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1·4후퇴 당시 부산으로 피난을 갔다. 부산 친구들은 서울 어디서 살았느냐고 묻는다. 무슨 동에 살았다고 해봐야 알 리가 없다. 그러나 종로에 살았다고 하면 ‘아 그러냐’ 하면서 아는 척한다. 좌우간 종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정치 1번지인가.
내 본적이 종로구 내수동이다. 지금은 ‘경희궁의 아침’이라는 아파트가 자리 잡고 있으며 정부종합청사가 폼 잡고 있다. 난 창신초등학교 출신이다. 6·25 전쟁 전, 학교 앞 돌산에서 돌 깨는 소리를 들으며 공부를 했다. 어제 창신동 숭인동을 다니면서 75년 전의 모습을 생각했다. 참 많이도 변했다.
왜 종로가 유명한가. 이유가 있다. 왕궁이 자리 잡고 있지 않았는가. 청와대가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지만, 옛날부터 사대문 안이라고 하면 바로 종로를 가리킨 말이다. 이른바 명문이라는 학교도 거의 종로에 있었다. 중·고등학교를 비롯한 대학도 그랬다. 이만하면 종로 선전은 할 만큼 했다. 아, 빠진 것이 있다. 종로는 대통령을 3명이나 배출했다. 윤보선·이명박·노무현이다. 총선으로 뽑은 대통령도 둘이다. 이제 여야의 대표들이 종로에서 한 판 겨룬다. 이낙연vs황교안. 빅 매치라고 야단이다.
■진짜 사나이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전투와 전투 속에 맺어진 전우야
산봉우리에 해 뜨고 해가 질 적에
부모 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
군대서 건빵 먹어보지 못한 친구들은 모를 것이다. 빳다 맞아보지 못한 친구들도 모를 것이다. 온종일 땡볕에서 훈련을 받고 녹초가 된 귀대 길. 소대장의 명령이 떨어진다. ‘군가 시이~작 진짜 사나이 하나 둘 셋 넷’-사나이로 태어나서-’진짜 싸나이‘가 황혼 귀대 길에 울려 퍼진다.
지친 가슴에서 울려 나오기 시작한 군가 ‘진짜 사나이’는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 애국심이다. 군대 안 간 인간들은 어림도 없다.
산봉우리에 해 뜨고 해가 질 적에
부모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
그래. 우리가 나라를 지킨다. 부모·형제를 지킨다. 눈시울도 뜨거워진다. 감동이다. 34개월 20일. 나의 쫄병 시절은 빳따와 함께 생생하게 살아 있다. 젊었을 때 우리는 건빵 안 먹고 빳따 안 맞아 본 인간은 축에 끼워주지 않았다. 진짜 사나이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황교안의 착각
종로에 나간다. 안 나간다. 못 나간다. 지지자들의 간을 마르게 하던 황교안이 좌우지간 출마를 결정됐고 일요일부터 선거운동도 시작했다. 신종코로나 때문에 악수도 주먹으로 한다. 세게 치면 다칠 것이다. 조심해야 한다.
한데 우선 여기서 분명히 밝혀둬야 할 것 같다. 종로선거는 국회의원 선거라는 사실이다. 국회의원 선거를 대통령 선거로 잘못 판단하면 안 된다. 그러나 착각한 것 아닌가 생각되는 후보가 있다. 꼭 지적하지 않아도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
입에서 나오는 말은 증오다. 증오는 악마의 뿌리는 독극물과 같다. 퍼지면 증오의 대상만이 아니라 자신도 상한다. 증오를 버려야 한다. 순리다.
출마 선언에서 황교안은 자신이 지금 백척간두에 섰다고 했다. 자신이 그렇다는 것이다. 왜 백척간두에 섰는가. 생각해 보면 자신도 국민들도 잘 알 것이다. 과거라고 해도 지워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모두의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고교 시절 이후 처음으로 삭발도 했다. 투쟁이다. 투쟁을 위한 단식도 난생 처음으로 했고 병원에 입원을 했다. 목숨을 건 투쟁이 아닌가. 국민들은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용기는 고귀한 것이다.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용기는 용기다. 용기가 없으면 못 할 일이다. 자발적이든 떠밀려서든 종로 출마를 결단했다. 구구한 객소리 할 것 없다. 기차는 떠났고 뛰어내릴 수도 없다. 4월 15일. 기차는 종착역에 도착한다. 그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정정당당하게 말이다.
문재인 도둑정권 타도라는 반복 절규가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될까. 황교안의 출마가 진짜 사나이의 용기라고 유권자가 판단할 때 승패를 떠나 황교안은 역사에 남을 것이다.
정정당당해야 한다. 나라의 지도자들이다. 추한 모습을 보이면 영원히 죽는다.
‘진짜 사나이’의 모습을 보여주길 국민들은 간곡히 바란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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