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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등록날짜 [ 2013년12월19일 10시28분 ]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너무 안녕해서 미안합니다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안녕하십니까’ ‘안녕히 계십시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안녕히 가세요’
 
‘안녕’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말이 참 많다. 거의 다 평안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는 좋은 말이다.
요즘 ‘안녕’이란 말이 널리 퍼져 있다. 특히 안녕하시냐는 말은 전국을 풍미하는 말이 됐다. 대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고등학교, 중학교 길 가 담벼락, 우체통, 전봇대 등에 대자보가 붙어 있다.
 
그러나 청와대, 정부청사, 거대언론사, 국정원, 국방부, 재벌기업, 거대 교회, 사찰에는 아직 붙어 있다는 소리를 못 들었다. 반드시 붙어 있어야 할 곳은 그 곳이 아닌가. (글을 쓰는 도중에 정부종합 청사에 학생들이 붙쳤다는 소식)
 
일요일, 손자애가 왔다. 5살이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깜빡 놀랐다. 아니 저 녀석까지. ‘요녀석 안녕하지 못하다.’ (요건 농담이다)
 
늘상 듣는 생활어인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이 사회문제로 등장했다면 그 사회는 어딘가 비정상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평범한 대학생의 한 마디 말에서 비롯된 일이기에 가슴 한 구석에 어둠이 쌓인다. 안녕하시냐는 질문이 왜 이렇게 가슴에 비수로 아니 슬픔으로 와 꽂친 것일까. 사람마다 사정은 다 다르겠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결코 안녕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손병두라는 사람이 있다. 서강대 총장을 지냈고 지금은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이다. 그는 "서민들은 간첩이 날뛰는 세상보다 차라리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고 부르짖는다"라고 주장했다. 그의 나이 72세다. 그에게 들리는 소리는 모두 ‘안녕’하다는 소리뿐일 것이다. 그는 그렇게 안녕하게 살다가 인생을 끝낼 것이다. 행복한 인간이다. 부경대 하봉규라는 교수는 쿠데타가 필요한 때라고 했다.
 
주위에 나이 먹은 친구들이 많다. 오랜만에 만나 막걸리 한 잔 나누고 속내들 털어 놓는다.
“이번에 박근혜 찍었지. 찍은 정도가 아니라 박근혜 운동했지. 알다시피 내가 언제 박근혜 지지 했나. 그러나 이번에는 박근혜 당선시키려고 애 많이 썼네. 왠지 아나. 그 놈의 20만원 때문이지. 자식 며느리한테도 부탁을 했지 니들 애비 주는 용돈 아끼려면 박근혜 찍어라. 박근혜 당선되면 용돈 20만원 감해 주마.”
함께 있던 친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늙은이들에게는 20만원이 그렇게 대단했고 야당하던 친구가 박근혜 운동원으로 변한 것이다. 그 놈의 돈이 뭔지. 그런 친구가 요즘 안녕하지가 못하다. 20만원에 사기를 당하고 자식들 한테 선거운동 까지 했으니 심기가 안녕할 리 있는가. TV보다가 박근혜만 나오면 돌린단다. 얼마나 속이 불편하면 그러겠는가. 이해가 간다.
 
폐지를 가득 실은 리야카를 끌고 가는 노인들을 보면서 자신이 저렇지 않으니 안녕하다고 할 것인가. 폐지를 줍는 늙은이들의 몇 푼 받는 돈을 영수증 처리한다는 말이 들린다. 그것도 지하경제 양성화인가. 마음이 안녕할 리가 없다. 공약은 줄줄이 파기됐다. 박근혜 공약보고 표 찍은 사람들의 마음은 불편하기 그지 없을 것이다. 해 줄 수 없는 것이라면 말이나 말지 대학생 반 값 등록금은 왜 떠들어 댔는가. 대학생들이 대자보를 부치니 겁이 났는지 새누리 의원 하나가 내년 예산에 반값등록금 반영하라고 하던데 되기만 하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 대자보 한 장의 울림이 온 나라를
 
"저는 다만 묻고 싶습니다. 안녕하시냐고요. 별 탈 없이 살고 계시냐고요.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가, 혹시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합리화 뒤로 물러나 계신 건 아닌지 여쭐 뿐입니다. 만일 안녕하지 못하다면 소리쳐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이 무슨 내용이든지 말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눈만 뜨면 들려오는 비극적인 소식들. 생활고를 못 견딘 엄마가 자식들과 목숨을 끊는 뉴스 뒤에는 수백 억 수천억의 탈세와 부정축재를 한 재벌들의 이름이 수를 놓는다. 부당 해고된 노동자는 유서 한 장을 유산으로 남기고 목을 맨다. 비록 그런 뉴스를 접해도 내가 아니라고 안녕할 수 있는가.
 
선거 전 목 놓아 부르짖던 '경제민주화 공약'은 이미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고, 또 다시 대자본과의 밀월 관계가 피어오르고 있다. 방송의 정상화는 요원하건만, '수신료 정상화'라는 이름의 괴물이 다시 등장했다. KBS는 "스마트폰과 PC-태블랫도 수신료 내라"고 한단다. 시청료도 3년마다 자동인상하라고 요구다.
이제 드디어 쓰레기 하치장에 망가진 TV가 쌓이게 될 것 같다. 유신과 독재에 색칠을 하고 역사를 뒤트는 사이비 역사학자가 길거리에서 물매를 맞는 꼴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가난해서 하루 두 끼 먹기도 힘든 시절에도 늙은이들은 그런대로 대우를 받았다. 어르신이란 대우다. 이제 어떤가. 쓸모없는 천덕꾸러기다. 20만원에 신성한 주권을 팔아먹었다고 매도당하는 늙은이들은 안녕하지 못하다. 지하철을 타면 공짜 늙은이가 태반이다. 그래서 공짜 타는 나이도 인상하란다.
 
늙은이는 꼴통이고 어버이연합이고 모두 새누리고 박근혜 지지다. 늙은이도 할 말은 있다. 등뼈 빠지게 벌어서 자식들 공부시키고 장가보내고 집 한 칸 얻어 준게 지금의 늙은이들이다. 늙어서 돈 못 벌고 자식과 떨어져 폐지나 줍고 파고다공원에서 시간을 죽인다.
 
자식들 다 떠나고 늙은 몸 쪽방에서 병들어 죽어 송장은 한 달 만에 발견된다. 자식들 부담될까 깊은 산속에 들어가 목을 맨다. 배를 타고 가다가 한 밤중에 바다에 몸을 던진다.
 
진보를 떠들며 주먹을 쥐고 흔들며 늙은이들은 보수꼴통이라고 매도하는 놈들은 어떤가. 늙은이 무시하는 놈들 좋아할 늙은이 없다. 그래서 선거에서도 표 다 잃었다.
 
### 대자보는 어디에 붙여야 하는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안녕하십니까’란 말 한마디가 이렇게 사람의 가슴을 울리다니. 늙은이 젊은이 남 녀 불문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 말 한마디 ‘안녕하십니까’. 가슴이 꽉 막힌 채 말을 잃는다.
박근혜 대통령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이상돈 교수같은 사람은 안녕 하신가 했더니 아닌 모양이다. 이상돈의 말이다.
 
“박근혜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과거 정부의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 “국정원 의혹이나, 4대강 비리 등 여러 가지 과거 정권에서 있던 일을 대통령이 과감하게 털고 대통령 본인이 주장하셨던 100% 대한민국, 원칙 있는 대한민국, 신뢰를 지키는 것 등 초심에 충실해야 한다”
 
박근혜 키드라는 손수조 이준석도 쓴소리로 입을 열고 중앙일보 기자 출신국회의원 이상일도 안녕하지 못한 모양이다. 이 역시 도미노 현상인가. 아니다. 그들도 안녕하냐고 묻는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을 안녕하지 못하게 하는 주범 중에 주범인 언론, 언론사 담벼락에는 왜 대자보가 안 붙어 있는가. 편안하게 안녕하게 잘 지낼 줄 알고 안 붙인 것일까. 조중동을 비롯해서 공중파 종편들의 담벼락에는 대자보로 도배를 해야 한다. 학생들이 깜빡 했는가.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곳이다. 선동인가. 알아서 해석해라.

청와대는 어떤가. 국정원은 어떤가. 국방부는 어떤가. 모두들 안녕하신가. 대자보가 붙어 있지 않아 모르시는가. 그럼 붙여드려야 할 것이다. 윤석열 검사가 징계위에 회부됐다. 검찰청사에 대자보를 붙여야 한다.
 
오늘의 정권은 부정선거 시비의 복판에 있다. 이제 들어난 사실들은 정부기관 모두가 부정선거에 개입됐다는 오해를 국민이 한다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그러나 의혹을 밝혀야 할 당국은 오히려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 시비를 가리라는 국민의 요구는 ‘종북세력’이라는 공포로 돌아온다.
 
무슨 배짱인가. 누르면 들어간다는 자신감으로 버티면 국민은 가만히 있을 것으로 아는가. 잘잘못을 분명히 가리고 벌 받을 놈 처벌하고 국민에게 엎드려 사과하면 국민은 마음이 편해진다. 그게 안녕이다.
이제 대자보 바람에 종이 값이 올라가게 생겼다. 아무리 찢고 뜯어 버려도 날이 새면 다시 대자보로 시내가 뒤덮일 것이다. 붙이고 찢고, 찢고 붙이고.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 한 번 해보자.
 
안녕하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것은 냉소다. 권력을 쥐고 있는 중심세력들은 어떨까. 안녕하실까. 그들이 반응하는 것을 보면 알 수가 있다. 사람들은 별 거 아니면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겨 버린다. 그러나 자신들이 관련된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이상할 정도로 과민반응을 일으킨다. 지금 안녕들하십니까 현상에 대해서도 그렇다. 속으로 죽을 맛이 분명할 것이다.
 
제대로 눈 뜬 사람이면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가 있다. 눈 딱 감고 귀 막고 있어도 다 알 수 있다. 위기는 위기라고 인정해야 한다.
 
대통령 님은 안녕하신가. 비서실장 님은 안녕하신가. 국정원장 님은 안녕하신가. 홍보수석 님은 안녕하신가. 황교안 님은 안녕하신가. 안부를 물을 사람이 너무 많다. 모두들 많이많이 안녕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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