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엉뚱한 생각을 가끔 한다. 10분 정도 지구 상에서 말이라는 것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긴 설명이 필요한가. 죽은 세상이 될 것이다. 세상은 말로 살아 움직인다.
■말 못하고 죽은 귀신
속담을 또 인용한다. ‘말 못하고 죽은 귀신은 썩지도 않는다.’ 왜? 한을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옛날에 미아리에는 공동묘지가 있었다. 밥공기 엎어놓은 것 같은 수만 개의 묘지. 저마다 사연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묘지는 말이 없다. 그게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의 이치다.
초딩 때 학교에 오가다 보면 약장수를 보게 되는데 곰 가죽을 깔고 앉아 토해 내는 말이 청산유수다. 어쩜 저렇게 말을 잘할까. 감탄하면서도 지금 생각해 보면 영양가 있는 말은 없었다. 물론 말 잘한다고 존경할 것도 없다.
말은 할 말이 필요할 때 해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입 벌리면 멍멍이 소리다. 자신이 하는 소리가 멍멍이 소리가 아닌가. 할 말 제대로 하는 사람도 있다. 이승만의 자유당 독재 시절 신익희·조병옥, 박정희·전두환 독재 때 김대중의 발언은 민주주의를 꽃피게 하는 씨앗이었다.
많은 정치인이 올바른 소리를 하다가 고생을 했다. 아무 권력도 없으면서 올바른 말을 해 고생하는 국민도 있었다. 이것이 바로 말의 진정한 가치다. 저 무서운 전두환 독재 시절인 1990년 10월 4일 국군 보안사령부에 근무하던 윤석양 일병은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했다. 그게 진정한 말의 가치다.
(사진출처 -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 페이스북)
■개소리는 얼마나 많은가
1955년 9월 13일 당시의 정론 언론인 대구매일신문은 정치행사에 학생들이 동원되는 것을 비판하며 ‘학도를 정치도구로 이용치 말라’는 칼 같은 사설을 썼다. 벌컥 뒤집혔다. 깡패들이 동원되어 신문사를 습격해 인쇄기를 파괴하고 직원들을 폭행했다. 그러나 구속된 사람은 사설을 쓴 주필 최석채였다.
국회조사단이 구성됐지만, 자유당 의원들은 테러를 ‘의거’라며 깡패들에게 훈장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테러가 아니라 의거다” - 자유당 박순석 의원
“애국심에 불타서 테러한 청년들에게 국가의 훈장을 줘야 한다” - 자유당 최창섭 의원
“‘대구매일’은 개새끼, 금반 ‘대구매일’ 사건은 백주에 행하여진 것이므로 테러가 아니다.” - 경북경찰국 사찰과장 신상수
얘기가 길었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인과 언론의 개소리는 여전하다.
■입이 화를 부르니 조심, 또 조심
주호영 왈. “북과 내통한 사람이 국정원장이 되다니 기가 막히다.”
태영호 왈.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전향했느냐?”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사실이다. 대한민국 제1야당의 대표인 주호영의 공개 발언이다. 북과 내통한 국정원장. 그럼 간첩이다. 대한민국이 큰일 났다. 대통령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야당이라도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주호영은 판사 출신의 야당 원내대표다. 절대로 무식하다고는 할 수가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조금 전 내가 지적한 멍멍이 소리는 무엇인가. 주호영에게 알려 줄 것이 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7·4 남북공동성명’을 만든 이후락 중앙정보부장도 북한과 내통한 간첩이냐. 명색이 판사 출신 제1야당 원내대표 입에서 이런 수준의 말이 나온다는 것은 비극이다. 도대체 머리가 어떻게 돌아가느냐.
태영호는 북한의 외교관으로 영국공사를 하다가 민주주의가 그리워 대한민국을 찾았다. 전향이다. 국회의원까지 됐다. 한데 아직도 ‘전향’ 타령이라니. 주체사상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는가.
■이재명의 헛발, 말부터 배워야
기사회생이란 말은 정치판에서 잘 쓰는 말이다. 죽다 살아났다는 의미다. 국민 모두의 주목을 받는 이재명의 재판 결과를 두고 기사회생이라고 했다. 최근 이재명만큼 주목받는 정치인도 그리 많지 않다. 기사회생이란 말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이럴 때 조심해야 하는 것이 말이다. 긴장이 풀린 안도감 때문인가. 헛발질이 많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으로 민주당이 곤욕을 치르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내년 4월에 재보선을 어떻게 치를 것이냐를 걱정한다. 최선을 다 해서 대처해야 한다. 한데 이재명 지사가 날린 헛발질.
‘서울·부산 시장후보는 내지 않는 것이 좋다.’
(정확한 발언 내용은 “말도 아니고 규정으로, 무슨 중대한 비리 혐의로 이렇게 될 경우에는 공천하지 않겠다고 써놨지 않습니까? 그러면 지켜야죠. (중략)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요.”였다.)
이재명이 한 말이라고 전해졌는데 파문이 확산하자 그런 말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미 국민은 그렇게 알고 있다. 말은 조심해야 한다. 특히 지도급 인사의 발언은 한 번 입을 빠져나가면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도 주워담을 수가 없다.
이재명이 재목임은 분명하지만, 아직 검증이 미흡하고 여러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처신이 좀 가볍다는 평가도 약점이다. 각별히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좋은 목재라도 대들보로 쓰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정성으로 가다듬어야 ㅘ는지 명심해야 한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서울·부산시장 후보 관련해서는 연말쯤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고 했고 이재명의 발언으로 괜히 분란만 일으켰다고 했다. 일에는 순서가 있다. 밥부터 먹어야지 숭늉부터 마시면 순서가 바뀐 것이다.
■한 마디 말실수로
주호영이 이재명의 말꼬리를 물었다. 그는 이재명의 공천 관련 발언 번복을 들먹이며 신뢰가 무너졌다고 비난했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가 북한과 내통했다는 어마어마한 황당 폭로를 한 주호영의 진가 발휘다.
한마디 실수로 빌미를 제공한 이재명도 그렇지만 정치인들아. 제발 말조심해라. 한번 입에서 나가면 주워담을 수 없는 게 말이다. 되돌아올 때는 비수가 되어 자신의 가슴에 박힌다. 이재명도 좋은 경험 했다.
통일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지켜보며 또 땅을 쳤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운명적 비극을 한탄했다. 차라리 귀를 막고 싶었다. 북한의 외교관으로 영국공사를 하다가 전향한 태영호가 한국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미통당의 청문위원이 된 태영호는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게 전향했느냐고 물었다. 이인영이 빨갱이었나. 또 한 번 땅을 쳤다.
"대한민국 출신의 4선 국회의원, 그리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게 어떻게 주체사상을 포기하라, 전향했느냐고 묻느냐”
대한민국 국회를 모욕해도 분수껏 해야 한다. 이것이 미통당의 공식입장인가. 이야말로 멍멍이가 부끄러울 정신줄 놓은 자의 망발이 아닐 수 없다.
■의원들은 집에 처자식도 없는가.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국회의원에 출마한 친구가 있었다. 그때 그 녀석이 한 말이 정치판에 크게 회자된 적이 있었다.
“우리 아버지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나라가 망하고 떨어지면 집이 망한다”
어떤가. 대한민국 국회의원 중에 이런 말을 하는 아들은 없는가.
대한민국 정치인들에게 시조 한 수 선물한다. ‘청구영언(靑丘永言)’에 나오는 시조다.
말하기 좋다하고 남의 말을 말을것이.
남의 말 내하면 남도 내말 하는 것이.
말로서 말많으니 말 많을까 하노라.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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