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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대통령과 '욕쟁이 할머니'
등록날짜 [ 2013년12월13일 14시40분 ]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
대통령과 '욕쟁이 할머니'
대통령도 욕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대통령으로 출마했던 이명박 후보가 만천하 국민들 앞에서 허벅지게 욕을 얻어먹은 적이 있었다.
 
“이놈아! 배고프면 밥 처먹어라, 지난번엔 청계천을 만들었으니 이번에는 경제를 살려내라”
 
국밥집을 하는 강종순 할머니가 이명박 후보에게 호통을 치는 장면이 TV에 고스란히 나왔다. 놀랄 것 없다. 이명박 홍보물이니까. 실제로는 강남에서 국밥집을 했던 일명 낙원동 국밥집 할머니는 이 광고로 유명해졌지만 장사는 잘 안 돼서 무척 어려움을 겪었단다. ‘욕쟁이 할머니’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다시 만난다면 뭐라고 할까.
 
욕쟁이 할머니의 원조는 김유복례(김유례)할머니다. 1910년에 태어나 16세에 결혼해 청상이 된 후 3남매 마저 모두 잃고 평생을 혼자 살았다. 청주에서는 욕쟁이 할머니로 유명한 할머니는 누구든지 거침없이 욕을 해서 도지사가 와도 욕 한마디는 먹었는데 평생 모은 재산을 충북대학교에 기탁했다.
 
이렇게 사신 분이니 대한민국 어느 누구에게도 욕을 할 자격이 있을 것이다. 그 분의 눈으로 본 인간들은 모두 욕먹을 대상들일테니까. 그야말로 욕을 먹어도 싼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욕쟁이 할머니 얘기를 쓰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욕먹을 인간이 없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러나 욕먹을 인간은 너무나 많고 더구나 기가 막힌 것은 욕을 먹어도 평생을 먹어야 할 인간들이 오히려 남의 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 할 술 더 떠서 욕먹으면 반성을 하면 좋겠는데 반성은커녕 이건 길길이 날 뛰니 꼴이 영 아니다.
 
요즘 막말정국이라 할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다. 여·야가 서로 상대당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가 한 마디 하면 이유 불문 게거품이다. 거기에다 만병통치약처럼 등장하는 ‘종북몰이’는 이제 지겹다 못해 몸서리가 쳐진다. 종북 외쳐대는 자신들에게는 어떻게 들리는지 한 번 묻고 싶다.
 
궁한 쥐가 고양이를 문다는 말이 있다. 이제 전 국민에게 퍼져가는 불법선거의 바람을 차단하는 유일한 방법이 ‘종북몰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여론 잘 살피고 있는 국정원이나 정부기관들도 잘 알 것이다. 이게 보통 심각한 일인가. 정상적인 선거였다면 지금 대통령은 다른 사람이었을 것이란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지난 대선이 불법부정선거라고 이미 규정했고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소리도 거세진다. 가톨릭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박창신 신부의 강론을 문제삼아 새누리당은 전가의 보도인 ‘종북몰이’에 총궐기했다. 박창신 신부의 강론을 물고 늘어졌다. 빨갱이 신부란다.
 
대선 부정과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주장한 민주당의 장하나 의원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아버지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 충고한 양승조 의원에 대해서는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며 제명안을 제출했다. 전국적인 사퇴촉구 집회를 한다. 천안집회에서는 ‘양승조 죽여라’ 고함이 터진다. 민주당사 앞에서 벌어진 문재인 화영식을 보면서 이 나라가 서울 한 복판에서 둘로 갈라지는 참담함을 느끼지 않는 국민이 어디 있으랴.
 
이건 정상적 정치가 아니다. 여당의 이런 자세를 보면서 정치가 제대로 굴러가기를 바라는 것이 얼마나 무망한 일인지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 막말 퍼레이드. 생생한 기록들 
 
“궁예의 말로를 보는 것 같아 처연한 심정”이다“ 김형호의 말이다. 궁예는 백성들에게 돌 맞아 죽었다. 김용갑은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은 정신병자다.“ 김기춘은 노무현이 “사이코”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2005년 10월18일 염창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의 심장부에서 나라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흔들고 있다”며 노 대통령에게 “정체성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같은 해 12월 사학법 개정반대 집회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현 정권은 나라를 무너뜨리는 파괴정권”이라고 말했다.
 
2005년 8월 김무성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기자들에게 노 대통령에 대해 “과연 그 머리속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부시 미국 대통령은 휴가를 한 달 다녀온다는데, 노 대통령은 한 1년 정도 휴가를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환생경제’는 이제 막말 연극의 고전이 됐다. 한나라당은 ‘환생경제’라는 연극을 통해 노 대통령에게 막말의 극치를 보여줬다. 현역의원 24명이 출연한 연극에서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상징하는 ‘근애(이혜훈 의원)’의 친구 ‘부녀회장(박순자 의원)’은 “뭐 이런 개X같은 놈이 다 있어” “사내로 태어났으면 불알 값을 해야지. 육시럴 놈. 죽일 놈” “이혼하고 위자료로 그거나 떼 달라 그래”라고 말했다. ‘번영회장’을 연기한 송영선 의원은 “그놈은 거시기를 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놈”이라고 말했다. 기네스북에 오를 대사다.
 
2007년 7월 유승민 의원은 대정부 질문을 통해 노 대통령에게 “악정의 굿판을 거두어들이고, 제발 애국심을 가지고 이 난국을 타개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2007년 6월 심재철은 국회 대정부 질문 중 “그 놈의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 쪽팔려죽겠네”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발언후 당시 한명숙 총리에게 “(내가 이렇게) 말해도 상관없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한 총리는 “개개인의 표현은 자유”라고 답했다. <표현의 자유라는 말을 새겨 들어야 한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 앞에서 보수단체가 노무현 대통령의 인형을 만들어 화형식을 할 때 노무현은 경찰을 통해 시위대를 안전하게 보호했다. 대통령도 자신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보호하는 게 민주주의 대통령이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반응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 눈 감고 귀 막고 입 봉하고 살아야 하는 세상
 
대통령에 취임한지 1년이 다가온다. 이명박은 대통령 취임 후 미국산 쇠고기 파동 때문에 혼 줄이 났
지만 기자들과 회견을 했다. 박대통령은 아직 정식 기자회견 한 번 안 했다고 한다. 정상이 아니다. 자신의 소신과 국민들에 대해 당부를 할 수 있는 기자회견이 얼마나 중요한 기회인가. 그러나 모른 척이다.
 
이제 대선공약의 불이행과 파기는 새삼스러워 말하기도 창피하다. 저런 공약을 믿고 지지투표를 한 국민들은 허망하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희망은 있는가. 알 수가 없다. 믿을 수가 없다. 그래서 한 번 깨진 신뢰는 회복이 불가능하다. 앞으로 4년을 견뎌야 할 국민들은 아득하다.
 
민주주의는 말이라고 한다. 말이 없으면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제 말이 봉쇄되기 시작했다. 생명을 걸 용기가 없으면 말을 할 수가 없다. 역전노장의 야당 원로들이 입을 봉하고 있다. 장하나 의원의 발언은 국민들에게 청량제였다.
 
눈은 감고 귀는 닫고 입은 봉하고 살아야 하는 인생이라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났다. 유신시절 국민은 보고도 못 본 척 했고 듣고도 못 들은 척 했고 하고 싶어도 말을 못했다. 유신이 한 발 또 한 발 다가오는 것을 소름끼치게 지켜보고 있다. 왜 이러는가. 유신으로 회귀하고도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잠시는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잠시다. 절대로 얼마 못간다. 그 다음에 올 것은 처참한 비극이다. 말을 막아서는 안 된다.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는 교훈이다. 나랏님도 없는데서는 욕을 한다.
 
새누리당 안에서도 이제 비판에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벌써 늦었다는 생각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들어 났을 때 깨끗이 정리했어야 했다. 머뭇거리다가 낭패를 보게 된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부정이라는 말이 얼마나 웃기는 소린가. 왜 이명박의 수족인 원세훈 국정원장이 부정선거를 지시했겠는가. 여기에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의 밀약설이 나돌고 있는 것이다. 당선은 보장한다. 그 대신 나의 퇴임 후도 보장해라. 이것이 주고받은 밀약이라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아직도 해결의 길은 있다. 국정원 개혁과 특검이다. 깨끗이 정리하면 국민들도 협력한다. 국정원과 막말과 ‘종북몰이’로 정국을 풀 생각이라면 아예 유신선포하고 결과를 지켜보라. 국민들은 지금 너무 지쳤다. 욕먹기를 겁내지 말고 욕먹지 않는 대통령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겁 없이 욕하는 ‘욕쟁이 할머니’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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