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인터뷰]표창원편 - 3화. 내가 왕년엔 1대 40로 팩트TV가 야심차게 준비한 술술인터뷰 2탄에는 정직한 보수의 아이콘 표창원 전 경찰대학교 교수님께서 출연해주셨다. 성신여대 인근 김카페에서 열린 이날 인터뷰에는 역시 김카페의 특별메뉴인 커피맥주가 등장했고, 술을 마시면 잠이 든다던 표 교수님은 수많은 돌직구를 쏟아내시고 인터뷰를 마치실 때 쯤 붉은 노을처럼 붉게 타오르고 계셨다.
경찰이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에 적극 수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바로 2012년 경찰대학 교수직을 내려놓으셨습니다. 가족들이나 주변에서 말리지 않던가요?
말릴 기회를 제가 안 주고 먼저 저질러버렸어요. 그 날 저와 함께 밤을 지세셨거나, 주무시다가 그 때 깨어나셨던 분들은 그 상황을 아실 거예요. 혼자 밤을 꼬박 새웠어요. 경찰대학교수라는 직책과 이 사건에 대한 자유로운 발언은 양립 할 수 없는데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표현의 자유를 선택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결단을 내렸죠. 그래서 그냥 던졌어요.
평상시 거의 모든 것을 아내와 상의하고 하는데 이번 건만은 상의를 한다는 게 책임회피 내지는 책임전가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만약 아내가 말리면 사표를 거둬들이게 될 것 같고, 그러면 아내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자기위안을 할 것 같았어요. 그 때 사표를 못 던지고 답답해하면 아내는 늘 괴로울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제가 지르고 용서받자는 마음에 그렇게 했죠. 그리고 용서 받았어요. 사표를 던지고 나서 아내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더니 뭔가 이미 분위기를 알아채고 있었어요. 내가 “사고를 좀 쳤어. 그런데 나를 믿어줬으면 좋겠어” 이렇게 말 했더니, 아내는 12월 11일 이후 옆에서 쭉 지켜봤거든요. “결국은 사표를 냈구나.” 그랬죠.
국정원 댓글 사건이 앞으로 어떻게 결말이 날 것으로 보시는 지와 그 사건과 관련해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저는 12월 19일 까지만 이야기를 하자고 결심했었어요. 정권이 바뀌면 새 정권에서 철저히 파헤쳐 진실이 드러날 것이고, 바뀌지 않으면 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일주일이 조금 넘는 동안 거의 잠을 못자면서 지내왔고, 너무 많은 연락과 방송과 이런 것들을 버텨오면서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랬는데 선거 이후에도 사건은 지속되고, 정치권이나 야당 같은 곳에서 그 다음은 알아서 해주리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여전히 제가 이야기를 해야 하는 분위기였고, 계속 이야기를 던지다 보니 고소도 당했고, 그 이후에는 ‘원세훈(전 국정원장) 하고 (토론에서) 일대일로 맞짱뜨자’ 하면서 지냈는데, 저는 그만 물러났으면 좋겠어요. 저는 빠지고 직접적인 피해자인 야당이 끝까지 밀고 나가서 국정조사든 했으면 좋겠어요.
경찰에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정말 죄송하지만, 제 친정이고 제가 가장 사랑하는 조직이고 여전히 경찰의 일선에 계신 분들의 진정성과 성실성과 정직성과 의지와 용기와 정의감을 믿지만, 이 사건에 있어서만큼은 이미 기회를 잃었고, 진실을 파헤칠 수 있는 의지와 용기를 가지지 못했다는 것을 제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최근에 채동욱 검찰총장이 인사청문회에서 전모를 밝히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는데, 저는 박수쳐드리고 싶어요. 그동안 수사권 문제로 검찰과 전쟁을 벌여 와서, 검찰에 계신 분 중 상당수가 저를 미워할 정도였거든요. 그럼에도 검찰에서 의지를 가지고 국정원 사건의 전모를 밝혀주신다면 저는 검찰의 팬이 되겠다고 트위터에서 이미 밝혔고, 정말 그렇게 할 겁니다.
교수직을 사퇴하시면서, 정권교체가 이루어 질 거라고 생각하셨던 건 아닌지요?
소위 기회주의자론인데 제가 말씀은 드렸지만 바람은 있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 정치에 관심도 없었고, 누가 집권해야 한다는 것도 없었어요.
단지 이 국정원 사건이라는 범죄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 위해서는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것은 제 확실한 신념이었어요. 그 과정에서 TV토론에 나와 도발적인 모습도 많이 보여드렸고, 평상시 같지 않은 감정적인 모습도 보여드렸죠. 그때의 제 솔직한 심리상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든, 할 수 만 있다면 모든 것을 다 던져서라도 정권교체에 기여하고 싶다 그랬어요.
알고 있었다든지, 예측을 해서 줄을 섰다는 말은 글쎄요 제가 그렇게 살아오진 않았으니까요.
표 교수님께서 얼마 전 한겨레신문에 조희팔 사건 기고에서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요. 만약 교수님께 직접 지휘를 맡긴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만화같은 드림팀을 구성해서 그 분들에게 예산과 책임을 주신다면 잡아 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검사들 중에 양심 있고, 소신 있고, 실력 있는 검사들도 많거든요. 자신의 성공이나 높은 사람들 과의 관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분들. 그런 분들은 그만 두셔도 변호사 하시면 되거든요. 경찰관 중에도 그런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회계관련, 금융관련, 신상털기 전문가도 있고, 그런 각 분야의 전문가들 중에 자신의 성공 보다는 이런 사건에 모든 걸 한번 던져보고 싶다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데 그런 기회가 생길 것 같지는 않습니다.
트위터에 악플이 많은데도 의연하게 대처하시던데요. 특별히 대처하시는 방법이 있나요? 저는 악플에 대처하는 걸로는 박사학위도 받을 자신이 있어요. 오래된 네티즌 분들이나 PC통신 시절부터 하셨던 분들 중에 일부는 저를 아세요. 제가 1997년 말 귀국 했는데 그 때부터 PC통신 활동을 했었어요. 토론방에 들어가서 1대 40에서 50으로 밤 세워 경찰 수사권을 놓고 토론도 해보고, 그 당시 ‘강미영비대위’가 있었어요. 그때 활동하셨던 분들은 저를 잘 아세요. 이미 그때부터 온라인에서 토론을 하면서 왠만해선 흥분하지 않고, 어떤 도발을 해오시더라도 차분히 대응을 해드리면서 내공을 쌓아왔거든요. 최근에는 레이디가가 방한 때 윤정훈 목사(일명 ‘십알단’사건으로 검찰에 고발됨)와 전쟁도 벌여왔고, 전는 그런 분들 때문에 상처입지 않아요.
정직한 보수의 아이콘으로서, 이태백, 88만원 세대 같은 청년 세대에게 어떻게 하면 ‘표창스타일’로 결정하고 행동하는지 돌직구로 조언을 해주신 다면요? 제가 이런 말씀을 한번 드릴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저에게 “어떻게 하면 당신같이 될 수 있느냐?” “어떻게 해야 당신 같은 프로파일러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주세요. 박찬호 선수나 김연아 선수 같은 다른 분야에 계신 분들도 마찬가지 일 것 같아요. 그런데 누구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나, 어떤 자리에 어떻게 가는지 질문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것보다 먼저 자신을 스스로 들여다봤으면 좋겠어요.
‘나는 누구고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내가 무엇을 해야 잘 할 수 있는가?’ 거기에 평생을 걸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하신다면 적어도 많이 벌거나 큰 성공은 거두지 못해도 평생 가족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 만큼은 마련 될 거라 믿어요. 그리고 후회하지도 않으실 수 있을 거고요. 그걸 찾아서 가신다면 분명히 저는 자리가 있고 쓰임세가 있고 찾는 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해는 합니다. 초조하고 불안하고, 세상의 직업도 많지 않은 것 같고, 자리도 많지 않을 것 같고, 내가 지금 당장 직업을 갖지 못하면 아무 일도 못 할 것 같은 불안과 두려움이 있는 거 잘 알아요. 그런데 그 불안과 두려움에 지면 안돼요.
표 교수님의 실천에 느낀바가 큰 데요, 실천에 중요한 개인적 동기가 있었는지요? 저는 제 자신을 희생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저의 행복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제일 기쁘고 자유롭고 행복하고 평화로울 수 있는 길과 방법을 찾아낸 것이죠.
단지 그 사이 유혹은 있죠. 안정이라는 것. 기득권과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이걸 가지고 있으면 더 안정되고 편안하고 이럴 텐데, 벗어던지게 되면 불확실성, 불안정성이 올 거란 것은 알고 있었죠. 하지만 지키려고 하는 순간 마음은 자유롭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하리란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좋을려고 선택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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