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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의 미, 우리의 자부심
조상의 순수 영혼을 만나다
등록날짜 [ 2019년06월21일 12시10분 ]
 
【팩트TV-이기명칼럼】인연을 누가 예측하는가. 평생을 살면서 인간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인연과 만난다. 길을 가다가 돌부리에 차여도 인연이라고 한다. 인연 중에서 가장 소중한 인연은 사람과의 인연이지만 그밖에도 인연은 참으로 많다.
 
■‘한국의 미’ 특별 전시회
 
휴식의 공간이 생겼다. 피곤한 매일 속에서 휴식이 얼마나 소중한가. 그 공간에서 눈을 감고 있으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눈을 뜬다. 눈 앞에 펼쳐지는 경이가 있다. 아름다움이다. 우리 조상의 영혼으로 빚은 아름다움이다.
 
청자, 백자, 목기, 각종 청동 불상 하나마다 조상의 영혼이 숨 쉬고 있다. 그 속에 나의 영혼도 외람되게 끼어들어 숨 쥔다. 이 순간에는 온갖 세상사가 사라진다. 추악한 정치도 잊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가. 눈을 뜨면 마치 새로 태어난 된 느낌이다. 이토록 청량감을 느낄 수가 있는가. 이것이 예술이 갖는 무한한 힘이다.
 
내가 무슨 고미술을 알겠는가. 존경하는 법조인이 있었다. 최영도 선생이다. 평생을 존경받는 법조인으로 사셨다. 독재자들에게는 눈엣가시였다. 내가 참여연대 운영위원으로 참여했을 때 대표로 계시던 선생을 만났다. 내 인생의 축복이었다.

그분은 자신이 온몸으로 모은 한국의 토기 1,719점을 중앙박물관에 기증하신 분이다. 우리 문화를 무척이나 사랑하셨던 그분을 통해 나는 우리 고미술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됐고 다보성 고미술 전시관을 알게 됐다. 조상의 영혼과 가까이하면서 선열들에게 또 다른 고마움을 느낀다.

(사진출처 - 한국관광공사)

 
■3·1운동 100주년 기념 다보성 ‘한국의 미’ 특별전
 
다보성 전시관은 4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고미술 특별전만도 20여 회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없는 고려 시대 상감죽절표형주자와 청자여래입상, 조선 전기 백자음각연화조문투각불감을 비롯해서 토기와 전통회화, 민화, 목가구, 민속유물까지 망라되어 전시되었다.
 
오랜 세월 글을 쓰고 살면서 문화의 세계는 그렇게 낯설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얼마나 건방진 소린가. 내가 20대였던 1950년 즈음 서울은 황량했다. 폐허나 다름없었다. 그때 인사동에 있던 ‘르네상스’와 명동의 ‘돌체’, 공초(空超) 오상순 선생이 상주하다시피 한 ‘청동다방’ 등은 작은 문화공간이었다. 그러나 옛 미술의 공간은 없었다.
 
그 시절 천상병·박재삼·박봉우·박성룡·이현우 등 가난한 문우들과 값싼 소주잔을 기울이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 한국의 아름다운 고미술을 보면서 옛날을 회상하는 내 팔자도 호강이다.
 
■다보성 고미술 갤러리
 
1983년 문을 연 이래 다보성 갤러리는 귀중한 고미술품과 사료(史料)들을 수집해 국립박물관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 공급했다. 자칫 외국으로 흘러나갈 뻔했던 최상급 문화재도 있었고 일본 등지로 팔려가는 귀중한 북한 문화재들을 치열한 경쟁 끝에 국내로 들여오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겪은 고통도 많았다. 다보성을 지켜본 많은 사람은 그 고통의 과정을 알고 있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저 아름다움 뒤에도 얼마나 많은 고통과 인내가 숨겨져 있을까. 저 아름다움을 창조한 도공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책상다리 꼬고 앉아 큰기침하는 신분은 아니었을 것이다. 저 아름다운 찻잔에 향기로운 차를 마시며 인생을 즐기는 고관대작들도 아니었을 것이다.
 
생명이 없는 흙은 빚어 고열 속에 구어 내는 과정에서 그들이 흘린 땀은 아름다움으로 승화되어 인간의 곁으로 온다. 자신이 만든 자기가 마음에 안 들면 깨 버리고 다시 깨 버리는 얼마나 많은 인고의 과정을 거쳤을까.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저렇게 울었나 보다.
 
문득 미당(未堂 서정주 시인의 호)의 시 ‘국화 옆에서’가 떠오른다.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 시인은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우는가. 도공들의 고통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편안히 앉아서 고미술품을 감상한다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자신에 미안하고 이를 수집해 전시함으로써 우리에게 조상의 얼을 느끼게 해 준 다보성 미술관 김종춘 회장께 늘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흔히 골동품(骨董品)이라면 가격이 비싸고 서민들과는 인연이 없는 특수층의 취향과 전유물인 것처럼 인식되어 왔지만 지금 우리 눈앞에 선조들의 손길을 거친 유물들을 부담 없이 만날 수 있어 더 정답게 느껴진다.
 
오래간만에 가슴 부글거리는 정치가 아닌 주제로 글을 쓰니 마음이 가라앉는다. 지금 국회에서 싸우는 대단한 의원들을 여기 전시관에 데려다 한 시간만 앉혀놔 봤으면 어떻게 될까. 좀 달라지지 않을까. 그러나 역시 어느 미술품이 더 좋으니 나쁘니 싸울 것이다. 아니 내가 왜 행복한 시간에 다시 정치를 생각하는가. 머리를 털어냈다. 이 순간은 나의 행복한 시간이다. 정치는 잊자.
 
■3·1운동 100주년 기념
 
‘한국의 미 특별전’이 열리는 수운회관은 천도교 중앙대교당 안에 있다. 3.1운동과 깊은 인연이 있는 천도교와 손병희 선생이다. 1918년 공사를 시작해 1921년 준공했다는 알려졌다.
 
이 같은 역사적인 건물에서 더구나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의 미 특별전’이 열리는 것도 의미가 깊다. 이번 기회에 우리의 아름다움을 국민들이 함께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 깊다. 우리의 것을 우리가 사랑하지 않으면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
 
남의 아름다움도 소중하다. 그러나 우리의 아름다움이 더욱 소중하다는 생각이다. 사랑하자. 가슴과 눈으로 사랑하는 것은 돈이 들지 않는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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