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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패장은 입이 없다. 그러나...
등록날짜 [ 2013년04월12일 17시16분 ]
이기명 칼럼리스트
-패장은 입이 없다. 그러나...-
 
문재인을 언제까지 난도질 할 것이냐.
 
 
이 기 명(칼럼니스트)
 
짜증이 극에 달한 정당이라서 어지간하면 입 다물고 있으려 했다. 어차피 그러려니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건 해도 너무 한다. 노루꼬리 3년 우려먹는다고 하지만 이제 문재인을 매도해서 우려먹을 것이 얼마나 있겠는가. 정치도의적으로 타락한 행태고 하도 우려먹어서 맹물밖에 나올 것이 없을 것이다.
 
대선평가 보고서라는 게 나왔다. 나오기 전부터 말이 많더니 뚜껑 열어보니 차마 봐주지 못하겠다. 적어도 평가보고서라면 다른 건 몰라도 공정하기는 해야 한다. 짚을 거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뜯어봐도 공정하지가 않다. 작심하고 쓰지 않고는 이렇게 편파적이지는 못할 것이다.
 
대선이 무슨 중학생들 일제고사냐. 이름 딱 박아 놓고 넌 몇 점, 넌 몇 점, 도대체 이게 대학교수 지내고 언론사 정치부장 하고 국회의원 했다는 사람의 상식인지 물어보고 싶다.
 
장기판에는 원래 훈수꾼이 많다. 운동시합에는 왠 놈의 심판과 감독이 그렇게 많은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전쟁이 끝나면 장자방과 제갈공명이 수백 명이나 나온다고 한다. 이긴 쪽이야 나눠먹을 떡이라도 있지만 패한 쪽은 책임전가와 비난뿐이다. 민주당이 그 꼴이다. 잘난 인간들 너무 많다.
 
패장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대국민 사과다. 능력이 없어서 지지해 준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었다고 문재인이 사과를 했다. 문재인의 사과가 형식적인 거짓 사과인가. 사기꾼 눈에는 모두가 사기꾼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문재인 만큼만 정직하게 살았다면 대한민국 경찰 검찰 다 굶어 죽는다. 누가 감히 문재인 앞에서 정직을 말하는가. 나와 보라고 하고 싶다.
 
말하고 싶지 않지만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안철수가 훌륭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거 안다. 서울시장 선거 때 지지율에서 훨씬 앞선 안철수가 박원순에게 양보를 했다. 더 큰 것을 바라고 시장후보를 양보했다는 말도 있지만 믿고 싶지 않다. 그러나 문재인과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 애를 태울대로 태우다가 예고 없이 후보직을 사퇴한 것은 많은 문제가 있다. 진정으로 문재인의 당선을 소망하는 안철수였다면 그 좋은 머리로 보다 효율적인 사퇴방법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사퇴는 하되 상처를 주고 사퇴했다는 평가다. 아닌가.
 
그 뿐만이 아니다. 단일화 협상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은 설사 안철수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입장이라 해도 바른 자세가 아니다. 더구나 단일화 이후에 안철수의 문재인 지원은 속이 뻔히 보였다. 민주당과 문재인의 간만 태웠다. 그의 주위에서 보좌하던 인물들의 순수성을 기대하진 않더라도 한 눈에 꼼수가 뻔한 행동은 안철수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는 정도를 걸어야 한다. 안철수가 정치를 잘못 배우고 있다는 지적은 바로 뜨거운 가슴이 아닌 잘 돌아가는 머리에 너무 의존한다는 사실이다.
 
투표를 하고 선거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외국으로 떠나버린 사정이야 알 수도 알 필요도 없지만 적어도 상식의 정치인이라면 바른 처사가 아니다. 이게 바로 생각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열과 성을 다 해 지원한 후보의 당락이 결정된 후에 위로라도 한마디 하고 떠나면 안 될 급한 일이 있었는가. 안철수의 경박한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다시 대선평가 보고서로 돌아가자. 평가위원들은 진정으로 대선패배 원인이 문재인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평가보고서를 만든 한상진이나 김재홍은 언론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다. 더구나 김재홍은 동아일보 정치부장 출신이다. 언론의 실체를 환히 꾀고 있는 인물이다.
 
크던 작던 언론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어떻다는 것은 그들이 잘 알 것이다. 어떤가 언론이 공정했는가. 언론의 편파적 왜곡보도는 대선평가에 반드시 언급되어야 했다. 또 한 가지 국정원의 대선개입은 왜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는가. 몰라서 그랬는가. 한상진과 김재홍 그리고 평가위원들은 정직했어야 했다.
 
선거란 잡다한 세력들이 모여서 하는 복잡한 전쟁이다. 잔머리 굴리는 인간들도 널려 있다. 문재인에게 판세가 유리하다는 여론이 일자 저마다 제갈공명을 자처하면서 후보에 접근했다. 그 과정에서 소외를 느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 바로 청와대 출신들이 대선지휘부를 장악했다는 모략이다. 제 얼굴에 침 뱉는 소리는 말아야 한다. 누가 어떤 평가를 받는지는 이미 다 알고 있다. 낮과 밤을 오가며 옷을 갈아입는 인간들이 정치판을 얼마나 오염시키는지는 세상이 다 안다. 통합을 외치며 새누리당으로 간 한광옥 한화갑 김경재 등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나중에 나오겠지만 이런 인간들의 행태는 국민들의 정치불신을 가중시켰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대선평가단이 구성되었을 때 이런 경과가 나오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람을 찍어 점수를 매기는 치졸한 방법이 나올줄은 정말 몰랐다. 이것이야 말로 다시 한 번 문재인을 부관참시하려는 비열한 술책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당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그 중심 표적을 문재인으로 삼은 이른바 비주류의 저질 정치행태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 한상진 김재홍은 공개사과를 해야 한다.
 
대선평가위원회는 평가보고서가 나온 후 당이 조용할 줄 알았는가. 보고서의 결론을 모두가 승복하고 당이 하나도 단결할 수 있을줄 알았던가. 그랬다면 바보들의 사고다. 발표된 후 당은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당연하다. 이유는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을 내려놓고 짜 맞추기를 한 보고서였다.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대선채임을 저야 한다고 평가받은 친노 주류들이 백서를 낸다고 한다. 백서 내용은 대선과정에서 안철수 캠프와 문재인 캠프 사이에 협상과정이 낱낱이 공개될 것이다.
 
일파만파로 민주당의 내분이 노출될 것이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당사자들이 억울할 수도 있지만, 당당하게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 겪는 갈등 정도로 받아들여주길 바란다"고 했지만 어림없는 소리다. 민주당을 몰라서 하는 소린가. 당을 만신창이로 만든 인간들이 걸어 온 길을 보자. 그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정치인들은 그렇게 관대하지도 않고 참을성도 없다. 이제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더 이상 바랄 수가 없게 되었다. 당 대표가 누가 되고 어느 계파가 당을 장악하던 갈 길은 가시밭길이다. 민주당이 집권할 방법은 무엇인가. 찍어주고 싶어도 손가락이 말을 안 듣는다는 국민의 소리는 개가 짓는 소린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으면 죽기 전에는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한다. 충고 한 마디 하자. 빠져 나오지 못하고 죽는 것은 지 팔자지만 가만히 있는 사람을 물귀신처럼 끌어들이지 말라.
 
문재인이 다시 사과했다.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또 매질을 할 것인가. 김한길 김영환 문병호를 비롯한 비주류들에게 묻는다. 또 다시 문재인에게 의원직 사퇴하라고 할 것인가. 신경과 전문의에게 상담부터 하길 바란다.
 
이기명 팩트TV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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