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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애완견과 감시견
등록날짜 [ 2014년01월20일 09시43분 ]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청와대에는 애완견 두 마리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밝힌 애완견은 그 이름도 아름답다. ‘희망이’와 ‘새롬이’. 역대 대통령들이 거의 모두 기르다시피 한 애완견을 새삼 거론하는 이유는 요즘 청와대 안에 또 다른 의미의 애완견이 많다는 소문 때문이다. 소문이 아니라 모두들 그렇게 생각한다.
 
기자들에게는 여러 가지 별명이 따라 붙는다. ‘빛과 소금’이라는 고품격의 이름도 있고 ‘감시견’이라는 무서운 별명도 있다. 그러나 애완견이란 말은 없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권 때 동아일보는 지독한 감시견 노릇을 하다가 고생 참 많이 했다. 그 때 먹고 산 양식은 국민의 신뢰와 자부심이었다.
 
광고가 끊겨서 백지를 먹고 살았고, 목이 잘려서 광화문 거리에 딩굴렀다. 사나운 감시견은 이제 애완견이 됐다. 동아일보 뿐이 아니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조··동 이라는 가시관을 쓴채 ‘나란히 나란히 애완견의 행진이다.
 
지난 새 해 초, 박근혜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은 애완견들의 지위를 확고부동하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래도 국민들은 설마 했는데 손 번쩍 들고 낭낭하게 질문하는 기자들을 보고 애완견은 저렇게 짓는구나 하면서 감탄을 했다. 기분 나쁘면 그 때 화면을 다시 한 번 보라.
 
애완견 중에는 더욱 귀염둥이가 있어서 대통령을 안아 보고 싶다고 했다. MBN라는 우리에서 기르는 암컷이다. 아마 많이들 부러워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어땠을까. 차마 입이 더러워질까 올리지를 못하겠다.
 
모두가 다 애완견인 줄 아느냐고 항의를 한다. 언론자유를 위해서 노력했다는 공로로 대학에서 언론을 강의하는 교수들의 모임이 기자들에게 상을 주는 행사에 참석했다. 청와대 애완견 소리가 나왔다. 수상을 한 기자가 할 말이 없다고 했다. MBC 출신이다. 기자들 모두의 책임이라고 했다. 어느 교수가 말을 받았다. 애완견을 기른 책임은 바로 교수들도 져야 한다고 고백했다. 다행스런 교수님이다.
 
고등학교 시절 송건호 선생님하테 배웠다. 그 때 선생님이 한국언론의 거목이 될줄 누가 알았으랴만 그 때 새파랗게 젊은 선생님에게 들은 말들은 자양분이 되어 내 살속에 남아 있으리라고 믿는다. 산본 언덕길에서 지팡이를 짚고 산책하시던 리영희 선생님의 마지막 모습이 가슴을 눈물로 채운다.
 
청와대 출입기자를 하려고 안달을 한다는 말을 들었다. 벼슬이라도 한듯이 청와대 출입한다고 으쓱한다. 애완견이 됐다는 자부심일까. 여칠 전 본 어느 기자는 어디 출입하느냐고 물으니 한참을 망설이다가 청와대라고 한다. 좋은데 출입하는군 했더니 날 물끄럼히 쳐다본다. 안다 니 맘.
 
### 애완견과 감시견. 그리고 투견
 
JTBC 9시뉴스를 켜면 집 사람이 다시 날 쳐다본다. 시청제한 채널로 죽어 있던 JTBC를 보자 왜 저러지 하던 아내가 며칠 지나더니 이해를 했고 이제는 함께 본다. 애완견이 아닌 감시견이 있기 때문이다. '역시 손석희가 다르네요' 그래서 새삼스럽게 '사람이 먼저다'라는 생각이 든다.
 
도리 없이 애완견이 됐다는 구차한 변명은 JTBC를 보면서 할 말을 잃을 것이다. 감시견을 애완견으로 만들기 위해 방통위가 땀 좀 빼는 것 같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이랬다저랬다 갈피를 잡기 힘든 법원 판결이 요즘 언론노조원들에게 참 기분 좋은 판결을 했다. MBC 직원들의 목을 잘랐던 김재철은 코가 대자나 빠졌겠지만. 애완견의 수괴였던 김재철은 동료이자 후배들에게 거침없이 칼을 휘둘렀다. 그는 지금 어디 있는가.

MBC 뉴스데스크는 해고동료들의 복직이 가슴 쓰린가. 애완견 노릇 그만큼 했으면 됐다. 이제 옛날의 자랑스러웠던 감시견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청와대의 애완견 새롬이와 희망이가 춘추관에 갔는가. 친구들이 있어서 무척 반가웠을 것이다. 안겨보고 싶다던 MBN의 애완견은 새롬이와 희망이를 안아주지 않았는가. 사람 차별도 안 되지만 개도 차별하면 안 된다.
 
정치인들이 못되서 정치가 이 지경인가. 맞다. 정치하는 인간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그 보다 먼저 국민에게 무릎을 꿇어야 할 인간들이 있다. 언론인이다.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느냐고 항의할 것인가. 이명박은 부시의 푸들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 언론이 그렇게 썼다. 아울러 애완견으로 전락한 언론도 푸들과 다를 바 없다.
 
기자들은 자신 스스로를 감시견이라고 했다. 도둑이 들었는데 감시견이 짖지 않는다면 도둑은 룰루랄라다. 집안은 거덜이 난다. 국가라면 역시 망한다. 이런 사실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노조를 결성하고 공정언론을 위해서 싸우고 목이 잘리고 심지어 목숨도 잃었다.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참지 못하는 기자들이 오죽 많으랴. 그 많은 사연들을 어찌 일일이 말 할 수 있으랴. 알게 모르게 내려오는 압력, 기사와 관련한 부당한 지시, 취재했다고 다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뼈꼴 빠지게 얻어낸 정보가 헛수고가 된다. 못된 공무원과 권력기관의 비리를 그냥 묻어버릴 수밖에 없다.
 
깡으로 그냥 쓰기도 어렵지만 싸우고 또 싸워서 보도를 하면 고소를 당한다. 권력기관과 재벌회사가 고소를 한다. 그 시달림을 어찌 말로 다 하랴. 살이 마르고 뼈가 삭는다. 꼭 이 짓을 해야 하는가. 누가 알아주는가. 고생하는 건 자신뿐이다. 그래도 쓰는 기자가 있다. 이것이 언론의 사명이고 기자의 의무다. 이런 비장한 각오를 하는 기자들이 있기에 세상은 사람사는 세상이 된다. 다 알면서 쓰지 못하는, 그래서 애완견과 감시견으로 나뉜다.
 
국민이 선출한 야당의 대통령을 이빨이 닳도록 씹어대고 결국 부엉이 바위에 오르게 한 기자들은 애완견인가 감시견인가. 그들은 죽을 때 까지 괴로움을 당할 것이다.
 
정치를 망치고 나라를 망치는 것은 정치인과 함께 이들의 충실한 애완견인 언론이다. 화 내지 말라. 양심에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면 왜 화를 내랴. 비난은 고사하고 업어주고 싶은 기자들도 얼마든지 있다.

역사는 모두 기록한다. 애완견이 될 것인가. 감시견이 될 것인가. 선택은 자신들이 한다. 이제 쓰지 않아 퇴화한 목소리 가다듬어 큰 소리로 짖어라. 멍 멍. 그래야 국민이 행복하다.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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