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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자의 양심, 도둑의 양심
인간은 모두 죽는다
등록날짜 [ 2018년09월17일 10시39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9월 18일부터 20일까지 남과 북의 대통령이 평양에서 만난다. 나의 소망은 오로지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하나 된 민족을 위하여 이 땅에 평화가 꽃처럼 활짝 피도록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우리 민족 모두의 염원일 것이다.
 
■인간은 모두 죽는다.
 
신문에 궂긴 소식란이 있다. 보기가 겁난다. 아는 이름이 수시로 등장한다. 친했던 이름도, 그냥 이름만 아는 친구도. 이제 그를 다시 볼 수 없다. 독재정권 밑에서 바르게 글 쓰고 쓰려다가 감옥에 가고 밥줄 끊긴 기자 친구. 그들에 비하면 난 편하게 살았지. 나도 이제 부고란 가까이에 있다. 내가 죽어 그들을 만난다면 뭐라고 그럴까. 오래 살아 고생 많이 했다고 위로를 받을까. 인생이 부끄러워 얼굴을 못 들 것이다.
 
도둑들의 회의가 열렸다.
 
“우리 도둑놈들이 말이야…”
 
한 놈이 말을 끊었다.
 
“아무리 도둑놈이지만 말끝마다 도둑놈 소리 좀 빼라. 자존심 상한다.”
 
얼큰해진 술판에서 입을 연 기자.
 
“그놈의 기레기란 소리 영 밥맛이다.”
 
도둑놈이나 기레기나 모두 기분이 나쁘다는 소리다. 도둑님, 기레기님이라고 불러 드릴까. 도둑이야 옛날부터 도둑이지만 기레기의 역사는 길지 않다. 기레기란 별칭은 기자들에게 최고의 모욕이다. 잘 알 것이다. 얼마나 자존심 강한 기자들인가.
 
도둑은 생계형인 경우가 많다. 배고파서 빵 한 쪽을 훔친 장발장의 죄가 얼마나 무거운가. 억만금을 훔친 도둑도 있다. 국민의 세금 수조 원을 강물에 처넣은 도둑도 있고 ‘국정 농단범’이란 새로운 이름의 도둑도 있다. 그럼 기레기는 어떤가. 배가 고파 물건을 훔치지 않았다. 무엇을 훔쳤는가. 국민의 비판의식을 훔쳤다.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지금도 할 말 하는 기자들이 얼마든지 있다. 부끄럽지 않은가.

(자료사진 - 신혁 기자)

 
■기레기도 왕이다
 
기자를 가리켜 무관의 제왕이라 한다. 그 속에는 기레기 같은 해충도 포함된다. 하지만 기레기 앞에서 당당한 정치인이 몇이나 되는가. 그들의 손끝에서 죽고 산다는 공포감을 느끼는 정치인들이다. 기레기들은 스스로 정치인의 생명이 자신들 손에 달려 있다고 믿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초선의원 시절 조선일보에 찍혔을 때 ‘노무현 죽어’라고 한 기레기를 기억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의 말대로 됐다. 소름이 끼친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면 정치는 절대로 부패하지 않고 부패한 정치인은 생존하지 못한다고 신앙처럼 믿고 있다. 우리의 역사가 그랬다. 불의한 권력과 불량한 권력자들은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했다. 협박·공갈·폭행·감금·회유·매수 등 일일이 꼽을 수도 없다. 그 고난의 가시밭길을 걸어 그나마 오늘의 언론을 이룩해 놓은 우리 언론인들이 장하고 불쌍하다.
 
왜곡·편파·불공정·허위 보도를 우리 국민은 옆에 끼고 산다. 새벽 눈을 뜨고 인터넷을 검색하면 조·중·동과 그들과 대비되는 언론이 있다. 신문이나 TV나 같다. 똑같은 사안을 두고 저렇게도 눈이 다를 수가 있는가. 지적해 말하라고 한다면 ‘이 바보야’ 한 마디 해 줄 수 있다. 모두 똑똑한 머리로 억수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 온 무관의 제왕이다.
 
■동아일보의 자존심.
 
엄혹한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인 1974년에서 75년 ‘자유언론실천운동’을 벌이던 동아일보기자 100명 이상이 잘렸다. 당시 편집국장은 사표를 내고 함께 회사를 떠났다. 송건호 편집국장이다. 그를 중심으로 군사독재 시절 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 경향신문 등에서 해고된 기자들이 모여 새로운 신문 한겨레를 만들었다. 그가 바로 송건호 선생이다. 난 고등학교 시절 송건호 선생님을 은사로 모신 것을 지금도 자랑으로 여긴다.
 
군사독재 시절 언론인이 얼마나 탄압을 받고 살았는지 설명하면 잔소리다. 독재자의 눈에 거슬리면 끝이었다. 반면에 그들의 눈을 벗어나면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은 어떤가. 왜 조 중 동이란 말이 생겼는가. 그들이 제일 잘 알 것이다. 동아일보는 과거에 자존심을 되살리기 바란다.
 
언론의 사명은 무엇인가. 정의다. 사실 보도다. 불의와 싸우는 것이다. 언론이 없으면 국민은 제대로 모른다. 얼마나 많은 불공정·왜곡·과장 보도가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이것이 여론이란 이름으로 정치에 이용되고 있는가.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기레기들은 잘 알 것이다. 그러기에 더욱더 기승을 떤다. 문재인 정권이 빨리 망해야 적폐세력들과 구악들이 되살아나고 과거처럼 그들의 낙원이 온다고 믿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과거를 들추지 않는다. 지금 부동산 농단은 내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아파트를 몇 채씩 가지고 부동산 투기를 하는 자들을 그냥 내버려 둬야 하는가. 재산 많이 가지고 있으면 당연히 세금 많이 내야 하지 않는가. 이게 세금폭탄이냐. 나라 꼴 제대로 잡혀가는 게 그렇게 배가 아프냐.
 
■종부세 내는 국민 1.6%
 
그냥 내버려 두면 나라가 망한다. 불과 한 줌도 되지 않는 자들이 부동산으로 치부해 경제를 틀어쥐고 국정을 좌우하는 것을 그대로 방관해야 하는가. 박근혜의 국정농단이 나라를 어떻게 만들어 놨는지 보지도 못했느냐?
 
중앙일보는 1주택자 보유자가 “투기꾼 아닌데 왜 세금 많이 내야 하느냐”고 보도했다. 그러자 누리꾼은 ‘세금을 얼마나 더 내는지 밝혀보라’고 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실으며 폭탄 선동을 한다. 이것이 언론이 정도인가. 9·13 부동산대책으로 종부세 더 내는 주택소유자는 불과 1.6%다. 
 
세금폭탄 타령이 계속될 것이다. 이제 국민들도 다 안다. 더는 통하지 않는다. 이제 부동산 투기세력들은 정신 차려야 한다. 있는 재산 가지고 정상적으로 살면 속 편하다. 그러지 않으면 정말 국민이 던지는 폭탄을 맞아야 할 것이다. 나랏꼴이 제대로 잡혀가는 거 방해하면 천벌 받는다.
 
■양심으로 쓰자
 
한국경제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은 50대 여성이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거짓말이다. 그러나 옳다구나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방송에 출연해서 최저임금에 일자리를 잃고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다고 주장했다. 가짜 뉴스가 이런 것이다.
 
중앙일보는 ‘새벽 3시, 4시에 간장 게장 음식점이 텅텅 비었다’고 보도했다. 이것이 정상이 아닌가. 경제가 나빠져서 새벽 3시, 4시에 손님이 없는가. 산업부 차장이란 자의 기사다.
 
소주가 잘 팔린다고 한다. ‘화가 나서 소주만 마시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주가 안 팔린다고 한다. 소주 살 돈이 없어서라고 한다. 이래저래 경제 탓이다. 추석 해외여행이 미어터진다. 화가 나서 잠시나마 한국을 떠나고 싶어서인가. 아니면 해외여행을 할 여유가 있어서인가. 며느리가 미우면 발꿈치가 달걀처럼 예뻐도 흉이라고 했다.
 
남북연락사무소가 개통됐다.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다. 대통령은 야당 지도자들에게 함께 가자고 했다. 같이 가면 벼락이라도 맞는가. 입으로만 애국을 말하지 말라. 평화가 바로 경제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을 것이다. 대통령과 동행을 거부한 자들은 아마 남북정상회담이 깨지기를 손 모아 빌지 않을까. 기자들이 비판해야 한다. 그게 바로 기자가 할 일이다. 칭찬 좀 들으면 병나냐.
 
■도둑과 기자의 양심.
 
도둑이 담을 넘었다. 쌀독을 열었다. 쥐가 볼가심할 쌀도 없다. 도둑은 훔친 엽전을 놓고 나왔다. 이것이 인간의 양심이다. 이명박 정권의 정치. 박근혜 국정농단의 실태. 기자들의 고민은 깊었을 것이다. 그래도 기자들이 있었었기에 오늘 이만큼의 정치가 됐다고 믿는다. 올바른 기자들 말이다.
 
양심은 깊은 산속 옹달샘 같은 것이라고 믿는다. 아무리 가물어도 방울방울 솟아오른다. 기자의 양심을 더 말 할 필요도 없다. 기자가 양심을 버리면 세상은 암흑천지가 된다.
 
요즘 판사를 뭐라고 하는가. ‘막판’이라고 한다. ‘개판’이라고 한다. 설명이 필요한가. 이제 양심은 아니라도 자존심이라도 찾자.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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