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국군의 날 행사가 해마다 열렸다. 구경거리도 참 많았다. 보무도 당당하게 시가행진하는 씩씩한 국군장병. 하늘을 가르는 전투기의 묘기. 그중에서도 한강 상공에서 펼쳐지는 낙하산 강하 훈련은 고교생의 가슴을 뛰게 했다. 낙하산이 펴질 때까지 급강하하는 공수 특전병들의 심정은 어떨까.
■아아. 이원등 상사
1966년 2월 4일 제1공수특전여단의 고공 침투 훈련 중 발생한 비극. 낙하조장인 이 중사는 강하 중 기능 이상인 동료의 낙하산을 펴주고 정작 자신은 시간 부족으로 한강에 추락했다. 뜨거운 전우애와 희생정신의 귀감이던 이원등 상사(일계급특진)의 동상은 한강 중지도(노들섬 동편)에 세워져 국민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문재인 대통령도 공수특전대 출신이다. 언제인가 물었다. 창공에 몸을 던지는 순간 기분이 어떠냐고. 참 바보 같은 질문이다. 무슨 대답을 들었을까. 그냥 미소만 보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병 생활 중 말뚝(직업군인)을 박으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모범군인이었던 모양이다.
지난 17일 휴가 중인 ‘마르셀루 헤벨루 드 소자’ 포르투갈 대통령이 휴가 중에 바다에 빠진 여성을 두 명이나 구조했다. 그의 나이 만 71세. 대단한 일이다. 찬사가 아깝지 않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1군사령부에서 사병계로 근무했다. 군대 생활 한 사람들은 사병계가 좋은 자리라는 것을 안다. 전·후방 교대근무 명령이 떨어졌다. 아무도 안 가려고 했다. 노 대통령이 지원했다. 안 가도 되는데 왜 지원하느냐고 상사들이 말렸다. ‘왜 그들만 고생해야 되느냐. 같이 해야 한다.’ 그는 최전방 전투사단에서 제대했다.
34개월 20일. 나의 사병 생활 날짜다. 사병 생활 한 사람과 안 한 사람과는 어딘지 모르게 차이가 난다. 나의 사람 평가 기준에도 군 생활은 포함된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타의로 군 면제가 된 것을 폄훼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상하 예절. 명령의 존엄. 군대에서 배운 것이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9일 5.18민주묘지에 참배했다. 추념문에선 광주 시민들이 5.18망언 3인방 제명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출처 - 미래통합당 홈페이지)
■김종인 위원장, 늦었지만 다행이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를 방문했다. 그는 5·18국립묘역에서 울먹이며 사과했다고 한다. 좋은 일이고 다행이다.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모욕했던 짐승들도 함께 엎드려 빌었으면 좋을 뻔했다.
참회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짐승이 참회하는 것을 보았던가. 박정희·전두환·박근혜는 대통령이었다. 차마 험한 말을 대놓고 할 수는 없지만, 마음속이야 어쩔 수 있는가. 김종인이 울먹이며 참회를 했다니 믿는다.
왜 이제야 사과인가. 묘지에 잠들지 못한 그 억울하고 분노에 찬 주검을 이제야 보았는가. 그래도 사과라니 다행이다. 그의 옆에 주호영을 비롯한 미통당 지도부들도 모두 엎드려 빌었다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왜 사과냐고 부글거리는 인간들이 있겠지만, 그렇게 평생을 살라고 할 것이다.
지도자의 길은 고난의 길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걸어 온 길은 가시밭길이다. 독재자에 의해서 현해탄(대한해협)에서 수중고혼이 될 뻔했던 김대중 대통령이었다.
부산 조선방직 앞이었다. 시민과 학생들이 반독재 시위를 하고 있었다. 경찰들이 밀려왔고 시민들은 쫓겼다. 그때 경찰을 막은 단 한 사람, 경찰 앞에 버티고 앉은 사람. 노무현이였다. 몰려오던 경찰이 노무현 한 사람 앞에서 멈췄다. 어느 독재도 노무현을 뚫고 가지 못했다.
경남고등학교 소풍날이다.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아직도 두 학생이 미도착. 기다리다 도시락을 먼저들 먹었다. 시간이 지나 하산을 준비했다. 그때 올라오는 두 학생. 한 학생은 다리가 불편했다. 땀범벅이 되어 그를 업고 올라 온 학생. 문재인이었다. 동창들은 문재인을 잊지 못한다.
“김대중 총재께서 승용차에 오르면서 저를 옆에 앉도록 했습니다. 기자로서 유일했습니다. 노무현 후보 대변인을 했고 당선자 대변인을 했습니다. 제가 취임연설문을 썼는데 한 글자도 고치시지 않았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존경받는 대통령들 지근거리에서 정치를 배웠고 2년여의 세월 동안 총리를 역임한 정치인도 평가를 받는다. 역사가 평가를 할 것이다.
■정치지도자의 거짓말
“장인이 좌익이라고 해서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란 말인가요. 그렇다면 저는 대통령을 하지 않겠습니다.”
국민들은 이 말을 누가 했는지 알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이인제는 집요하게 장인을 물고 늘어졌다. 노 후보는 단호했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대통령을 포기하겠다는 노 후보의 말을 들으며 청중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나는 그 현장에 있었다. 여성 청중들이 눈물을 흘렸다. 대의를 택한 노 후보의 험난한 길은 지도자의 길이었다.
지금 김종인은 5·18 학살을 사과한다. 5·18국립묘역에서 무릎을 꿇고 울먹인다. 사람이면 당연하다. 미통당의 다른 지도자들은 무엇인가. 김종인만 미통당원인가. 황교안·주호영은 어느 당의 지도자들인가.
온 나라를 코로나바이러스의 수렁으로 몰아넣은 전광훈의 ‘사랑제일교회’는 그 이름과 함께 코로나19 살포의 주범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그와 더불어 전광훈을 구세주나 되는 것처럼 감싸고 돌던 미통당의 지도자들도 역사의 응징을 면할 수가 없을 것이다.
전광훈과 함께 코로나바이러스를 뿌리고 다니며 환호하던 미통당 의원들이 지금은 전광훈이 마치 마귀라도 되는 듯 펄펄 뛰며 평생에 한 번도 못 본 인간인 듯 외면하는 걸 보면 인간이길 포기한 자들이라는 절망감에 빠진다. 저들이 국회의원이라니.
생존해 있는 동안 내 몸 돌보지 않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오직 한 길을 걸었던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다. 많지는 않아도 그의 정치를 배우고 따르는 정치인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지도자의 조건
지도자의 길은 국민들이 어떻게 보는지 매우 중요하다. 좋은 지도자를 찾아 지지하는 국민의 눈이 더욱 중요하다.
첫째 조건은 ‘정직한 정치인’이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은 거짓말하는 정치인을 신물 나도록 겪어왔고 지금도 겪고 있다. 정치인은 거짓말과 천생연분처럼 알고 지낸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당연한 것으로 느낀다. 희망이 없다.
이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다. 당의 새 대표가 선출될 것이다. 새로운 최고위원을 뽑는다. 남편 잘 만나면 아내도 좋고 자식들도 좋다. 지도자 잘 뽑으면 국민이 행복하다.
축구를 잘해도 모두 국가대표가 될 순 없다. 훌륭한 지도자감을 뽑고 훌륭한 최고위원을 선출해야 한다. 형편없는 국회의원을 뽑아 국민에게 욕 먹는 심정을 잘 헤아리기를 바란다.
끝으로 한 마디. 조카가 의사다. 아프다니까 치료해 주었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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