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세상에 맘대로 못 하는 것이 있다. 죽고 사는 것과 자식이다. 자식은 겉을 낳지 속을 낳느냐는 속담도 있다. 무자식 상팔자란 말도 있다. 그래도 어디 그런가. 자식을 낳기 위해 석 달 열흘 정한 수 떠 놓고 기도하는 여성도 부지기수였다. 옛날엔 자식(아들) 낳지 못하면 칠거지악이 됐다.
요즘처럼 자식으로 인해 세상이 시끄러울 때가 또 있었을까. 조국·나경원·황교안·장제원·홍종욱 등이다. 장제원의 아들은 음주운전에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했다. 한 창 말 펀치로 깃발을 날리던 장제원은 자식 때문에 침묵의 사나이가 됐다. 홍종옥은 딸이 마약밀수를 해서 국민에게 빌었다.
그러나 자식이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말썽꾼 자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인당수(印塘水)에 몸을 던진 심청이는 효성의 상징이다. 못된 자식이 많다 해도 그래도 좋은 자식들이 많다. 나쁜 놈들보다 좋은 사람이 많듯이 말이다.
■조민! 참 훌륭하구나
김어준이 물었다.
본인이 기소되고 대학원이나 대학 입학 취소되고 그래서 본인이 고졸이 되면 어떻게 해요?
조민
그러면 정말 억울하죠. 제 인생 10년 정도가 사라지는 거니까요. 그런데 저는 고졸 돼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험은 다시 치면 되고, 서른에 의사가 못 되면 마흔에 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의사가 못 된다고 하더라도 제가 이 사회에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고도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그런데 어머니가 하지 않은 일로 저 때문에 책임을 지는 것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다. 부모란 다 그런 것이다. 그런 부모의 마음을 아는 자식들이 얼마나 되는가. 어머니의 건강이 안 좋다는 것을 가장 잘 아는 것이 딸이다. 조민의 가슴은 얼마나 찢어지겠는가. 눈물이 났다. 나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다. 어머니 생각이 났다. 나는 얼마나 못된 자식이었던가.
1956년 5월 5일. 해공 신익희 선생이 유세를 위해 호남을 방문 중 열차 안에서 서거했고 유해가 서울로 돌아오자 대학생들은 경무대 앞에서 격렬한 시위를 했다. 당시 대학생이던 나는 체포됐다. 몽둥이로 두들겨 맞고 허무하게 무너져 허위자백을 하고 수감됐다. 대학교 1학년생인 나는 약했다.
그 때만 해도 개판이라 집에 통보가 된 것은 일주일만이다. 어머니가 면회를 오셨다. 어머니를 뵌 순간 깜짝 놀랐다. 어머니의 입술이 검은색이었다. 지금도 어머니의 입술을 생각하면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다. 수감되어 있으면서 나는 어머니를 얼마나 생각했던가. 내 걱정으로 식음을 전폐한 어머니를 생각이나 했던가. 문학 한답시고 술이나 마시고 다니며 어머니 속을 썩힌 못된 놈이다. 조민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쏟았다.
고졸 학력만 인정되면 인생 10년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살아 온 인생 전부가 없어지는 일이다. 인생을 거의 다 산 나도 할 수 없는 말을 조민은 담담히 말한다. 내가 쓸 수 있는 모든 표현을 다 동원해서 조민에게 칭찬을 보낸다. 말은 제아무리 잘해도 말속에 담겨 있는 거짓은 숨길 수가 없다. 나는 그의 말속에서 진실을 보았다.
(이미지 - 팩트TV '조국수호 검찰개혁 촛불집회' 생중계 화면 캡처)
■잔인한 인간, 니들도 사람이냐
침을 인(忍)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있다. 참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언론이 조국 사태라고 부르는 오늘의 한국 정치 현실에서 나는 인간의 가장 추악한 모습을 모조리 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비정한 것이 정치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왜냐면 정치도 인간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정을 하려고 해도 안 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양심이다. 흉악범이 죄를 고백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양심 때문이다. 양심의 매질처럼 아픈 것이 세상에 또 어디 있는가.
검찰에게 있어서 조국은 반드시 잡아야 할 흉악범이다. 그러나 아무리 털려고 해도 털 것이 없다. 상처라도 입혀야 한다. 먼지 털기다. 입은 옷 어디에 먼지가 묻었는가. 양복이냐. 내복이냐. 먼지가 없다. 이번에는 가족이다. 아내·딸·아들·동생·동생의 이혼한 처. 조국의 아버지는 망해 가는 학교를 다시 살려 놓은 분이다. 이러다가 조 씨나 정 씨 성 가진 사람들은 모두 털리는 것이 아니냐는 농담이 나올 판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천하에 날고 긴다는 특수 1·2·3·4부 엘리트 검사와 수사관 50여 명이 투입됐다. 압수수색과 소환 또다시 수색, 제갈공명이라도 견딜 제주가 있겠는가. 두 달이 지났다. 그러나 조국에게서는 나오는 것이 없다.
빌어먹을 세상이란 욕만 저절로 나온다.
■조민을 보고 내 불효가 생각난다
“제가 아버지한테 인터뷰 한다고 했더니 아버지가 반대가 굉장히 심하셔서 오늘은 물어보지 않고 그냥 왔습니다. 어차피 반대하실 거 알고 있기 때문에. 부모님께는 제가 항상 그냥 어린 딸이기 때문에 걱정이 많으신데 저는 이제 성인이기도 하고, 그리고 이것은 제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부모님을 통하지 않고 제 입장을 제가 직접 알리고 싶었습니다.”
어머니 정교수는 한 눈이 실명 상태라고 한다. 사고 후유증으로 만성 혈우병에 걸렸다. 누구보다도 조민은 어머니의 건강상태를 잘 알 것이다. 얼마나 속이 탈까. 묻는 내가 한심하다. 수사를 하는 특수부 검사들도 알 것이다. 어머니가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는 조민과 거짓말이라는 수사관들. 국민들은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안다. 어떻게 아는가.
나는 조국과 정 교수, 그리고 조국의 아들과 딸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굳게 믿는다. 근거는 무엇인가. 내가 80을 넘게 살아오면서 얻은 경험적 결론이다. 경험은 스승이다.
정 교수와 딸과 아들은 아버지 조국에게 당부했다. 자신들은 어떻게 돼도 좋으니 절대로 소신을 굽히지 말라고. 소신이란 무엇인가. 바로 검찰개혁이다.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그래서 국민이 함께 들고 일어 선 것이다.
표창장의 위력을 요즘처럼 위대하게 느낀 적이 없다. 조민이 받았다는 동양대학의 표창장. 그 표창장이 정 교수와 조민을 위조범으로 만든다. 기억할 수도 없는 수많은 표창장에 직인을 찍지 않았다는 최성해 총장의 말이 진실로 통한다. 학력 위조범 최성해의 말은 어디에 진실이 담겨 있는가. 조민에게 용돈을 주며 귀여워했다는 최성해 총장은 과연 어떤 인간인가. 온통 거짓의 무리가 조국의 가족을 에워싸고 물어뜯는다. 내 말이 근거가 없는가. 검찰이 대답해야 할 것이다.
■남과 북, 동과 서. 거짓과 진실
조선일보가 국민의 갈등을 걱정한다. 아아 얼마나 감동적인 걱정인가. 여기서 그만둬야 한다. 더 얘기를 하면 내 입에서 무슨 욕이 나올까 겁이 난다.
그러나 한마디만 더 하자. 조·중·동과 기레기들은 아침에 신문 펴 놓고 내용은 볼 것 없이 제목만 보거라. 어떠냐 서로가 사랑을 느낄 어떤 제목이 있더냐. 증오와 갈등만은 부추기는 제목과 기사를 보면서 기자라는 직업에 환멸을 느끼지는 않느냐. 이러려고 기자가 됐나 하는 탄식을 안 나오더냐. 기레기들은 검찰이 뿌려주는 모이만 주워먹지 말라. 모이속에는 독약이 있다. 독약 먹으면 죽는다.
지난 5일 저녁 서초등, 가족과 친구들의 손을 잡고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늙은이는 혼자서, 젊은 친구들은 서로 어울려 왜 서초동에 모였을까. 그들은 ‘지못미’를 말한다. 10년 전 부엉이 바위에 홀로 선 노무현을 못 지켰다는 ‘죄책감’에 떤다. “조국 수호 검찰 개혁” 구호로 ‘분출’되는 국민의 분노를 기레기들은 뭐라고 쓰는가.
거기 어느 구석에 그들의 열망을 말하는 한 줄의 기사라도 있는지 눈 씻고 찾아보라. 양심은 도둑에게도 있다. 양심은 귀천도 없다. 조·중·동 기레기들은 적폐청산 구호가 적인 팻말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가. 자신이 처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11시간의 압수수색. 그 시간이면 창경궁을 압색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무엇이 나왔는가. 짜장면 먹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가. 달랑 상자 두 개 가지고 나오는데 시간을 잡아먹었나. 언론이 두 눈 크게 뜨고 보면 거짓말을 못한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은 적폐청산의 대상인 검찰과 기레기 언론들이 동업자라고 확신한다. 아니라고 할 것인가. 그래도 좋다. 그들의 동업이 끝날 날도 며칠 남지 않았으니까.
얼마 남지 않은 내 인생에서 조민은 내게 훌륭한 스승이었다. 나뿐이 아니다. 조민의 행동을 본 깨어있는 국민들은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조민아. 너는 승리할 것이다. 국민 모두와 함께 승리의 만세를 부를 것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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