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1975년 4월9일’,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법학자협회는 이날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정했다. 이날은 한국 현대정치사에서도 가장 어두웠던 하루, ‘야만의 날’이었다. 이른바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한 정권의 살인행위가 벌어진 날이다. 도예종·여정남·김용원·이수병·하재완·서도원·송상진·우홍선, 무고한 사람들을 여덟명씩이나 서둘러 처형한 이 장면은 차라리 찢어버리고 싶은 역사의 한 장이다.’ 왜 칼럼 서두에 짐승같은 그날의 야만적인 사법살인을 인용하는가. 법의 이름으로 살인을 해도 살인이 용인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법관들은 38년이 지난 지금에도 인혁당 사건을 우리나라 사법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재판으로 꼽았다. 그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8명의 무고한 인간이 법관이 두드리는 방망이 소리와 함께 세상에서 사라진 것이다. 사법살인이라고 했다. 그러면 사법살인은 누가 재판을 하는가. 사람이 한다. 법관이란 사람이 한다. 지난 6일, 김용판 재판에서 판사는 김용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한 무죄에 대 해서 전국이 온통 시끄럽다. 시끄럽다는 말은 그만큼 문제가 많다는 의미다. 솔직히 그렇다. 말썽 많은 사건에 대한 말썽많을 판결이다. 법이야 판사가 해석하고 판결하겠지만 국민은 그냥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도 옳고 그른 것을 보고 듣고 판단한다. 복잡한 법조문은 모른다 하드라도 국민들 가슴에는 양심이라는 것이 있고 상식이 존재한다. 국회의 국정조사에서 국민들은 방송을 통해 김용판이 증인선거를 어떻게 거부했고 위증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허위증언을 했다는 사실을 똑똑히 목격했다. 고위직 경찰들이 마치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쏟아내는 증언이라는 것이 얼마나 엉성한지도 똑똑히 목격했다. 비록 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권은희 수사과장의 증언에 박수를 보냈다. 판사는 99명의 고위경찰의 증언을 채택했고 권은희 한 사람의 증언은 배척했다. 국민의 양심은 이를 받아드릴 수가 없는 것이다. 세상에 억울한 재판이 얼마나 많은가. 박정희 유신독재 시절, 얼마나 많은 민주인사들이 죽었는가. 사법살인의 판사들이 지금도 멀쩡하게 어깨를 펴고 산다. 무전유죄 유전무죄야 이미 수학의 공식처럼 되어 버린 법 감정이지만 사법살인만은 안 된다. 역사가 바뀔 오판이나 잘못된 판결은 안 된다. 김용판 판결로 인한 역사의 뒤틀림이 얼마나 심각한지 지각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잘 알 것이다. 불법부정 선거를 면책해 줌으로서 불의한 정권에 면죄부를 발부했다고 국민은 생각한다. 끔찍한 일이다. 역사는 반드시 죄를 묻는다 박영선 "너무 충격이 커서 한동안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김용판 무죄…대한민국이 죽어가고 있군요. 권은희 과장 진술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재판부. 사법부도 유신 사법부로…'우리는 조국의 숨소리에 느낌없이 살고 국민들은 속삭일 뿐'이라는 스탈린시대의 싯귀가…" 정청래 "김용판이 무죄면 원세훈은 훈장감이겠네요. 정말 미치겠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입니까?" "속병나고 골병드는 대한민국의 정의와 진실이 몸서리치게 서럽습니다. 아, 대한민국!" 박범계 "이게 무슨 일인가? 김용판이 무죄라니? 법은 상식과 법감정 위에 있는 것인가? 부끄럽다. 내가 법조인이라는 것이" 이럴 수가 없다. 사법부는 무엇인가. 경찰과 검찰은 국민이 이미 신뢰를 벼렸다. 그래도 남은 것은 사법부였다. 그러나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한다는 사법부는 이번 판결로 국민의 신뢰를 다 던져 버렸다. 재판장 석에서 아무리 근엄한 표정을 지어도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국민의 분노가 눈앞에 보일 것이다. 더욱 더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역사다. 김용판의 판결은 반드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역사를 두려워하는 자들은 죄를 짓지 못한다. 그러나 동물들의 경우는 다르다. 그들에게 무슨 역사가 있는가. 따라서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은 스스로 동물이 되는 것이다. 남는 것은 무엇인가. 자신들이 잘 알 것이다. 이제 국민의 판결이 남았다 청와대도 포기했다. 새누리도 포기했다. 사법부도 포기했다. 뭘 포기했냐 묻지 말라. 국민의 소리 듣기와 국민의 신뢰 회복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없다. 이제 남은 것은 막가는 것이다. 명실상부한 유신으로의 회귀다. 얼마나 많은 희생자와 피가 뒤따를지 모른다. 포기하는 인간들만큼 무서운 존재는 없다. 전과자들이 하는 상투어 중에 ‘기왕에 버린 몸’이라는 말이 있다. 기왕에 버린 몸이니 아무렇게 굴려도 상관 없다는 비열한 각오다. 국민들 역시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당당한 각오를. 야당은 어떤가. 민주당이다. 창피해서 야당이란 말도 꺼내지 말아야 한다. 당 대표라는 인간의 말은 바로 거짓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했는가. 직을 건다던 특검은 물 건너갔는데 이번 김용판 재판을 보고 다시 특검이 어쩌구 저쩌구다. 그래 어쩌겠다는 것인가. 다시 서울광장에 침대놓고 누울 작정인가. 이번에는 민주당 의원들 모두가 거적을 깔고 누워야 할 것이다. 여차 하면 국민이 둘둘 말아 쓰레기 하치장에 버리기 좋도록 말이다. 이렇게 무기력한 야당을 본 적이 없다. 벙어리 된 당의 중진이란 의원들을 심판해야 한다. 열심히 싸우는 젊은 의원들이 불쌍하다. 국민이 나서야 한다. 국민이 나서면 특검을 할 수 있다. 마지막 기대가 특검이다. 남은 것이 무엇인가. 국민의 심판이다. 이렇게 더러운 정치를 본 기억이 없다. 심판하자. 국민이 심판하자. 죄 진 자들 모두들 국민이 심판하자. 땅 땅 땅. 모두 유죄다.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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