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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두려움 안고 갑니다. 일어나십시오
등록날짜 [ 2014년01월03일 14시15분 ]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
두려움 안고 갑니다. 일어나십시오
불꽃으로 진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국민들은 주저하고 두려워하고 계시다.
모든 두려움은 내가 다 안고 가겠다.
국민들이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나 주셨으면 한다”

 
 2013년 12월 31일 오후 5시35분, 한 해의 마지막 날, 서울역 앞 고가도로 위에서 절망의 불꽃이 타 올랐다. 웬 불꽃인가. 마흔 한 살의 젊은 이남종 씨가 몸을 불태운 불꽃었다. 이남종 씨가 남긴 유서에서 우리는 그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다. '박근혜 사퇴', '특검 실시'라고 쓴 현수막을 도로 아래로 내려트렸다. 그리고 불의한 권력에 대한 ’몸을 태우는 마지막 저항을 했다. 마지막 저항인가. 아니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제발 육신을 태우는 '분신'이란 극한투쟁만은 일어나지 않기를 빌었지만 결국 국민들 눈앞에서 비극은 벌어지고 말았다. 이 일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분신이란 자신의 몸을 불태워 불의에 저항하는 최후의 방법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의 절망적 저항이며 처절한 저항이기도 하다.
 
오늘의 현실을 보는 국민의 시각은 절망적이다. 아무리 행복시대를 약속한다고 해도 이를 믿을 국민은 없다. 이미 국민은 박근혜 정권에 대해서 속았다고 믿고 있다. 남은 것은 팔 다리 다 묶이고 벌레처럼 사는 것이다. 아니 벌레는 꿈틀거리기라도 한다. 그러나 국민은 불의한 권력이 짓누르는 폭력으로 꿈틀거리지도 못하던 유신시대의 자화상을 똑똑히 보고 있는 것이다. 유신과 전두환 독재시절, 국민은 얼마나 억울하게 죽었던가. 그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분신이라면 국민은 전태일 열사가 떠올라 가슴이 찢어진다. 1970년 11월 13일, 서울 평화시장 앞길에서 전태일이 분신했다. 이름 없는 재단사 전태일, 그는 '근로 기준법' 책을 태우고 자기 몸에 불을 지르고 '우리는 개가 아니다' 소리쳤다.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외쳤다.
 
박정희 전두환의 독재시절 가장 처절한 저항은 분신자살이었다. 1985년 5월, 신림동 4거리에서 서울대 이재호는 옥상에서 투신 숨졌고 김세진은 시너를 붓고 옥상에서 화염에 싸인 채 쓰러졌다. 이재호는 5월26일 끝내 눈을 감았다. 1986년 5월 20에는 서울대 이동수 군이 분신 후 투신자살 했다.
 
투신과 분신으로 목숨을 던져 민주주의를 외치던 독재시절, 그리고 4.19와 5.18과 6.29의 저항으로
민주주의를 찾았다고 국민들은 생각했다. 이제 적어도 민주주의 외치며 분신하는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국민들은 믿었다. 그러나 목숨을 버리는 화염은 다시 타 올랐다. 국민은 두 눈으롤 분신을 목격한 것이다. 내 자식, 내 형, 내 동생이었다. 아아 숨이 막힌다.
 
### 내가 두려움 안고 가겠다
 
학사장교 출신의 예비역 대위,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시를 사랑했던 지식인 이남종 씨가 자신의 유서 속에 피로 쓴 가슴을 때리는 절규, 국민의 권리였다. 민주주의였다. 독재타도였다.
 
“국민들은 주저하고 두려워하고 계시다.
모든 두려움은 내가 다 안고 가겠다.
국민들이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나 주셨으면 한다”

 
그가 마지막 가져가려던 두려움은 무엇이었는가. 두려움을 떨치고 국민이 일어나 주기를 바랐던 소망은 무엇이었을까. 민주회복을 위한 국민의 저항이었다. 민주주의 회복을 기원하는 소망이었다. 그가 분신한 고가도로 밑으로 펼쳐진 “박근혜 퇴진. 특검실시”란 펼침막, 그것이 그의 절규였다.
 
국민들은 안다. 말은 안 해도 그와 함께 운다. 비록 두려움으로 말을 못하고 저항을 못하고 서울광장에서 소리 한 번 크게 지르지 못해도 오늘의 현실을 왜 모르랴. 민주주의가 압살되고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주권이 짓밟히는 우리의 현실을 다 안다. 그러나 두려운 것이다. 내가 나선다고 세상이 바뀌는가. 내가 아니라고 싸울 사람은 많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정말 부끄럽다. 이남종 열사는 국민에게 말했다. 내가 여러분의 두려움을 가지고 죽겠습니다. 일어나십시오. 그의 유언이다.
 
죽을 용기도 없고 새벽에 글이나 쓰고 있는 늙은 놈은 땅속으로 들어가고 싶도록 부끄럽다. 그런 국민들이 얼마나 많으랴. 그러나 부끄러워하지는 못해도 그의 죽음을 폄훼하고 왜곡하지는 말아야 한다. 천벌 받을 짓이 아닌가. 그들은 도대체 어떤 인간들이냐.
 
언론은 이남종 씨가 빚 때문에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생활고라고 했다. 일기에 써 있다고 했다. 경찰이란 자들이 발표를 했고 조··동이 받아썼다. 사람이 아니다. 인간의 탈만 썼을 뿐 짐승과 무엇이 다르랴. 이남종 씨 유서의 또 다른 내용이다.
 
“박근혜 정부는 총칼 없이 이룬 자유민주주의를 말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전복한 쿠데타 정부입니다. 공권력의 대선개입은 고의든 미필적 고의든 개인적 일탈이든 책임져야 할 분은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보이지 않으나 체감하는 공포와 결핍을 제가 가져가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두려움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일어나십시오.”
 
얼마나 간절한 애원인가. 이것이 생활고인가. 이미 언론이기를 포기하고 기자이기를 포기한 자들이 세상을 쓰레기통으로 만들고 있다. 경찰은 자살이유를 생활고로 몰아가기에 급급했다. 어느 놈의 지시인가. 왜 그랬을까. 이유는 그들이 잘 알 것이다. 결론은 역시 개다.
 
몸을 쇠사슬로 묶고 휘발유를 몸에 뿌려 스스로 삶을 마감하며 마지막 외친 반정부 구호가 왜 가난 때문인가. 민주주의 회복과 특검요구와 박근혜 퇴진이 가난하고 무슨 상관인가. 쓰레기 언론의 귀에는 이것이 생활고를 비관한 절규로 들린단 말인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 역시 이남종 씨가 남긴 글이다. 지극히 당연한 인사말이 마치 욕이라도 되는 듯 입 밖에 내기가 두려운 “안녕하십니까.”
 
‘안녕하냐’고 물으면 마치 놀리는 것으로 들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정상적인 세상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것을 생활고의 탄식이라고 보도하는 조··동 이야 말로 너희들의 양심은 안녕하냐고 묻는다.
조 중 동의 편파 왜곡보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때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 조··동에서 밥 먹고 사는 기자들도 귀가 있고 눈도 있다. 세상 민심 모를 리가 없다. 욕먹는 것도 다 알고 있다. 집회현장에서 얻어맞는 수모를 겪는 자신이 한 없이 불쌍하게 느껴질 것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안녕하냐’고 물으면 놀리는냐고 되묻는 그들을 보며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 긴 얘기도 하기 지겹다. 다만 한 마디, 욕 좀 먹지 말고 살자. 거짓말 말고 사실대로만 쓰자. 특히 국민들 가슴에 불 지르는 거짓말은 하지 말자. 권력의 눈치도 봐야 하고 데스크 눈치도 봐야 하는 그들이지만 이제는 기자이기를 포기했다는 모욕만은 면하자.
 
방통위의 행태를 보자. 이건 언론탄압이다. JTBS의 뉴스보도가 정권에 대해 비판적으로만 느끼는가. 왜 생트집인가. 알아서 기라는 협박공갈인가. CBS에 뉴스에 대한 트집은 개가 웃을 짓이다. 집에서 개를 기른다면 매일 어떻게 개를 보는가.
 
### 눈 감고 귀 막은 정권
 
박근혜 정권이 출발한지 1년, 어떤 정권이든 출발은 희망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박근혜 정권은 출발부터 역사의 오점인 부정과 불법의 오해를 안고 출발했다. 그럴 수 있다. 세상에는 억울한 일이 얼마든지 있다. 반대당의 모략일 수 있다. 이것을 씻어내는 것이 새로 출범하는 정권이 할 일이다.
 
그러나 어떤가. ‘내가 댓글로 당선했단 말인가요.’ ‘난 도움 받는 적도 도움을 요청한 적도 없다.’ 이것으로 국민에게 대답한 박근혜 정권을 국민은 믿지 않는다. 갈수록 불법과 부정으로 집권한 정권이라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뿌리깊게 내리고 있다. 2.200만의 국정원 관여 댓글로 어떻게 국민을 믿게 한단 말인가. 무슨 염치로 국민에게 신뢰를 요구할 수 있는가.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인간의 일이기에 참는다고 하자. 그러나 왜 귀를 막고 눈을 감는가. 그렇게도 국민의 소리가 듣기 싫고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보기 싫단 말인가. 이것이 모두 박근헤 정권 아래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잘못된 것을 보아야 고치고 잘못이라는 지적을 들어야 고칠 것이 아닌가. 자신의 말만이 옳다는 오만과 독선은 국민이 이해하지도 허용하지도 않는다. 국민과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어서 풀지 못할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왜 혼자 잘났는가. 왜 거짓말을 하는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 몇 개나 되는지 당당하게 밝혀 보라고 국민은 요구하는 것이다. 10만의 인파가 엄동설한의 추위에 덜덜 떨며 외치는 고함소리가 할 일 없어 하는 심심풀이로 생각하는가.
 
정권의 말기현상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경찰력으로 막아 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경찰이 무너지면 다음은 무엇인가. 끔찍한 생각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 국민이 용서하지 않는다.
 
국민의 마지막 소망이 있다. 아직 늦지 않다. 겸손하게 국민과 대화를 해라. 더 이상 국민은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몸을 태우는 분신을 보기 원하지 않는다. 너무나 끔찍하다. 이를 막는 것은 박근혜 정권의 의무다. 이남종 씨의 유언을 기억하기 바란다. 좋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국민들은 주저하고 두려워하고 계시다.
모든 두려움은 내가 다 안고 가겠다.
국민들이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나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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