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검찰이 1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고의로 삭제됐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110여일간의 '대화록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이른바 ‘대화록 논란’은 2012년 10월 8일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어 김무성 의원도 대선기간인 12월 14일 부산 합동유세에서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가서 한 굴욕적 발언에 대해서 대한민국 대표로 이 자리에서 공개하겠다"며 구체적인 대화록 내용을 열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후, 2013년 7월 24일 국정원 국정조사에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권영세 녹취파일'을 공개하며,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권 주중대사의 "집권하면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대화록을 공개하겠다"는 발언을 폭로하며 새누리당의 'NLL 대화록 공개 시나리오'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대선 당시 제기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 논란은 순차적인 시나리오에 따른 것으로 대화록이 대선에 활용됐음을 입증한다"며 "당시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의 대화록 발언,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의 대화록 입수 파문은 지난 대선을 규정하는 하나의 중요한 고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NLL 포기발언 논란이 이어지자, 국정원이 대화록 발췌본을 공개했고, 대화록의 원본을 확인하기 위해 여야 열람위원들이 국가기록원을 방문했지만 대화록을 발견할 수 없었으며, 새누리당이 ‘사초폐기’ 논쟁의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여당의 고발로 대화록 수사에 나선 검찰은 10월 2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았고 '봉하 이지원'에서 회의록 초본이 삭제된 흔적과 수정된 회의록을 발견했다는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노무현재단은 성명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발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다음 정부가 정상회담 후속 논의에 참고할 수 있도록 국정원에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최종본이 전달됐다는 사실이 검찰의 발표를 통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회담 대화록이 당시 청와대 이지원시스템과 국정원에 모두 남겨진 사실이 확인되었다며, 최종본이 만들어지면 초안은 삭제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김경수 전 비서관도 10월 9일 기자간담회에서, 결과적으로 대화록이 발견되었음에도 검찰이 ‘삭제와 복구’ 등 자극적 표현을 사용해 대단한 의혹이 있는 것처럼 발표했다며,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 내용을 은폐하려고 대통령기록관에 회의록을 넘기지 않도록 지시했다는 것은 명백한 허위주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 대화록을 열람한 뒤 일부 부정확한 표현이나 오류가 있는 부분의 수정을 지시했고, 남북정상회담 당시 배석했던 조명균 당시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이 이를 수정했으며, ‘저’를 ‘나’로 고치고 ‘님’이라는 표현을 일부 수정하는 등 통상 처리해오던 관례대로 정정해 대화록 최종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문서 국가기록원 이관 실무를 맡았던 조 전 비서관이 검찰에 출두해, 2008년 2월 14일 이지원시스템에 수정본을 등록했지만, 정권 이양에 대비한 초기화 작업 탓에 정상 작동하지 않았고, 문서를 종이로 출력해 넘기라는 공지도 미처 확인 못했다며, 본인의 실수로 회의록이 이관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6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은 민주당 문재인 의원도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NLL을 확실하게 지켰고, 대화록은 멀쩡하게 잘 있다”면서, "이 사건의 본질은 참여정부가 국정원에 남겨놓은 국가비밀기록을 국정원과 여당이 불법적으로 빼돌리고 내용을 왜곡해서 대선에 악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은 15일 발표한 대화록 수사결과에서,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 삭제를 지시했으며, 백종천 전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 전 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회의록을 의도적으로 삭제 및 파쇄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지 않고 수정된 회의록을 봉하마을 사저로 유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관련 진상규명대책단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사초폐기의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는 대화록 초안은 미완성본일 뿐 기록물이 될 수 없다면서, 최종본은 초안의 내용을 빠짐없이 포함하고 있는데다 무려 5페이지나 늘어날 만큼 양과 질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발표내용에서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 삭제를 지시했다는 근거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면서, 대화록을 수정·보완해 이지원에 남겨두라는 지시를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노무현재단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짜맞추기 표적수사로 결론을 내렸다면서, 실무자의 실수임이 드러났음에도 근거없는 진술을 앞세워 사실관계를 철저히 왜곡하고 노 전 대통령이 마치 회의록 파일을 삭제한 것처럼 일방적인 발표를 했다고 비판했다.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대화록 폐기 의혹 수사는 표면적으로 마무리됐지만, 야당과 노무현재단이 대화록 불법유출 및 이용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수사결과를 둘러싼 여진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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