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쪽지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이기명 칼럼] 포기해라. 누가 사제의 입을 막을 수 있는가
등록날짜 [ 2013년11월28일 09시56분 ]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
포기해라. 누가 사제의 입을 막을 수 있는가
종교를 탄압하면 하늘이 진노한다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손에 피 묻히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하긴 관동 대지진 때 일본인들은 한국인의 목을 칼로 쳤다고 한다. 남경학살 때도 일본군은 자신의 '닛본도'가 잘 드는가를 시험하기 위해 중국인을 세워놓고 목을 잘랐다고 한다. 실제로 그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친절하기로 소문난 일본인에게 저런 잔인함이 숨어 있다니. 그래서 사람의 속은 모른다는 것일까.
 
인간의 마음속에는 천사와 악마의 얼굴이 공존한다고 한다. 어느 때 천사의 얼굴이, 어느 때 악마의 얼굴이 나타나는지는 모르겠지만 변화무쌍한 인간의 마음이라 예측이 난망이다.
 
조폭들도 왕초 쯤 되면 손에 피를 안 묻힌다. 졸개들이 알아서 긴다. 제거해야 대상이 있으면 암시만 주면 된다. 그러면 알아서 처리한다. ‘그 자식 요즘 꿈에 나타나’ 졸개들이 즉각 알아듣는다. 눈앞에 나타나지 않도록 처리한다.
 
왕조시대 왕은 무엇이든지 할 수가 있었다. 할 수 없는 것 좀 없나 할 정도로 무슨 짓이든지 할 수가 있었다. 죽이든 살리든.
 
어느 고승은 봄이 오면 꼭 부드러운 집신을 신었다고 한다. 이유는 봄이 되면 돋아나는 여린 새싹과 어린 곤충들이 밟혀서 상할까 걱정이 되어서다. 살아 있는 생명에 대한 배려다. 이것이 바람직한 인간의 모습이다. 그러나 많고 많은 인간중에 어떤 인간은 없으랴.
 
폭군은 많다. 우리나라에도 중국에도 폭군은 많다. 네로는 폭군중에 폭군이다. 새로운 로마를 건설한다고 불을 질러 불타는 로마를 보며 술을 마시고 시를 읊던 네로는 시민들이 저항하자 기독교인들을 방화범으로 몰아 수많은 기독교도들을 살해한다. 그 때도 종북이란 말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도 종북타령을 들으니 필자도 종북에 중독이 된 모양이다. (우스개다)
 
네로의 말년은 주색잡기와 온갖 범죄로 얼룩졌다. 의심도 늘었다. 자기 자리를 노린다는 의심으로 수많은 친지들을 살해했다. 권력을 다투던 어머니를 자살하게 만들고 의붓동생 ‘브리타니쿠스’도 살해했고 스승이던 철학자 ‘세네카’도 죽였다. 그의 손은 온통 피로 물들었다. 그러나 네로도 자신의 근위병이 반란을 일으키자 로마를 탈출하지만 결국 자살을 한다.
 
그가 남긴 최후의 말은 “아아 제우스 신이여. 위대한 예술가가 이렇게 죽는구나”였다니 착각도 대단했던 모양이다. 그의 나이 31새였다. 로마 원로원은 네로의 모든 공적 기록 삭제를 결의했다. 부끄러운 기록도 남겨야 하는데 말이다. 이명박도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동서고금을 통해 종교를 억압하는 것은 야만이고 종교와 종교지도자를 박해하는 정권은 불행했다. 그것은 동서고금을 통한 신의 섭리다.
 
### 폭군의 말로는 정해져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전주교구 사제들이 군산수송성당에서 박근혜 대통령 사퇴촉구 미사를 봉헌했다. 한국천주교의 원로 사제인 박창신 신부가 강론을 했다. 이 강론이 ‘종북몰이’에 걸려들었다. 왜 걸려들었다는 표현을 쓰는가. 항상 낚시를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꿈치가 달걀처럼 생겨도 흉이라는 속담이 있다. 무엇을 걸고 넘어졌느냐는 유치해서 거론도 않는다. 그 대신 오늘의 현실에서 독재정권과는 항상 당당하게 맞서 싸워 온 천주교정의구현 사제단과 독재정권과의 투쟁역사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지난 27일 아침 CBS의 변상욱 대기자는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그 깊은 운명적 내막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우리 국민이 모두 알아야 할 일이기에 여기 다시 정리해서 기록한다. <변상욱 대기자에게 고마움과 양해를 구한다.>
 
{변상욱 대기자의 해설기사}
 
◈ 결코 낯설지 않은 이 풍경, 유신의 추억
 
시국미사에서 강론한 신부에 대해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의 인지수사가 아닌 보수단체의 고발에 의한 피고발자 조사로 시작하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 대해 사회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펼쳐지고 있는 집권세력과 천주교 사제단과의 충돌은 1970년대 긴급조치 시대와 유사하다.
 
1970년대 천주교의 시국미사, 시국기도회를 이끌어낸 밑바닥에는 1970년 전태일 분신 사건이 자리 잡고 있다.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에 대해 교회가 무지했고 무능력했다는 자성이 시국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낸 것이다.
 
그 이후 1971년 원주교구에서 ‘부정부패 척결 특별미사’가 열리며 사회현실과 현안이 미사 속으로 들어왔고,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사건이 이어지며 정치와 시국현안이 천주교회의 과제로 등장했다. 결국 1973년 11월 서울에서 천주교 구국기도회’가 열리면서 시국기도회가 시작된다.
 
그러자 2달 뒤에 긴급조치 1호, 2호가 선포되며 한국 사회는 이른바 긴급조치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천주교 지학순 주교의 체포, 구속 사건이 발생하면서 윤공희 대주교의 주례로 첫 시국미사가 열렸다. 1974년 7월의 일이다. 이 사건을 게기로 결성된 것이 지금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며 사제단은 이후의 시국선언, 시국기도회를 주도해간다.
 
위기를 느낀 유신정권은 민주화 요구를 잠재우기 위해 1975년 5월 긴급조치 9호를 발동했다. 시국사범은 영장 없이 체포해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강경한 탄압 조치였다.
 
기독교 민주화 운동권은 이에 맞서 1976년 3월 1일, 명동성당에서 3·1절 기념미사와 천주교·개신교 합동기도회를 열고 ‘민주구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명동 선언문이 그전까지의 시국선언과 다른 것은 유신반대를 넘어 유신정권 퇴진까지 요구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이 사건을 ‘종교행사를 빙자한 일부 재야인사들의 정부 전복 선동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11명을 구속했다.
 
이 사건을 지켜 본 김수환 추기경은 3월 15일 시국기도회 강론에서 신부들에 대한 지지와 염려의 뜻을 밝혔다.
 
"사건 관련 신부들을 무조건 잘했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잘못했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 행위가 정부를 전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들 나름대로 신앙적 소신과 양심에서, 더 나아가 보다 밝고 의로운 나라로 만들겠다는 애국심에서 한 행동임을 의심치 않습니다. 방법을 탓하더라도 순수한 동기는 탓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의견이 다르다고 사람들을 단죄하여 하느님의 엄한 심판을 자초하는 우를 범하지 마십시오.”
 
그 후 추기경은 24시간 도청과 밀착감시라는 난관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김 추기경을 지키던 기관원들 중 여러 명이 감화를 받아 세례를 받고 기독교신자가 된 건 유명한 일화.
 
1977년에는 시국기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나섰던 천주교 안동교구 사제들의 체포, 부산 교구 사제들의 정보부 연행, 인천 교구 김병상 신부 구속이 이어졌다. 그러나 천주교회는 계속해 시국기도회, 교권수호기도회를 이어갔다.
 
그러다 벌어진 사건이 1978년 7월 전주에서의 이른바 7.6 사태다. 전주 교구 신부들을 밀착감시하고 서울 시국기도회 참석을 막던 경찰이 신부(박종상 신부)를 폭행한 뒤 길에 내다 버린 것. 경찰은 며칠 뒤 다른 신부를 때리고 수녀의 두건을 강제로 벗기는 폭력을 행사한다.
 
수녀의 두건은 수녀의 상징이다. 수녀 서원 예식 때 두건을 건네는 중에 "거룩한 수건을 받아 이로서 주 그리스도께 온전히 속하며 교회에 봉사하기 위하여 온전히 봉헌되었음을 모든 이에게 알리시오"라고 일러준다.
 
이 때문에 전주 교구 뿐 아니라 전체 천주교인들이 분노했고, 정의구현 사제단이 나서서 당국의 사과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 사태는 경찰국장이 사제단에게 무릎을 꿇고 정중히 사과하며 일단락됐다.
 
이번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에서 다른 곳도 아닌 그 전주교구 시국미사에서 대통령 퇴진 등 더 앞선 내용의 요구사항들이 제시된 역사적 배경일 수도 있겠다.
 
◈시대의 아픔은 교회의 아픔이자 과제
 
한편, 전주 교구 시국 미사 이후 신부의 사회참여, 그리고 사회참여가 정치적 의미를 담을 때 어디까지가 타당하냐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제1차 바티칸 공의회(1869-1870)까지는 세속과 교회를 엄격하게 구별하면서 사회정의나 인권에 대해 거리를 두도록 했다. 그러다 1891년 바티칸 교황청에서「노동헌장」(Rerum Novarum)을 발표하며 고통 받는 노동자와 사회현실에 주목하도록 했고, 1965년 '사목헌장'(Gaudium et Spes)에 이르러는 인간과 사회와 교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리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에 이르러서는 보다 분명한 입장을 밝힌다. "교회는 세상 안에서 세상 사람들과 함께 구원을 길을 가야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의 부조리와 잘못된 구조를 수수방관하지 말고 함께 고민하며 헤쳐 나가야 한다"고 선언한다.
 
다만 정치사회 운동을 조직적으로 전개하는 데에 대해 제어하는 것은 사제 본연의 임무에 소홀할 수 있다는 염려 내지는 교회가 정치권력과 충돌하는데 대한 우려가 담겨 있다고 본다. 또 성도들이 여러 정당에 속해 있을 수 있고 정치적 입장과 이해관계가 서로 다를 텐데 자칫 사제들이 특정 정당에 소속되거나 깊이 관여한 채 성도들을 지도할 경우 '교회적 친교'를 해칠 수 있다고 염려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 사제들에 대한 박해는 즉시 중단해야.
 
대통령선거가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해 12월13일, 박근혜 후보는 갑자기 충북 제천의 베론 성지 안에 있는 지학순 주교의 묘소를 참배합니다. 검은색 예복에 흰색 장갑을 끼고 헌화 분향한 뒤 3분 남짓 묵념을 했습니다. 꽤나 당혹스런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박 후보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아버지의 잘못에 대한 반성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유신왕정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의 국민으로서 마음가짐을 새로이 한 것으로 이해했던 것입니다. (한겨레 곽병찬 대기자의 ‘박근혜 대통령에게 드리는 편지 중에서)
 
그러나 박근혜 후보가 지학순 주교 묘소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 시간에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들은 과거 독재정권 때처럼 선거공작을 저지르고 있었다. 국가의 비밀문건을 왜곡해 상대 후보를 종북으로 낙인찍고, 인터넷과 트위터를 통해 온갖 흑색선전 찌라시를 살포했다.
 
대표적인 내용이 이런 것이다. ‘1번(박근혜 후보) 대한민국, 2번(문재인 후보) 북조선인민공화국’. ‘문재인의 주군은 김정일’. 당신의 조국은 어디인가라는 폭력적인 질문도 사실 그 연장에서 나온 것이었다. 부정선거를 따지는 국회의원에게 ‘종북하지 말고 월북하라’고 고함치는 것처럼 말이다.
 
### 종북몰이, 여기서 끝내라. 빠를수록 좋다.
 
이제 지난 대통령 선거가 불법과 부정으로 얼룩져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기정사실이 됐다. 심지어 새누리당 의원들조차도 국정원의 불법댓글 121만 개에 대해서는 꿈 먹은 벙어리다. 막무가내 한 인간들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을 보면 양심이라는 것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죽으나 사나 매달리고 물고 늘어지는 것이 ‘종북몰이’다.
 
동네장기를 둘 때도 상대가 수를 알아버리면 백전백패다. 그래서 수(전략)라는 것은 막판에 쓰는 것이다. 현재 어떤가. 새누리당은 ‘종북몰이’를 너무 써 먹었다. 말발도 서지 않는 종북몰이를 시도 때도 없이 읊어 댔으니 이제는 짜증을 넘어 귀를 막고 싶은 심정이다.
 
마치 ‘배드민턴’을 치듯이 새누리당과 특수언론(어영홍보지)이 주고받는 속에 호도되는 여론이 있지만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사제들은 자신이 가진 세속적 욕망을 모두 내려놓은 사람들이다. 정의와 양심과 진실과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하여 몸을 바치기로 주님께 약속한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국민이 사제들을 믿는 것이다. 그러기에 불의한 정치권력이 사제들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2012년 12월 13일, 베른성지를 찾아 유신정권으로부터 핍박받은 지학순 주교 묘소를 참배를 한 의미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비록 아버지가 한 일이라 할지라도 지학순 주교가 겪은 고통에 대해서 사죄를 하는 마음이었다고 국민들은 믿는다.
 
그러면 오늘의 사제들에 대한 종북몰이는 무엇인가. 대답이 안 나온다. 그 때 박근혜 후보의 행위는 거짓이었단 말인가. 오로지 표를 얻기 위한 위선의 행동이었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면 그 때의 박근혜 후보와 오늘의 박근혜대통령은 너무나 다르다.
 
박창신 원로신부의 강론은 정의와 진실을 말했다. 사제로서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정당성을 잃은 권력은 봉사하지 않고, 정당치 않은 부유함과 잘못된 재물은 서민을 공격한다. 재임시 국가기관에서 대선에 개입하도록 해 준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구속 수사해야 하며, 그것을 이용한 박 대통령은 퇴진해야 한다”
 
국민의 입을 막으면 바람과 구름과 나무와 돌들이 소리를 칠 것이다. 박창신 신부가 한 강론은 바로 국민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닌가.
 
.
올려 0 내려 0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트위터로 보내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이기명 칼럼] ‘사라 베르나르’의 눈물 (2014-06-11 11:40:00)
오늘의 생중계 일정(11월 28일·목요일) (2013-11-28 09:3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