이 자행한 것이다. 아니 법관이란 인간이 법의 이름으로 자행한 사법살인이다.
 
1920년 일제시대.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판사 한 명이 있었다. 이찬형 판사다. 일제시대 조선인 판사란 대단한 신분이다. 어느 날 그가 법복을 벗고 사라졌다. 어디로 갔을까. 그는 어느 죄수에게 사형판결을 내렸고 사형이 집행된 후 진법이 잡혔다. 사흘 밤낮을 오열했다. 그리고 불교에 귀의했다. 그가 효봉스님이다.
 
판사의 판결은 때로 나라를 흔든다. 지난 2월 6일 있었던 김용판 무죄판결이 나라를 흔들었다는 친구의 말을 들었다. 법과 양심에 따른 판사의 판결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판결을 보는 국민의 판단은 어떤가. 왜 여론이 들끓고 언론은 질타하는가. 상식을 뛰어 넘는 판결 때문이다.
 
국정원의 댓글이 없었다는 경찰 발표가 없었다면 대통령 선거는 어떻게 되었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국민들은 결과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고 믿는다. 그냥 믿는 것이 아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의 조사결과를 보자.
 
“대선 당시 경찰이 국정원 사건의 전모를 제대로 밝혔다면,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의 8.3%가 마음을 바꿔 문재인 후보를 찍어 승패가 바뀌었을 것이다”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정권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무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무죄가 나온 이제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판사가 무죄를 선고했는데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고 하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되는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왜냐면 국민들은 상식의 바탕위에서 사고하고 그 힘은 가공할 위력을 갖는다. 국민의 불신 위에서 성공한 정권은 없기 때문이다.
 
‘(전략) 판결은 당시 발표가 민감한 선거 시기에 적절한 것이었는지, 발표 내용이 허위인지 등에 대한 판단을 전혀 하지 않았다. 선거 개입, 즉 범죄의 의도를 판정하려면 왜 무리하게도 그 시점을 정해 그런 발표를 하도록 했는지가 해명돼야 하는데, 법원은 바로 그 대목에서 발을 멈추고 입을 닫았다. 법원은 대신 “피고인에겐 잘못된 수사결과라는 인식이 없었다… 범죄의 의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김 전 청장의 내심을 대신 들여다보고, 대신 변명해주었다. 한 발짝만 더 가면 선거법 위반의 범죄 구성 요건이 갖춰지는데도, 짐짓 외면했다.
 
판결은 대신 변죽만 한참 건드린다. 108쪽에 이르는 판결문에서 핵심 범죄사실과 관련된 대목에 대한 서술은 고작 4~5쪽이다. 나머지 상당 부분은 경찰 수뇌부의 수사 은폐·축소를 폭로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진술을 배척하는 것으로 채워졌다. 배척의 주요 논거는, 피의자일 수도 있었던 다른 경찰관 17명의 진술과 다르다는 것이다. 다수결로 정하자는 꼴이니, 판결이라기엔 민망하다. 결론을 먼저 정해놓고 맞추려다 보니 그랬을 수 있다.
 
이런 낯뜨거운 판결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혹시, ‘큰일’이 벌어질까 걱정한 때문은 아닐까. 허위발표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혐의에 유죄가 인정되면 선거의 공정성과 정권의 정당성까지 의심받게 돼 큰 소동이 벌어진다는 걱정을 누군가는 했을 법하다.(후략)
 

한겨레신문, 여연호 기자의 칼럼 ‘법원은 바람 따라 눕는가’를 길게 인용했다. 여연호 기자의 이해를 구한다.
 
김용판 판결
 
보통 사람들이 경험한 상식으로는 검찰은 1심에서 무죄가 났을 때 어떤 형식으로든지 한 말씀 한다. 그것은 거의 상식화 되어 있다. 이유는 유죄를 확신하고 기소를 했는데 무죄가 나왔으니 그만큼 수사가 부실했다는 증거다. 얼마나 기분이 나쁠 것인가. 그래서 1심에서 무죄가 나오면 그저 이유 불문 거의 항소를 한다.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1심에서 3.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을 때 검찰의 반응은 어땠는가.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일을 재판부만 믿는다는 화성인 판결이다" "지구인인 나로서는 이해가 안 간다" 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실무책임자였던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무죄 판결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 비판했다. 입 다물고 장고에 들어간 검찰을 대신한 것일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재판 결과다"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 책임자로서 제기했던 일련의 수사축소 지연, 공직선거법 위반 등에 대한 재판부의 사실적·법률적 판단이 부족하거나 없었다고 본다"
 
권은희 수사과장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충격적 판결이라고 했다. 비단 권은희 만이 아니라 정상적인 상식인의 예상은 어김없이 빗나갔다. 그러나 과연 빗나간 예상이었을까. 많은 비상식인이 재판의 결과를 예측했다. 김용판의 유죄가 가져 올 무서운 결과와 파장을 정권은 감당할 자신이 없었고 미리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김용판 무죄판결 이외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아아 얼마나 대한민국에는 똑똑한 국민이 많은가. 이렇게 똑똑한 국민이 많은데도 참담한 심정이 되는 것은 똑똑한 국민이 힘없는 민초이기 때문이다.
 
유신독재 시절,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하던 판사가 법원을 떠났다. 외압에 무릎 꿇지 않았던 검사가 옷을 벗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무죄판결이 나올지 모른다. 쌍용의 무죄가 아니라 김용판 식 무죄다. 모두가 법과 양심에 따라 하는 재판이고 판결이다. 국민의 판결은 어떤가. 그것은 역사가 판결을 할 것이다.

인간의 삶은 매 순간이 결단의 연속이다. 그것이 정의든 불의든 같다.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는 판사도 매 순간 결단을 할 것이다. 그러나 결단에에 앞서 치열한 싸움이 있다.
 
인생은 어차피 한 순간이다. 돌아서 다시 살 수 없는 단 한 번 가는 길이다. 편하게 살자. 누가 열녀비 세워 주느냐. 욕을 할테면 해라. 받아먹겠다. 이것도 결단이다. 그러나 ‘얼마나 소중하게 태어난 인생이냐. 사람답게 살다 죽자’ 이것도 결단이다.
 
이범균 판사가 ‘아쉽다’고 하던 김용판이 무죄를 받고 희죽이 웃고 권은희가 입술을 물고 울먹거리던 판결, 윤석열 검사가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는 모습이 상상된다.
 
민경욱이 오전에 KBS 기사 쓰고 오후에 청와대 대변인이 되든 김한길이 마누라 군복 입혀 전국세배를 다니던 국민은 매 순간 판단을 한다. 국민의 가슴속에는 두 개의 방망이가 있다. 정의의 방망이와 불의의 방망이다.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 불의한 세력이 원하는 것은 정의로운 세력의 자포자기다. 포기하지 말자.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의 꽃은 열매를 맺는다. 그 때 다시 한 번 묻자.
 
‘판사 님. 안녕하셨습니까.’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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