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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내, 남편, 인륜
검찰, 정경심의 지병을 아는가
등록날짜 [ 2019년09월30일 11시19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아내의 초산은 난산이었다. 밤새 산고(産苦)로 고통받는 아내를 보면서 기도했다. 자식은 또 나면 되니 아내만 살려주십시오. 지금 50이 넘은 그 자식을 보면 미안하다.
 
손주 녀석을 업고 시장을 다녀온 아내가 누었다. 가벼운 몸살이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다. 병원에 입원했다. 패혈증이란다. 의사의 표정이 수상하다. 이러다 일 당하는 거 아닌가. 숨을 못 쉰다. 인공호흡을 시킨다. 살려만 주십시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가 전부다. 무력한 인간이다.
 
내가 폭행을 당해 방광파열로 큰 수술을 받았다. 마취하고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아내가 날 본다. 아내의 눈에서 많은 얘기를 읽는다. 살아만 주세요. 그동안 아내에게 잘못했던 일들이 순간에 스쳐 간다. 몇 초 사이에 우리의 인생 전부가 떠올랐다. 다행히 살았다.
 
친구가 아내를 잃었다. 한 달쯤 지났을까. 친구도 죽었다. 건강하던 친구다. 사람들이 그런다. 늙어서 아내가 죽으면 자연스럽게 남편도 따라 죽게 된다고. 맞다. 아내가 없으면 어떻게 사는가. 부부란 그런 것이다. 아내란 그런 것이다.

(사진출처 - 검찰청 홈페이지)

 
■정경심 교수의 지병
 
조국 장관이 압수수색 나온 검사와 통화를 했다. 한국당과 기레기들은 압력을 가했다고 비난을 쏟아낸다. 왜 통화를 했는가. 압력을 가하려고 했는가. 조국이 바보인가. 검사에게 압력을 넣는단 말인가.
 
조국은 쓰러진 아내한테서 전화를 건네받아 압수수색 나온 검찰관계자에게 부탁했다. 지금 아내의 건강 상태가 너무 안 좋으니 놀라지 않게 진행해 달라. 이것이 전부였다. 장관이 아닌 많이 아픈 아내를 위해 남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정겸심 교수는 쓰러졌다. 검찰 직원이 119를 불러야 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할 정도였다. 조국은 누구에게라도 아내를 부탁하고 싶은 간절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여기서 국민들이 모르고 있는 것이 있다. 조국이 말한 아내의 몸이 어느 정도기에 ‘너무도 안 좋다’고 했는가. 무슨 병을 앓기에 그 정도로 몸이 안 좋았는가.
 
■혈우병(血友病)을 아는가
 
혈우병은 상처를 입어 피가 나면 멎지 않는다는 희귀병이다. 정경심 교수의 지병이다. 유학 중에 교통사고를 당해 큰 수술을 했고 그 후 뇌수술까지 받은 후유증이 혈우병으로 남았다.
 
조국은 그런 아내가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쓰러졌다는 소리를 듣고 마음이 어떠했을까. 조국은 인륜으로 전화를 했다고 했다. 남편의 도리다.
 
묻는다. 윤석열은 아내가 없는가. 주광덕·권성동·곽상도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사랑하는 아내가 쓰러졌다면 가만히 있었겠는가. 인간이길 포기한 것이다. 어떻게 한결같이 검사 출신인가. 검사들에게는 인륜이라는 것이 없는가. 자신들의 아내에게 물어보라.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가 바로 그들의 인간성 포기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사람도 아니다.
 
■저토록 국민들이 검찰개혁을 원했던가.
 
입이 딱 벌어졌다. 바늘 세울 곳이 없는, 입추의 여지가 없다는 말이 이것이다. 윤석열은 보고를 받았는가. 어떤가. 처음 알았는가. 저렇게 국민들이 검찰개혁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았는가. 창문을 통해 보았을 것이다. 10만을 예상했는가.
 
80만, 100만, 150만, 200만, 심지어 350만이라는 숫자도 나온다. 사랑의열매 사무총장과 서초구청장을 지낸 박성중이란 한국당 의원은 5만이라고 했다. 국민이 야속한가. 그렇게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가. 그러면서 검찰총장을 한다고 하는가. 헌법과 원칙으로 수사를 한다고 했는가.
 
12살 중학생 딸의 일기장까지 챙기는 압색검사들, 육아일기는 없던가. 만성 지병이 있는 환자 앞에서 11시간 압수수색을 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입각한 원칙적인 수사인가. 그래도 정 교수와 자녀들은 조국에게 말했다. 자기들이 아무리 고통을 받더라도 당당하게 견디라고. 그 아버지에 그 아내와 그 자녀들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더 아파진다. 헌법정신과 원칙이 통곡한다.
 
“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동원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현실을 검찰은 성찰해 달라”
 
“공수처와 수사권조정 등 법?제도적 개혁뿐만 아니라 수사방식에 대한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특히 검찰은 국민을 상대로 공권력을 직접 행사 기관으로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의 검찰은 수사권 독립과 검찰개혁에 대한 역사적 소명을 함께 갖고 있고, 개혁의 주체임을 명심해 줄 것을 특별히 당부드린다”
 
대통령의 당부다. 지금까지 검찰수사에 관한 어떤 언급도 하지 않은 대통령이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있었을 것이다.
 
■부처님이라도 참을 수 없는
 
문재인 대통령은 무척 괴로웠을 것이다.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에 대한 자책도 있었을 것이다. 윤석열에 대해 남아 있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을 것이다. 윤석열의 상식을 믿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니라고 판단했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특수 1·2·3·4부의 최고 엘리트 검사가 다 투입되고 40~50명의 수사관이 전력투구하는데도 나오는 것이 없다.
 
오랫동안 가까이서 지켜본 대통령은 입이 천근인 사람이다. 남에게 싫은 소리 안 하는 사람이다. 오죽하면 저런 담화를 발표했을까.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마구 날뛰는 것을 그냥 방치했다가는 국정운영에 차질이 온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대통령은 뭐 하고 있느냐는 국민의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대통령도 정경심 교수의 지병을 보고 받았을 것이다. 이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그냥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인간이길 포기한 사람을 그냥 둔다는 것은 통치자의 금기다.
 
■남은 것은 윤석열의 선택
 
아무리 잘 난 인간이라 해도 전지전능은 아니다. 하물며 별로 잘나지도 않은 인간이야 더 말해 무얼 하랴. 자기도취에 빠진 인간은 과오를 저지르기 마련이다. 인간의 과오는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잘못을 저지른 다음이다.
 
우물을 팔 때 큰 바위가 나오면 포기해야 한다. 그냥 파려고 들면 망한다. 검찰개혁을 갈망하는 국민의 소망을 이제 윤석열은 알았을 것이다. 무엇으로도 그 소망을 꺾을 수는 없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윤석열이 선택해야 한다. 국민과 싸우면서 파멸할 것인가. 그 정도의 지각은 있으리라고 믿는다.
 
“검찰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검찰은 충실히 받들고 그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이러한 입장을 수차례 명확히 밝혀왔고 변함이 없다”
 
윤석열이 29일 밝힌 내용이다. 국민이 믿는가. 안 믿으면 말짱 꽝이다.
 
윤석열이 포기해야 한다. 헌법이고 원칙이고 씨도 안 먹히는 소리를 아무리 해 봐도 국민에게는 마이동풍이다. 자신이 똥고집을 계속 부린다면 애먼 부하들만 희생된다. 해법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사퇴하면 된다.
 
검찰왕국을 만들려는 시도는 포기하고 사과하면 된다. 딴 엉뚱한 꿈을 꾸고 있었다면 포기하면 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 덕목인 인륜을 저버렸던 것도 사과하면 된다. 아울러 깨어있는 검사들도 각성해야 한다.
 
조용히 떠나라. 국민도 잊어버린다. 그래도 윤석열이 한 가지 기여한 것이 있다. 국민의 뜻에 반하는 어떠한 기도도 반드시 실패한다는 교훈이다. 검찰왕국에서 안락에 취해 살던 몸을 죽이고 이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래야 용서받는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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