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
■‘무슨 사태’가 아니라 민주화운동
1980년 5월 광주는 고립된 섬이었다.
저기 철조망 너머 복면을 한 폭도들이 총을 든 채 서성이고 있다.
1980년 5월 광주사태(황교안 식 표현) 당시 조선일보 김대중 기자의 기사다. 폭도들은 그렇게 민주주의를 위해 총을 들고 싸웠고 죽었다.
광주 5·18 묘역에 가면 묘비마다 한 인생의 역사가 있고 광주의 역사가 있고 한국 민주주의 역사가 있다. 상석에 발을 올려놓는 철면피의 역사도 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어도 그들의 말을 살아있는 자들이 기억하고 전한다. 죽은 자들은 거창한 민주주의를 말하지 않는다. 그냥 사람답게 살기를 원했을 뿐이다. 그들에게 전두환은 총을 쐈다. 살인이다. 집단살인이다. 엎드려 울었다.
오래 전 썼던 5·18 관련 칼럼이다. 왜 다시 5·18을 말하는가. ‘무슨 사태’ 때문이다. 5·18을 ‘사태’라고 부르는 자들 때문이다.
■5·18 사태
종로에 출마한 황교안 후보가 9일 모교인 성균관대 앞에 있는 떡볶이집을 찾았다. 그는 “여기서 학교에 다녔다면서 1980년 그때 하여튼 무슨 사태가 있었다. 그래서 학교가 휴교 되고 이랬던 기억이…(있다)”고 말했다. 휴교까지 해야 했던 5·18 민주화운동이 ‘무슨 사태’ 정도가 된 것이다.
그때가 대학 4학년이었다던가. 고시 공부에 여념이 없었기에, 아니 민주화운동쯤이야 했을 수도 있었고 5·18 민주화운동이 무슨 사태가 될 수도 있다. 그래도 그렇지 5·18을 꼭 ‘무슨 사태’로 표현해야 했을까. 분명히 말해 주고 싶다. 5·18은 피로 얼룩진 민주화 운동이다. 민주화를 염원하는 수많은 청년학생과 국민들이 독재정권의 총탄 앞에 죽어 간 민주화 운동이다. 앞으로도 그런 바보 같은 소리를 해서 망신을 당할까봐 일러준다.
■차라리 침묵이 낫다.
상처가 치유되고 시민들의 마음이 열릴 때까지 광주를 찾고 시민들을 만나겠다.
지난해 5월 광주 방문 때 황교안이 한 발언이다. 너무 정신을 쓰다 보니 까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조심해야 한다. 자신의 말 한 마디가 상대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잘 생각해야 한다.
당시 5·18의 비극을 국민 대부분이 몰랐다. 그 잘 난 언론 덕이다. 그냥 폭도들의 난동으로 알았을 뿐이다. 조금씩 광주학살의 진상이 알려지기 시작하고 광주를 찾았다.
망월동 묘역. 잔디도 덮지 못한 붉은 묘지들. 팻말 하나씩 꽂혀 있는 무덤 앞에 늙은 어머니가 소리 내어 운다. 만삭의 몸으로 총을 맞은 주부. 어린 여학생.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그냥 잔디밭에 주저앉아 울었다. 죽어서도 잊지 못할 기억이다. 이것이 바로 야당 후보가 말한 ‘무슨 사태’다. 충고한다. 정말 조심해야 한다. 할 말 없으면 침묵해라. 가만있으면 중간은 간다.
선거는 이겨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기는 방법은 옳아야 한다. 후보들에게 간곡하게 부탁한다. 당당하게 싸워 자랑스럽게 승리해야 한다. 그래야 부끄럽지 않은 지도자가 된다. 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을 잊는 것은 수치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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