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발KTX 법인설립을 철도민영화의 수순밟기라며 파업에 나선 철도노조 김명환 위원장과 노조 간부 체포를 위해 22일 이들이 은신해 있을 것으로 추정했던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 경찰이 병력을 투입해 체포작전을 벌였으나, 결국 모두 빠져나갔다는 것만 확인한 채 빈 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러나 경찰이 진입을 시도한 경향신문사 사옥 13층부터 15층까지, 민주노총 사무실 곳곳은 경찰의 진입시도와 민주노총 노조원의 필사의 저항을 보여주듯 곳곳이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우선 소화전을 이용한 노조원의 저항으로 모든 엘리베이터는 작동이 멈춰있는 상태였고, 15층 부터 1층까지 이어진 계단 전체에는 온갖 파쇄 된 문서와 쓰레기가 물에 불어 곤죽이 되어 붙어있어 15층까지 이르는 계단을 진입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또 14층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사람 한명이 겨우 통과할 만한 복도에 소화전 호스와 온갖 책자, 책상 등 각종 집기류가 뒤엉켜 마치 사람 들이 모두 떠난 폐가를 연상케 했으며, 계단으로 통하는 모든 공간은 책상과 의자 등을 쌓아올린 바리케이트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민주노총 중회의실과 대회의실 등 철도노조 간부들이 은신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던 장소에는 경찰이 잠긴 문을 강제로 부수고 들어간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특히 회의실은 당시 노조원들이 다급하게 대응에 나선 듯 휴식을 취하기 위해 깔아놨던 은색의 바닥 깔개와 침낭이 컵라면 등 간식과 함께 나뒹굴고 있었다.
사무실에 남아있던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 등 민주노총 몇몇 인사들은 맥이 풀린 듯 사무실에 삼삼오오 앉아 있었으며, 외부에 있다 경찰의 봉쇄가 풀리자 사무실로 되돌아온 노조원들은 믿을 수 없이 폐허가 된 상황에 허탈해하며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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