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인터뷰]표창원편 - 2화. 한때는 괴도루팡이었다 팩트TV가 야심차게 준비한 술술인터뷰 2탄에는 정직한 보수의 아이콘 표창원 전 경찰대학교 교수님께서 출연해주셨다. 성신여대 인근 김카페에서 열린 이날 인터뷰에는 역시 김카페의 특별메뉴인 커피맥주가 등장했고, 술을 마시면 잠이 든다던 표 교수님은 수많은 돌직구를 쏟아내시고 인터뷰를 마치실 때 쯤 붉은 노을처럼 붉게 타오르고 계셨다.
이번에 책을 내셨는데, 책 제목이 어떻게 되죠? 이번에 나온 책 제목은 <나는 셜록홈즈처럼 살고 싶다>입니다.
유명한 범죄심리학자이신데, 어릴 때 장래희망도 비슷했었나요?
어렸을 때는 범죄심리학자보다 ‘괴도 루팡’ 쪽의 삶을 살았습니다. 거짓말 잘하고 싸움도 잘하고. 그래서 범죄자들의 심리를 좀 알 것 같아요. 꿈은 좀 달랐어요.
어렸을 때는 아는 게 별로 없으니 TV에 나오는 사람은 다 되고 싶었어요. 김일 선수가 레슬링에서 박치기 할 때, 그걸 해보겠다고 머리를 훈련도 했고, 홍콩영화 보면 무술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리고 TV에 뉴스 진행하는 앵커를 보면 그 분들이 세상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아서 되고 싶었고 생각도 했었어요. 어렸을 때는 무수한 꿈을 꿨죠. 군인도 되고 싶었고요.
괴도 루팡의 삶을 사셨다면서, 경찰대는 어떻게 해서 가게 되셨나요?
고3 여름방학 때 까지는 경찰대가 있다는 사실을 듣긴 했지만 저와 관련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고, 그냥 제 성적에 맞는 학교를 가겠다는 생각 정도였어요. 그런데 제가 사고를 좀 쳤어요.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가뜩이나 집안 경제사정도 안 좋은데, 보험도 안 되고, 수술비다 뭐다 해서 비용도 많이 들었죠.
그 때 철이 들었어요. 뭔가 갚아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돈 안 드는 대학을 여기저기 알아봤어요. 사관학교는 도저히 적응을 못 할 것 같았고, 친구 중에 한 명이 간호사관학교 팸플릿을 가져다 줬는데 저와는 안 맞는 것 같고, 경찰대는 팸플릿 표지만 보고 그냥 확 마음이 끌렸어요. 캠프파이어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거기에 끌려서 도전을 했죠. 성적이 조금 모자랐었는데 병원에 입원해있었으면서도 졸도할 정도로 공부를 해서 성공했습니다.
영국에서 엑시터 대학교를 나오셨는데 어떤 곳인가요?
그 곳이 영국에서 최초로 범죄심리학, 범죄수사학, 범죄학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경찰과 형사 사법학 센터’가 생겼어요. 처음에 국비유학 시험을 합격했는데 당시에는 언어별로 했으니 나라를 선택할 수 있었거든요. 대부분은 미국으로 갔는데 저는 셜록홈즈 때문에 영국을 선택하게 됐죠.
나라는 정했는데 아는 게 없어서 당시 덕수궁 앞에 있던 영국문화원을 찾아 갔어요. 거기 직원 분한테 영국에 범죄수사를 배우러 가야 하는데 추천을 해달라고 했더니 당황하시는 거예요. 3일만 시간을 달라고 하시 길래 다시 갔죠. 가보니 본국에 요청을 해서 외교행랑으로 영국 내 범죄심리학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의 관련정보를 다 받아서 책상에 쫙 펼쳐놓으신 거예요. 그래서 “제가 이 많은 걸 어떻게 보고 평가합니까?” 라고 했더니 회의를 하시더니 또 3일만 달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다시 갔더니 대도시가 좋은지 중소도시가 좋은지, 한국이나 아시아계 학생이 많은 곳이 좋은지 없는 곳이 좋은지, 학교의 명성이 높은 곳이 좋은지 아니면 수사와 관련한 전공이 있는 곳이 좋은지 분류를 해놓으신 거예요. 그래서 선택을 했더니 그 분들이 엑시터대학이 좋겠다고 해서 가게 됐죠.
제주도에서 경찰을 시작하셨다가 그만두셨는데, 계기가 있나요? 1999년도에 경찰관을 그만 두게 되는데요. 영국에 유학을 다녀온 게 계기가 됐죠. 영국유학을 갈 때 공부, 학위, 교수 이런 건 전혀 관심이 없었고, 그저 “범죄수사를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셜록홈즈의 나라에 가서 배우면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에, 모든 범죄자를 다 잡겠다는 포부로 갔죠. 가서 공부하다보니 경찰, 범죄수사에 대해 우리나라에는 없는 배울 것들이 너무 많아서 처음 계획과는 다르게 석사, 박사를 다 받게 됐고, 돌아오니까 일선에 갈수가 없는 상황이 되 버린 거죠.
다녀오고 나니 경찰청으로 가게 됐고, 외국의 제도 같은 보고서를 쓰라고 하는데 책상머리에서 하는 일들을 자꾸 시키니 이거 하려고 다녀온 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위 계급이었는데 다른 분들이 보기에 높다고 할 수 있지만, 경찰청 단위에서는 무언가 스스로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닌 낮은 계급이거든요.
경찰청에서 근무 할 때는 새벽에 나가서 자정에 들어오고, 한 서너 시간 자고 또 나가고 그런 생활을 반복했는데 그 과정에서도 스트레스가 엄청 많았어요.
아주 유능한 분이 지휘하는 특별기획부서에서 근무를 했는데 두 시간마다 쪽지를 보내시는 거예요. ‘영국의 수사제도에 대해 보고할 것’ 그래서 하고 있으면 한두 시간 만에 다시 ‘미국의 수사 제도에 대해 보고할 것’, 이 것도 끝이 안 났는데 막 하다보면 캐나다, 영국 이런 식으로 계속 돌아가니 스트레스는 쌓이고 불면증에 걸렸어요.
안되겠다 싶어서 약국에 가서 수면제를 먹었는데 그래도 잠이 안와요. 그런데 출근 할 때쯤 되면 효과가 나타나서 해롱해롱 하다 코피 쏟고 쓰러지기도 하고, 그러다 어느 날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나는데 통증이 와서 쓰러졌어요. 병원에 실려 갔는데 거기서 디스크라고 하는 거예요.
이러다가는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경찰대학교 교수직 공고가 나서, 차라리 교수가 되서 후학도 양성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배운 것을 널리 전파시키자 해서 경찰관을 그만 두고 교수가 되게 됐죠.
경찰대 교수로 다양한 범죄분석도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다 기억에 남죠. 언론이나 일부 제3자들은 사건의 경중을 따지고 그 사건 속에 있는 어떤 드라마틱한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하세요. 하지만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모든 사건이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가장 참혹한 사건이에요. 그중에 하나를 꼽으라는 것은 저희들에게 제일 괴로운 질문입니다.
과학수사를 위해서 정치인이나 정부가 보완해야 할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다죠. 오늘도 지승호 작가님과 4시간 동안 인터뷰를 하고 왔는데 그 주제중의 하나가 대한민국의 과학수사 수준은 어느 정도이고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가 하는 것이었어요. 근본적인 부분은 국가, 정부, 사회, 그리고 우리 국민들 전체가 한 사람의 생명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가 인데 그 부분에서 너무나 아쉽고 안타까운 거죠.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사망했고, 사망의 의문이 있다. 그럴 때 우리가 얼마만큼의 관심을 쏟고 어느 정도의 전문성이 투입되는가. 해당되는 분의 가족 분들도 외면하는 분들이 있어요. 본인 혼자만이 억울하게 죽었는데, 누가 억울함을 풀어줬으면 좋겠는데 아무도 관심을 안 갖는 거예요. 여러 나라를 비교해 봤을 때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의 수준일까. 경제는 세계10위권, 월드컵은 4강, 피겨스케이팅은 세계 최고,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범죄수사 수준은 과연...여기서 막히는 거예요.
김훈 중위 사건 같은 경우는 2성 장군 출신인 김척 장군님의 자재가 전방에 있다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는데 그걸 과연 밝혀냈느냐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죠. 장준하 선생님의 유해가 얼마 전에 발견됐지만 과연 앞으로 진실을 밝힐 수 있을까 생각하면 어려움이 있죠.
장비, 기술 이런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사회에 얼마나 범죄 수사의 중립성 독립성이 지켜지고, 각각의 사건에 피해자가 가난하건, 못살았건, 어떤 상태이건 간에 법 앞에 평등해야 할 원칙에 따라서 똑같이 최선의 노력이 기울여지느냐 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 합니다. 법도 바뀌고 제도도 개선 돼야 하고 국가 전체의 관심이 개선 돼야 해요.
앞으로 사이버공간에서, 그리고 21세기 기술로도 구분하기 힘든 지능범죄가 점차 많아질 텐데, 정부에서 이 부분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나요? 하고 싶죠. 예를 들어 한국개발연구원이 있고 한국국방연구원, 한국교육개발연구원이 있고 각 분야별로 국책연구원들이 다 있어요. 그런데 범죄문죄에 있어서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있지만 거기는 법과 관련한 연구 중심이에요. 범죄현상에 대해서 진지하게 연구하고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서 앞으로 말씀하신 것처럼 미래사회의 범죄가 어떻게 될 것이면 대처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강의를 다니면서 주제중의 하나가 정의인데요, 표창원이 생각하는 정의의 정의는? 정의의 정의는 정의죠. 정의는 옳은 것인데, 너무 간단하고 단순하고 명쾌하지만 이 옳은 것이 편이라는 것이 생기는 순간 복잡하고 미묘해져버리죠. 그 부분이 ‘한국 사회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강의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정의가 무엇인지를 정말 학술적으로, 철학적으로 풀어내서 설명 드리는 것 보다는 우리가 다 아는 정의라는 것이 왜 한국사에서는 왜곡되고 있는가. 무엇이 정의의 실현을 방해하고 있는가. 이걸 어떻게 하면 걷어낼 수 있는가 이 부분에 대한 집중을 하고 있는 것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