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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손오공의 ‘머리띠’
손오공, 뛰어봤자 벼룩이다
등록날짜 [ 2019년04월17일 15시08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
■손오공의 ‘금고아’
 
‘오공아. 이리 오거라’
 
부처님이 부르자 오공은 어깨를 으쓱하며 다가왔다. 스스로 제천대성(齊天大聖)이라 참칭하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땅이 넓은 줄 모르는 손오공은 옥황상제도 아끼는 천도복숭아도 맘대로 따먹으며 안하무인, 부처님 앞에서도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
 
‘헤헤.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더 이상 그냥 두고 볼 수가 없게 됐다. 나하고 내기를 하자. 네가 이기면 네 맘대로 하고 지면 내가 내리는 벌을 받아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내기라면 겁날 게 없다. 나를 이길 자 세상에 어디 있느냐. 무슨 내기든지 자신이 있다.
 
‘오공아. 이제부터 내게서 도망을 쳐라. 만약 내게서 벗어나지 못하면 지는 것이니라. 알겠느냐.’
 
오공이 웃었다. 근두운을 타고 떴다 하면 순식간에 10만 8천 리를 날아가는 오공이다. 여의봉을 휘두르면 귀신도 한 방에 간다. 내기가 시작됐다. 오공이 근두운을 불러 타고 발을 구르며 하늘로 치솟아 사라졌다. 빠이빠이 손을 흔들었다. 손오공은 신나게 날랐다. 이쯤이면 됐겠지 했을 때 손오공 앞에 5개의 기둥이 막아섰다. 손오공은 이제 세상에 끝이구나 생각했다.
 
손오공은 다섯 개의 기둥에 갈겨썼다. ‘제천대성 손오공이 다녀가셨다’. 거기에다 바지를 까 내리고 실례까지 했다. 손오공은 득의양양 부처님한테 돌아왔다. 한데 손오공 입에서 으악 하는 비명이 터졌다. 세상에 이럴 수가. 손오공이 글씨를 쓴 다섯 개의 기둥은 바로 부처님의 손가락이었다. 손오공의 소변 냄새까지 났다. ‘튀자’ ‘이 녀석 어딜 가느냐.’

2016년 8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나눴다. (사진출처 - 자유한국당)

 
■5백 년 동안 오행산에 갇힌 손오공
 
손오공은 부처님에 의해 5백 년 동안 오행산 석굴에 갇히는 형벌을 받았다. 서유기에 나오는 얘기다. 웃자고 한 얘기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임자가 있다. 임자를 만나면 도리가 없다. 오늘의 한국 정치를 보면서 과연 우리 정치의 임자는 누구인가를 생각한다. 임자는 반드시 있다. 바로 국민이다. 어디선가 웃는 소리가 들린다. 국민이 임자라고. 정말인가. 그건 국민이 대답해야 할 것이다.
 
■한국 정치와 손오공
 
대학생들이 나경원 의원의 국회 사무실을 점거했다가 체포됐다. 이 중 1명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는데 기각됐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야당 원내대표의 사무실을 점거한 것은 잘못이다. 그럼 대학생들은 왜 나 의원 사무실을 점거했을까. 이유는 이렇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남북 대결과 전쟁을 추구하고, 적폐 청산을 반대했으며, 일본 편을 들고 있다” 
 
대학생들은 나경원 대표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대학생들은 나경원 의원이 일본 자위대 창설기념식에 참석하고 반민특위를 비판하는 등 그를 친일파로 보는 모양이다. 이럴 때 나 의원이 대학생들을 만나 자신의 소신을 당당하게 피력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꿈같은 소리 말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 정치의 주연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인들, 아니 국회의원들을 보면서 비판하는 국민의 소리는 무척 높다.
 
비판이 높으면 귀가 간지럽고 심하면 재채기까지 한다는데 우리 국회의원들은 어떨까. 재채기하느라 아무 일도 못 할 것 같다. 왜 이 모양이 됐을까. 왜 국민이 국회의원들을 우습게 아는 것일까. 국민을 위해서 일 좀 잘해 달라고 찍어 줬는데 잘하기는커녕 오장육부 모조리 뒤집히게 만드니 원망 안 하게 됐는가. 합법을 가장한 부동산투기와 농지소유 등에 이름이 오른 국회의원이 백여 명이 넘는다. 국민에게 물어보면 세상에서 믿지 못할 인간 1위가 국회의원이다. 이러면서도 머리를 싸매고 배지를 달려고 하는 것을 보면 좋기는 좋은 모양이다. 어떻게 정리하는 방법은 없을까.
 
■국회의원에게 손오공의 ‘금고아’를
 
손오공이 500년 형을 살고 세상에 나온 후에도 못된 버릇 못 고치기는 여전했다. 관음보살이 손오공 머리에 ‘금고아’를 씌웠다. ‘금고아’란 금으로 된 머리띠다. 노동자들이 이마에 ‘투쟁’이라는 붉은 띠를 두른 것처럼 손오공도 이마에 ‘금고아’라고 쓴 띠를 두른 것이다. 손오공이 말썽을 부리면 주문을 외운다. 그러면 ‘금고아’가 조여들어 머리가 뻐개질 것 같다. 벗어버리면 될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나 관음보살이 바보인가. ‘금고아’는 관음이 아니면 벗기지 못한다. 그럼 똑똑한 손오공이 어떻게 ‘금고아’를 쓰게 됐는가. 그건 비밀이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상습 성범죄자들에게는 전자발찌를 채운다. 국회의원들은 그래도 국민의 대표라는 체면이 있으니 이마에 ‘금고아’를 두르게 할 수 없고 전자발찌도 그렇다. 대신할 무슨 방법이 없을까.
 
있다. 들고 다니는 핸드폰에 특수 장치를 하는 것이다. 거짓말이나 불법행위를 하면 개 짖는 소리가 나도록 하는 것이다. 들고 있는 핸드폰에서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면 꼴이 볼만할 것이다. 어떤가. 거짓말할 용기가 나는가. 별 이상한 생각을 다 하고 있다는 서글픔에 가슴이 아프다.

(사진출처 - 자유한국당)

 
■청개구리의 후예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이 생각도 다르기 마련이다. 정치도 역시 같다. 그러나 정치는 비록 여·야의 생각이 다르다 해도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는 부분에 있어서만은 대단한 차이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면 그들이 지향하는 최고의 선은 국민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차명진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 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쳐 먹는다”
 
정진석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
 
안상수(인천 중구·동구·강화·옹진) 의원도 “불쌍한 아이들 욕보이는 짓”이라며 동조했다. 
 
잘못 들었나 귀를 의심할지 모르지만, 분명히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이다. 인간 포기 발언이다. 그래도 인간으로 남기는 바랐는지 취소하고 사과했다. 허나 말은 한 번 입 밖으로 나오면 취소해도 소용이 없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한 말을 들어보다.
 
“유가족이나 피해자분들께 아픔을 드렸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 유감을 표시한다” 
 
지금 장난하는가. ‘아픔을 드렸다면’이라니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유가족들이 심심해서 항의하는 줄 아는가. 판사를 한 사람이니 그 정도는 알 것이 아닌가.
 
지난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5주기가 되는 날이다. 당시 한나라당 정권은 침몰 원인을 숨기기 위해 별별 짓을 다 했다. 고발당한 인물 중에는 이미 구속된 박근혜를 비롯한 당시 법무부 장관이며 후에 총리를 했고 현재 한국당 대표인 황교안도 포함되어 있다.
 
세월호 비극 5년인 4월 16일. TV 화면에 세월호는 바다에 모로 누워 있고 그 옆을 오가는 선박들. 그러나 세월호 안에서는 304명의 어린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왜 구하지 못했는가. 안 구했는가.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징글징글’ ‘징 하게 해쳐먹어’
 
‘징글징글’과 ‘징 하게 해쳐 먹는다’던 정진석과 차명진이 당 윤리위에 회부됐다.
 
이번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5·18 망언도 징계한다고 했지만 헛말이다. 이번에도 두고 보자.
 
한국 정치의 정쟁은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사색당쟁(四色黨爭)으로 나라를 망쳤다. 지금도 그렇다. 하루라도 정쟁을 멈춘 적이 있는가. 싸워도 이유가 있어야 하고 반대에도 명분이 있어야 국민이 납득을 한다.
 
한국의 정치는 청개구리 정치다. 상대 당의 정책은 무조건 반대다. 남북 간에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것을 왜 반대하는가.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라도 해야 한다는 말인가.
 
국회에는 산더미처럼 미제(未濟) 법안이 쌓여있다. 쌓아놓고 국 끓여 먹을 것인가. 국회는 일 하는 날보다 문 닫은 날이 더 많다. 일 안 하려면 왜 배지 달고 세비 타 먹는가. 국민 보기 부끄럽지도 않은가. 국민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국민이 촛불을 들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 잘 알 것이다. 관음보살이 손오공 머리에 금고아를 왜 씌웠는지 생각하게 된다.
 
정말 이러다가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모두 ‘손오공의 금고아’를 쓰고 다니는 꼴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주문은 국민들이 외울 것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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