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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채동욱(검찰총장)은 제 머리 깎을 수 있을까
등록날짜 [ 2013년04월08일 16시01분 ]
이기명 칼럼리스트
개구일성(開口一聲). 입을 열자마자 하는 소리는 내가 솔직히 말하는데..” 우선 이렇게 해 놓고 말을 시작하는 인사들이 많다. 왜 솔직하다는 것을 강조할까. 그 동안 솔직하지 못했다는 자기고백일까.
 
 
 
-채동욱(검찰총장)은 제 머리 깎을 수 있을까.-
 
빡빡 깎은 검찰의 맨머리가 보고 싶다.
 
 
이 기 명(칼럼니스트)
 
 
 
"지난해부터 우리는 크고 작은 비리와 추문, 정치적 중립성 논란으로 국민적 공분과 비난의 파도를 맞아 표류하고 있다" "명예와 긍지의 상징이었던 검찰의 위상이 크게 실추되고 어렵게 쌓아온 명성도 급속히 무너졌다"
  
채동욱 신임검찰총장의 취임사는 솔직히 말해서 정직하고 솔직하다. 역대 어느 총장도 취임사를 솔직히 말했겠지만 채동욱 총장의 말이 더욱 솔직하게 들리는 이유는 평가 때문이다. 세 사람이 말을 하면 시장에 호랑이가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칭찬에 인식하기 짝이 없는 인사청문회에서 거의 유래가 없다시피 여야로부터 칭찬을 들은 채동욱 총장이다. 그는 "오욕의 시대에 반드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그의 취임사 중에 가장 주목한 것은 바로 이것이이다.
 
"여러분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외부의 압력과 유혹도 검찰총장인 제가 방파제가 돼 모두 막아내겠다"
 
국민 대부분이 공감할 것이다. 이유를 설명한다면 국민들이 웃을 것이다. 일제시대 애들이 울면 부모들은 순사 온다고 협박해서 달랬다. 검사도 무섭다. 검찰청에 가면 없는 죄도 있는 것처럼 떨린다는 국민들이 있다. 왜일까. 혹시 없는 죄를 엮어내는 그들의 과거 때문은 아닐까.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 쓴 양민들이 너무 많다. 특히 정치적인 사건이면 더 욱 심하다.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재빨리 정권의 시녀가 되는 변신의 달인들을 보면서 검찰의 위상은 끝 모를 추락을 계속해 왔다. 그러기에 채동욱 총장의 다짐과 약속이 더욱 기대를 갖게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과연 채동욱 총장의 약속이 실현될 수 있는가. 많은 국민들은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 너무 속았기 때문이다. 판판히 속으면서도 그래도 이번에는 하고 기대하는 이유는 검찰이 제대로 바로 서지 않고는 국민의 인권은 차치하고라도 이 땅의 민주주의도 영영 공염불이 되기 때문이다. 공정하지 않은 사회에는 애국심도 없다. 그만큼 공정한 검찰은 중요한 것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이명박 정권 시절 검찰권을 오·남용 하고 검찰 수사를 정치화하여 불명예를 안긴 검사 41명의 명단을 전달하며 이번 인사에서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 아래서 대표적 검찰권 오·남용 사건인 , 미네르바 사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용산참사 수사 등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들의 인사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있다. 흔히 인사는 만사이자 망사며 박근혜 정권 출범이후 인사로 인해서 얼마나 곤욕을 치르고 있는지는 국민들이 잘 안다. 지지율 41%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노무현대통령의 퇴임 후 그에게 몰아닥친 검찰의 칼날은 잔인했다. 머리 좋은 검찰 스스로 생각해 보면 왜 무엇 때문에 그렇게 잔인했는지 잘 알 것이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재판에 빠짐없이 방청했고 검찰의 논리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지 눈으로 생생하게 목격했다.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났다. 검찰이 한 마디 해야 되지 않는가.
 
수많은 검사들이 화가 날 것이다. 몇몇 정치검사들이 검찰을 흙탕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분개할 것이다. 고위검찰을 지낸 지인이 말한다. 조직탓이라 도리가 없다고 한다. 핑계를 대려면 무슨 말을 못하랴. 그래서 취임사애서 외압에 방파제 역할을 하겠다고 결의를 밝힌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일말의 기대를 하는 것이다.
 
TV에서 포청천이라는 영화를 자주 본다. 영화를 보면서 추상같다라는 말을 떠 올린다. 권력의 남용은 없다. 합리적 사고, 명확한 법적용, 외압에 굴하지 않는 용기. 그를 보좌하는 참모들, 참으로 부럽기 짝이 없다.
 
용작두는 황족 과 왕족, ‘호작두는 관리와 귀족, ‘개작두는 일반 평민과 천인에게 적용하던 사형기구였다. 요새말로 빽을 가리지 않고 법대로 처단하는 포청천을 보며 십년 체증이 싹 가신다. 지금 포청천이 대한민국에 있다면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작두 앞에서 목이 떨어졌을까. 하는 망상을 한다.
 
 
## 인간은 희망 때문에 산다.
 
"작금의 위기는 몇몇 사건의 잘못된 처리나 일부 구성원의 일탈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그릇된 관행과 의식과 조직문화가 총체적으로 결합되고 누적돼 나타난 결과". "오욕의 시대에 반드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추상같은 결의다. 지금까지 수많은 검찰총장이 취임사에서 명심보감 같은 소릴 했지만 국민들에게는 그냥 말로만 전달됐다. 그래도 이번 채동욱 검찰총장의 말이 가슴에 남는 이유는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진정성 때문이다. 이어서 떠오르는 것은 얼마나 갈려구라는 냉소다.
 
검찰의 감찰부장이 국정원의 감찰부장으로 파견됐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육참총장 시절 강직한 원칙주의자란 평가를 받았다. 그것이 헛소문이 아니라면 정치권력과 가장 밀접하게 유착되었던 두 기관의 책임자인 채동욱과 남재준의 취임은 국민이 기대를 가져 볼 수도 있다.
 
흙탕물에 맑은 물 한 동이를 부어도 역시 흙탕물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인 현실이다. 그러나 희망을 버리면 무엇을 붙들고 산단 말인가. 흔히들 나이먹은 늙은이들은 살만큼 살았으니 죽어도 괜찮다고 하지만 자신이 죽었다고 세상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 땅에는 영원히 뒤를 이어 살아갈 후손들이 있는 것이다.
 
출범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박근혜 정권에 대해 걱정하는 국민들이 많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의 대통령이 아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그의 불통과 독선을 우려하는 국민이 많고 불통과 독선이 가져 올 결과 역시 국민들은 너무나 잘 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온갖 어려움을 몸으로 체험한 사람이다. 분명히 변화가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는다.
 
아무리 탁월한 지도자라도 혼자서 정치를 할 수는 없다. 어느 조직에서나 해바라기 지당장관은 있게 마련이다. 지도자에게는 이를 구별해 내는 혜안이 필요하다.
 
"우리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차갑게 식었지만 우리는 이대로 좌절할 수 없고, 좌절해서도 안 된다"
 
"국민의 믿음을 회복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본연의 임무를 빈틈없이 해나가는 것이다. 믿음직한 법질서의 수호자, 추상같은 사정의 중추, 든든한 인권의 보루로서 내 이웃과 공동체의 평온하고 안전한 삶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신뢰회복의 길이다."
 
그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말씀도 인용했다.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능히 천 명을 두렵게 할 수 있다(一夫當逕 足懼千夫)" 한 사람이 누구인가. 바로 자신을 가리켰을 것이라고 믿는다.
 
한번 자신이 한 말은 주워 담을 수가 없다. 채동욱 신임 검찰총장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기 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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