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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절망열차’ 어디로 폭주하느냐
등록날짜 [ 2013년12월24일 16시10분 ]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
‘절망열차’ 어디로 폭주하느냐
국민과의 전쟁. 성탄절 선물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해마다 오늘이면 칼럼을 쓴다. 글 속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평화’다. ‘용서’다. ‘안식’이다. 얼마나 간절한 기도였던가. 그냥 해 보는 말이었던가. 아니다. 지난 22일 밤, 경향신문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보면서 이런 말들이 얼마나 공허한지 글 쓰는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었다.
 
전쟁에는 적이 있다. 적은 죽여야 한다. 적을 죽여야 내가 산다.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적은 누구인가.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쓰러지고 깨지고 비명을 토하는 적은 누구인가. 최루가스에 눈이 멀고 방패에 밀려 잡초처럼 깔리는 저들은 누구인가. 방패를 든 자도 넘어지는 자도 적이 아니다. 형이요 동생이요. 친구다.
 
하늘은 올려다보았다. 칠흑처럼 어두운 하늘. 지금 하늘에서는 무엇을 보고 계실까. 교황 ‘프란치스코’의 말이 떠올랐다.
 
“당신의 형제자매는 대체 어디에 있느냐”
 
아무데도 없었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우리의 형제자매는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적이었다. 그러나 정말 적인가. 우리가 죽여야 할 적이란 말인가. 왜 죽여야 하는가. 죽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누가 대답을 해 줄 수 있단 말인가.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원칙없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간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다”
 
“불편하고 힘들지만 이 시기를 잘 참고 넘기면 오히려 경제사회의 지속 발전이 가능한 기반을 다지게 될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을 지키고 모든 문제를 국민중심으로 풀어가야 한다.”

 
이것이 답인가. 이래서 전쟁을 하는 것인가. 형제끼리 친구끼리 전쟁을 하는 것인가. 눈물을 흘리는 것은 사치인가.
 
### 지금은 어느 시대인가
 
국민의 머리속에 악몽처럼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1979년 8월 6일 신민당사에서 농성중이던 YH무역 여성노동자를 해산시키기 위해 경찰이 진입했다. 여성노동자가 투신자살했다. 동맥이 끊긴 채.
 
그것으로 끝인가. 아니 시작이었다. 유신정권의 종말을 알리는 조종의 신호였다. 12월22일, 경향신문사 앞에서 터진 비명소리는 무엇인가. 철도노조 간부 9명을 체포하기 위해서 5천명의 경찰이 동원됐다. 언론사의 문을 망치로 부수고 처 들어갔다. 그래도 하늘이 도왔는가. 죽은 노동자는 없었다.
 
지금이 대한민국의 시계는 몇 시인가. 국민이 사람답게 사는 21세기의 ‘행복시대’인가. 아니면 인간다운 삶을 포기했던 유신말기의 폭력시대인가. 절망시대인가. 절망열차는 어디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가. 언론의 입이 틀어 막히고 국민의 기본권마저 철저히 유린당했던 유신시대를 떠올리는 저주스러운 기억을 무슨 방법으로 지워버린단 말인가.
 
오늘 성탄전야의 교회에서는 찬송가가 울려 퍼질 것이다. 평화와 안식을 기도하는 찬송가 소리가 하늘로 울려 퍼질 때 어디선가 언속을 불어가며 대자보를 붙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모두들 안녕하십니까”하면서.
 
초등학교 어린이가 서툰 글씨로 써 붙인 ‘안녕하십니까’ 대자보는 교회에서 울리는 평화의 찬송가 소리가 삼켜 버길 것이다. “지금 무엇을 보고 계십니까” 이 소리는 안 들리는가. 하늘까지는 들리지 않는가.
 
정부가 하는 말을 국민이 고분고분 듣지 않는다고 나무라는가. 정부가 하는 말은 국민이 꼭 들어야 하는가.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 그 말이 입에서 나오는가. 약속은 지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지키지 않을 약속이라면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말 안하는 것만 못하다. 왜냐면 몇 번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다음부터는 손가락을 자르고 약속을 해도 믿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도자들은 그야말로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것이다.
 
이제 대통령은 정부의 말을 믿지 않는 국민을 나무란다. 서슬이 퍼렇다.
 
자, 이제 한 번 보자.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국민에게 한 약속은 무엇이었나. 대통령에 ‘당선되면’이라는 전제가 붙기는 했지만 그가 제시한 약속은 행복시대의 낙원이었다. 박근혜의 이미지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었다. 국민은 믿고 찍었다. 어떻게 되었는가. 약속을 지켰는가. 더 이상 할 말을 잃는다.
 
대통령은 하늘에 사는가. 하느님과도 대화를 하는 시대다. 그러나 대통령은 대화가 없다. 정치에서 국
민을 하늘이라고 하는데 대통령은 하늘과 대화가 없다. ‘나를 따르라’다. 약속 잘 지키고 옳기만 하면 왜 국민이 따르지 않으랴. 따르기 위해서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다. 공약파기는 일일이 거론하기조차도 지겹다. 질렸다. 믿고 싶어도 바보가 되는 것 같아서 못 믿다고 한다. 잘못된 것인가. 어디 한 번 말해 보라.
 
### 국민과 등지고 무슨 정치를 하는가
 
국민은 박근혜 정권이 잘되기를 바란다. 투표를 할 때 그 마음이었다. 채 1년도 안 되는 정부가 몰락하는 것을 바라는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박근혜 정권이 잘못되는 것은 대통령 자신뿐만 아니라 이 나라 전체의 비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너무나도 비극적이다. 정권이 출범한지 1년도 되지 않는 시점에서 벌써 하야니 사퇴니 하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터졌을 때만 해도 솔직히 인정하고 주동자를 엄벌했다면 이렇게 일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고 지금 모든 정부기관이 선거에 관여한 정황이 나타나는데도 여전히 버틴다. 국민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채동욱 찍어내기와 윤석열 징계, 등 등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국정원 감사와 국정감사에서 그들이 고개 바짝 들고 하는 거짓말을 국민은 묵묵히 들어야만 했다. 국민이 부처님인가. 의원직을 걸겠다던 NLL관련자들은 뻔뻔스러움이야 입이 하나인 것이 안타깝다. 그게 국민의 대표인가.
 
철도노동자들이 파업을 했다. 그들이 파업을 하면 국민들이 얼마나 불편을 겪는다는 것을 국민들 스스로 너무나 잘 안다. 그런데 왜 많은 국민들이 그들을 옹호하고 있는가. 왜 민주노총 앞에 이삼천 명의 시민들이 모여 그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는가. 추운 겨울날 최루액을 맞으며 경찰과 대치하는가. 이유는 정권이 더 잘 알 것이다.
 
경찰관 5천 명이 동원됐다. 1개 사단 병력이 1만 정도라면 5천이란 숫자가 얼마나 많은지 잘 알 것이다. 이들이 민주노총이 있는 경향신문 사옥을 덮쳤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얻었는가. 철도조조 간부는 1명도 잡지 못했다. 커피믹스 2통만 달랑 들고 나왔다고 비아양이 드높다. 지금 코미디 하고 있는가. 5천명의 경찰관은 우리의 아들이요. 형제다.
 
신문을 만들던 경향신문은 난장판이 됐다. 대구 매일신문이 습격을 당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50년 전에 일이다. 이제 21세기의 대한민국, OECD가맹국을 자랑하고 세계경제 10위권이라고 목에 힘을 주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벌어진 야만의 행위였다. 정부고위 관리들은 얼굴을 들고 어떻게 세계를 돌아다닐 것인가.
 
수천 명의 병력이 신문을 제작 중인 신문사를 쑥대 밭으로 만든 사태를 경찰 독자적으로 자행했다고 믿지 않는다. 한국사회의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는 12월 12일을 기해 유신독재로 후퇴했다고 국민은 믿는다. 그러나 우리의 언론은 너무나 얌전하다. 그렇게 얻어터지고 아프지도 않은가. 꿈틀거리지도 않는다. 그건 바로 아무리 패도 얌전히 맞고 있겠다는 선언이다. 한심한 언론이다. 맞아도 좋다면 맞아야 한다.
 
### ‘절망열차’의 종점은 어디인가
 
인생의 종점은 어디인가. 죽음이다. 어느 누구도 죽음을 부정하지 않되 종점의 시점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어디선가 종점은 인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을 죽음이라고 한다. 그러나 인간은 죽음과 아무 상관이 없는듯 편안히 산다.
 
어차피 태오너 죽을 몸이다. 편하게 잘 살다가 죽으면 된다는 생각도 있다. 그러나 여렵게 태어난 인생, 사람답게 살아보자는 인생도 있다. 지금 우리의 인생은 어디로 향해 가는가. 분명히 종점을 향한다. 인생이 종점에서 끝나는가. 아니다. 영원히 산다. 친구의 기억에서 친지들의 기억에서 그리고 역사속에서 영원히 산다.
 
오늘 제야의 종소리가 울릴 것이다. 온 세상 만민의 행복을 위해서 종이 울릴 것이다. 농성장의 노동자를 위하여, 쌍룡차 해고자를 위하여, 강정마을 주민들을 위하여. 그리고 그들을 방패로 지키며 최루액을 쏴야 하는 우리의 경찰을 위하여.
 
직위해제된 철도노동자를 위하여, 그들을 해고한 코레일 사장을 위하여, 경찰을 투입한 경찰청장을 위하여. 그리고 밤낮으로 나라를 위하여 밤잠을 못자는 우리의 지도자들을 위하여 제야의 종은 경건하게 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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