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하면 부도, 납품 중단하면 감옥…도대체 어떻게 하라는겁니까?”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자동차산업중소협력업체 피해자협의회 회원들이 26일 “현대자동차의 갑질에 부도 위기로 내몰려 납품을 중단하자 손해배상을 넘어 형사처벌로 구속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추 의원과 협의회 회원들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갑질에 항의했더니 공갈죄라 하고, 언론에 호소했더니 언론플레이 한다는 비난이 돌아왔다. 법에 도움을 받으려 해도 김앤장과 싸워야 하는데 뭘 할 수 있겠냐”며 이같이 말했다.
추 의원은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31일 대구고법은 태광공업을 운영하던 전 사장과 그의 아버지를 공갈죄로 각각 4년, 2년을 선고해 법정 구속했다”면서 “2009년 이후 부도 위기로 손실보상이나 기업인수를 요청했다가 같은 죄명으로 처벌받은 자동차 2차 협력업체 사례가 확인된 것만 16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자동차 업계의 악명 높은 단가 후려치기의 피해자들”이라며 “협력사가 부도를 피하려고 마지막 택한 납품 중단 행위를 민사상 손해배상을 넘어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공권력 남용의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로 부도 위기에 처한 하청업체가 계약상 의무 이행을 중단하더라도 형사처벌 받지 않도록 하는 하도급법 개정안,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이 거래조건 합리화를 위해 공동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태광공업 경영진 가족은 “1차 업체의 갑질 단가 후려치기로 누적된 적자를 견디다 못해 납품을 중단한 게 결국 공갈죄로 우리를 옭아맸다”며 “법이 약자의 억울한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제발 법 제도를 바꿔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법정구속 되기 전 남편은 판사에게 아버지의 무죄를 호소했지만, 저는 사랑하는 남편을 잃었고, 어머니는 칠순의 남편과 아들을 잃었다”면서 “경제사범의 경우 부자가 함께 구속되는 경우가 없다는데 이번 판결은 너무 어이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MK정공 주민국 대표는 “우리의 경우 합법적으로 회사 인수 계약을 체결하자 1차 업체가 계약금만 준 상태에서 금형과 제품을 탈취해갔다”며 “납품 중단이나 공갈·협박도 하지 않았는데 지금 회사는 부도 상태로 모두 경매에 넘어갔고, 나는 대표이사 연대 보증으로 신용불량 상태”라면서 “합법적으로 하면 부도가 난다”고 하소연했다.
민변 서보건 변호사는 “완성차나 1차 협력업체가 예전에는 중소협력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납품 중단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면 돈을 주고 인수하거나 보상금을 주는 방식을 택했었다”면서 “그러나 2010년 이후 손실보상금 제공 또는 기업 인수를 요구할 경우 원하는 돈을 준 뒤 기업은 회생절차에 집어넣고 형사고발 후 반환청구하는 방식으로 해결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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