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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명예’는 간데없고 ‘찌라시’만 나부껴
등록날짜 [ 2013년11월18일 10시10분 ]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
‘명예’는 간데없고 ‘찌라시’만 나부껴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철 좀 들어야.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몇 차례 올랐던 일본의 세계적 작가 미시마유끼오.(三島由紀夫)는 일본자위대의 각성과 천황의 신격화, 그리고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을 외치며 할복자살을 함으로서 더 유명해진 인물이다. 그 때 나이는 46세. 자살한 이유는 뭔가. 시대착오적인 주장은 그의 작가적 명예에 어떤 영향을 미치었을까.
 
일본인의 할복자살은 전통이라고 할까. 사무라이들은 주군을 위해서도 배를 갈랐고 전쟁에 져도 배를 갈랐다. ‘하라기리’라고도 하는 일본인의 할복은 ‘콰이강의 다리’라는 영화에서 일본배우 ‘하야가와셋슈’가 연기한 포로수용소장 ‘사이또’ 대좌의 비장한 할복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패망한 조국의 명예를 생각한 자살일 것이다.
 
자살한 유명인은 많다. 작가 ‘어네스트 헤밍웨이’ ‘버지니아 울프’ 전혜린. 등이다. 물론 인생의 끝인 자살의 이유는 저마다 있다. 그래서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존경받는 명예로운 죽음도 있고 목숨을 잃고도 손가락질을 받는 수치스런 죽음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軍不能守國 臣不能盡忠 萬死無惜’(군인이 나라를 지키지 못하고 신하가 충성을 다하지 못하면 만 번 죽어도 애석함이 없다"
 
구한말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박성환 참령이 쓴 유서다. 그는 유서를 쓰고 ‘대한제국만세’를 부른 후 자결을 했다. 그의 자결이 알려지자 부대 장병들은 무기를 꺼내 들고 일본군과 싸우다 전사했다.
 
청문회에 나온 어깨에 빛나는 별들을 보면서 박성환 참령을 떠올린 것은 결코 오늘의 별들을 폄훼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들의 말과 행동에서 명예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잘못 본 것이기를 바란다.
 
구한 말, 한일합방이라는 국치를 당하고 목숨을 끊은 선열들이 많다. 반면에 일신의 영달을 위해 조국도 마음도 몸도 판 고관대작도 수두룩하다. 을사5적이 바로 그들이고 친일 인명사전을 보면 참 대단한 민족이다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여기서 그들의 이름을 모두 까발릴 생각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왜곡된 기록으로 후세들에게 존경을 받던 사람들의 행적이 들어나 순간에 민족반역자로 전락되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이들 정치지도자, 작가, 언론인,종교인들의 후손들은 죄진 것도 없이 항상 부끄럽다.
 
역사에 기록되어 국민들에게 추앙받는 많은 애국열사들. 그러나 이들이 아니라도 많은 이름없는 민초들이 조국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 사실들을 보면서 우리는 숙연해진다. 이들이 벼슬과 명예를 탐했던가. 보상을 바랐던가.
 
높은 벼슬자리에서 호강을 하고 가렴주구로 백성들을 도탄으로 몰아넣었던 자들은 나라가 위급하면 도망부터 갔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도 그랬고 임금도 별 수 없었다. 제 목숨 살기위해 백성은 어떻게 되든지 상관이 없었다. 6.25전쟁이 터졌을 때 국민들은 서울에 남겨두고 부산으로 도망친 이승만이나 가족들 데리고 미국으로 튄 고관대작들 우리는 기억한다. 서울에 버려진 국민들이 어떤 희생을 당했는지.
 
그 뿐이 아니다. 잘 먹고 잘 살던 고관대작들의 자식들은 왜 그렇게 허약해서 군대도 못가는가. 멀쩡하던 몸뚱이가 왜 갑자기 비실이가 되는가. 청문회를 통해서 한결같이 터져 나오는 병역비리를 보면서 나라의 주인이라는 백성들은 다시 한 번 맥이 빠진다.
 
### 찌라시 읽었다는 김무성의 고백 
 
장관급 고관대작이 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국회청문회를 보고 있노라면 청문대상자들은 몸살이 날 것이다. 꼭 지옥에 온 느낌이 들 것이다. 후보 석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 중병 앓는 환자처럼 기운이 없다. 고양이 앞에 쥐 꼴이다. 자신이 전력이 어떻게 까발려 질 것인지 속으로 조마조마 할 것이다. 그들에게 명예는 무엇인가. 필요할 때만 쓰고 버리는 휴지같은 것인가.
 
의원들의 답변을 들으면 참 가관이다. 물론 개중에는 당당하게 대답을 하는 후보도 있지만 거의가 변명이다. 척 보면 인간 됨됨이를 알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들으면 차라리 귀를 막고 싶다. 저 모습을 본 부하직원들을 어떻게 통솔할 수 있는가. 걱정이 된다.
 
그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나라에 책임 있는 자리에 앉을 위인으로는 모자라는 인물이 너무나 많은 것이다. 국민을 위해서 불행이다. 그래서 자신의 그런 몰골이 싫어서 고위직 제안을 거부하는 사람이 있다는데 참 신통한 사람이다.
 
왜 벼슬이 싫으랴. 경륜을 펼쳐 보이고 싶고 국민에게 칭찬도 들어 가문의 영광을 안겨주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좀 보라. 청문회를 보면서 그런 인물을 몇 명이나 보았는가. 입만 열면 거짓말이다.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 전입, 본인과 자식들의 병역기피, 그 밖에 논문표절 등등 이들이 명예를 말 한다면 개발에 편자다. 청보에 개똥이다.
 
박종철 군이 남영동에 끌려 간 이유는 선배인 박종운 때문이다. 운동권인 박종운은 신출귀몰 잡히질 않았다. 박종철은 경찰의 수배망을 피해 도망 다니던 선배 박종운을 하숙방에 하룻밤 숨겨 주었으며, 자신의 목걸이와 가진 돈을 전부 털어 주며 추운 겨울 수배생활에 지친 선배를 위로했다.
 
그리고 87년 1월 13일 박종운을 잡기 위해 하숙방에 들이닥친 경찰은 그의 행방을 캐기 위해 박종철을 잡아다가 전기고문 물고문으로 족치기 시작했고 급기야 탁 쳐서 억 하고 죽었다는 한국경찰의 경이로운 고문사를 만들어 낸 것이다.
 
살아남은 박종운은 무엇을 했는가. 한나라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자신 때문에 물고문을 당하고 사망한 후배 박종철을 꿈에라도 생각한다면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를 할 수 있는 것인가. 이미 인간이길 포기한 자이기에 박종철 군의 죽음이 더욱 서럽다.
 
### 법과 검찰의 명예는 어디에 갔는가.
 
이제 명예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을 다시 내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명예는 조롱의 또 다른 말이라고 해석해야 될 것 같다. 검찰은 대화록 수사를 발표함에 있어 사실에 근거한 발표조차 제대로 못하는가. 검찰 자신의 발표문 어디에 노무현 대통령이 했다는 대화록 삭제지시가 있는가.
 
수정 보완과 삭제가 같은가. 수정은 잘못된 거 고치라는 것이고 삭제는 없애라는 것이다. 대화록과 녹음파일을 국정원에 남겼는데 삭제지시가 어떻게 성립되는가. 검찰의 명예를 조금이라도 염두에 두었다면 이런 수사결과는 차마 발표하지 못했을 것이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는 역사다. 영원이 남는다. 후세에 후배 검사들이 볼 것이다. 명예 따위는 안중에 없고 정권에 입맛에만 맞는 발표를 했다는 이른바 견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검찰의 모습 이외에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했다는 NLL 포기발언은 김정일 위원장이 한 것이었다. 김정일 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으로 바뀐 것이다.
 
“(김정일위원장) 양측이 용단을 내려서 그 옛날 선들을 다 포기한다. 평화지대를 선포(선언)한다”
 
이 정도를 이해못할 난독증 환자라면 명예나 검찰의 법집행을 말하기 전에 근본적인 문제점을 제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독해력의 집중학습이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사실이 아닐 경우 의원직을 사퇴한다던 서상기, 정문헌 의원은 국회의원의 명예를 생각해서라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말이다.
 
명예를 말했으니 해야 할 말이 있다. 김무성의원은 작년 12월 14일 부산에서 남북정상 간에 대화록을 낭독했다. 그에게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귀신같은 능력이 있는지는 몰라도 7백여 문장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눈물을 흘리며 읊어댔다. 이런 초능력이 그의 명예를 지켜 주었는가. 그는 현재 ‘찌라시’를 주어모아 읽어 대는 정치인으로 전락했다.
 
김무성의원은 자신이 ‘찌라시’나 읽어대는 바보같은 청치인이 되리라고는 꿈이나 꾸었겠는가. 훈장을 단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를 한국의 정치를 ‘찌라시’ 수준으로 전락시킨 형편없는 인물로 만들었고 이는 김무성의 꼬리에 영원히 붙어 다닐 것이다.
 
명색이 여당의 대선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맡았다는 사람이 사설 정보지를 들먹이는 행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진실을 감추기 위해 둘러대는 변명치고는 너무나 치졸하고 궁색하다. 명예가 찌라시로 전락했다.
 
김무성의 찌라시 낭독으로 새누리당은 대선에 잘도 써 먹었고 그들 역시 명예 따위는 머리에서 지워버렸을 것이다. 명예는 시궁창에 굴러도 좋다. 정권을 차지하고 권력만 유지할 수 있다면 명예같은 것은 언제든지 버릴 각오가 되어 있다. 그러나 세상은 만만치가 않다. 김무성의 마음대로 되는 세상이 아니고 새누리당 마음대로 되는 정치도 아니다.
 
### 정치도 인간도 정상으로 돌아가야.
 
검찰의 정치 권력화는 어제 오늘에 있어온 것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국민들 입에 오른 경우는 없을 것이다. 특히 채동욱 검찰총장 재직 시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기대했던 국민들은 그가 찍혀서 사라진 후 검찰에 대한 기대는 접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윤석열 팀장까지 징계에 회부된 마당에 검찰중립을 기대한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의 정치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면 박근혜 정권의 정치검사들은 ‘부관참시’를 하고 있는 꼴이다. 실제 공개된 대화록을 보면 더욱 그렇다. 김장수 전 국방장관이 국회 증언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NLL준수’ 지침까지 확인했다. 이게 사건의 실체다.
 
그러나 실체란 아무 의미가 없다. 떠들어 대면 살아난다. 죽은 나무에서 꽃을 피게 하는 재주를 가졌다. 새누리당과 검찰과 언론이 손을 잡고 떠들면 살아난다. NLL은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대통령에게 은인과 같다.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고 도움을 받지도 않았다’는 대통령의 말은 그냥 말로서만 존재한다. 언제나 실체를 인정할 것인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지 1년이 가까워진다. 이제 정권이 정상적인 괘도를 달려야 하는데 달리기는 고사하고 괘도에 올라서지도 못한 것 같다. 정치판이 점 점 험악해 진다. 국민의 시선도 역시 사나워진다.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서울광장에 수천 명의 시민이 모여 박근혜 정권을 규탄한다.
 
불신은 이제 불치병이 되어 있다. 거짓말을 하는데 믿을 도리도 없다. 이 불치병은 언제나 치유가 될 것인가. 어떤 명의가 나와 이 불치병을 고칠 것인가. 드골이 프랑스에 돌아 와 분노한 것 중에 지식인의 타락이었다. 레지스탕스에서 얼마나 많은 국민이 희생됐는가.
 
드골은 나치에게 협력한 부역자 6763명을 처형했고 26.529은 징역형에 처했다. 이들 중에 정치인 언론인 작가 시인은 가중 처벌됐다.
 
“프랑스가 다시 외세의 지배를 받을지라도, 또 다시 민족 반역자가 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샤를 드골’이 한 말이다.
 
###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국민은 집권세력이 지향하는 국정운영의 기조가 공안통치라고 생각한다. 궁지로 몰리면 공안으로 희석시키고 맞불 놓고, 꽝 하고 한 방 터트리는 것이다. 언론이 열심히 풀무질을 한다. 나라가 공안전쟁터로 변하고 조용한 날이 없다.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정부다. 이미 대통령 비서실장에 김기춘이 임명됐을 때 예견된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의 지혜를 한데 모아 국민대통합을 이룩할 것이라는 기대는 풍비박산이 됐다. 그럴 줄 몰랐느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할 말 없는 사람들이 무서운 것이다. 왜냐면 할 말이 차곡차곡 쌓여서 언제인가는 한꺼번에 터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청문회에서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무총리를 비롯해서 국정원장 감사원장 그리고 장관들이 청문을 받았다. 그들이 땀을 빼고 지켜 낸 뒤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명예인가. 불신인가. 조롱인가. 자신들이 잘 알 것이다. 그들은 바라보면서 국민들은 이 땅에 민주화를 위해 푸른 소나무 같던 목숨을 던진 수많은 젊은이들의 얼굴이 떠오를 것이다. 더 이상 국민들의 희생이 없기를 기도했을 것이다. 과연 민주주의는 얼마나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가.
 
이제 ‘임을 위한 행진곡’은 개사를 해서 불러야 겠다.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뿌껴’는 ‘명예’는 간데없고 ‘찌라시’만 나부껴’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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