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부터 풀어야겠다. ‘매’라고 하니까 쿠데타를 연상하고 독재시절에 자행되던 고문을 떠 올리는 국민도 있을 것이다. 절대로 아니다. ‘술’이라 하니까 회유를 위해 주지육림에서 삶아대고 돈 보따리를 안기던 시절을 연상할지 모르나 절대로 아니다. 여기서 매와 술이라 함은 사람이 되라고 하는 사랑의 회초리라고 생각하면 맞는다.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 이후 설사 그를 지지하지 않던 국민이라 할지라도 이제는 새 정권이 정치를 제대로 해서 국민이 이명박 정권보다 마음 편안하게 희망을 느끼며 살기를 원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박정권이기 이전에 우리 자식새끼들이 영원히 살아 갈 땅이며 조국이기 때문이다.
요즘 국민들의 생각은 어떤가. 한 때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새누리당 정치개혁위원을 지낸 이상돈 교수는 이렇게 단언했다.‘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던 국민도 등을 돌렸다’ 이상돈 교수는 그래도 바른 말 좀 하는 희귀한 교수 중에 한명으로 평가되었다. 이교수의 말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국민대학교의 홍성걸 교수도 방송에 나와 거침없이 과목낙제인 40점이라고 단정했다. 우군이 적군이 된 것인가. 아니다. 사실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눈 달린 국민과 귀 달린 국민은 보고 듣는다.
인간에 대한 평가는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인간에 대한 평가처럼 중요한 것도 없다. 더더구나 지도자의 대한 국민의 평가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왜냐면 지도자와 국민의 사이를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에 지도자의 대한 평가가 불신으로 얼룩져 있다면 지도자나 국민이나 모두가 불행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도자가 대통령의 경우라면 이건 정말 끔찍한 일이다.
지도자에 대한 국민의 평가란 무엇인가. 참 많을 수 있다. 신뢰를 말할 수 있고 용기를 말할 수도 있고 지혜를 말할 수도 있고 도덕을 말 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자질에 포함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소중한 덕목은 무엇일까. 도덕과 신뢰라고 생각한다. 친구 사이. 형제 사이. 부자 사이에도 신뢰는 참으로 중요하다. 재산 문제로 서로 송사를 벌리는 재벌 형제를 보면서 국민들은 얼마나 혀를 찾던가. 제 아무리 돈이 많아도 국민의 신뢰와 존경은 먼 나라 얘기가 될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지 이제 겨우 한 달이 좀 넘었다. 정부조직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공직후보 청문회에서 낙마한 인사들의 숫자를 새삼스럽게 들먹일 필요도 없다.
44%로 추락했던 지지율은 며칠 되지도 않아 다시 41%로 추락했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무엇인가. 원인을 따지기 전에 우선 떠오르는 것은 민심이 참으로 무섭다는 것이다. 이제 민심의 두려움을 알기 시작했는가. 허태열 비서실장의 대변인의 임을 빌어서 사과를 했다.
사과는 왜 하는가.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앞으로는 잘하겠다는 다짐이다. 헌데 왜 이렇게 사과가 힘드는가. 비서실장이 사과를 하는데 그것도 자신의 입이 아닌 대변인을 통해서다. 싫은 거 억지로 하는 것이 역역하다. 그야말로 옆구리 찔러서 절 받기다. 이런 사과를 어느 국민이 마음으로 받아 드리겠는가. 아마 국민들은 속으로 이랬을 것이다. “놀구 있네”
비서실장이 잘못해서 지지율이 하락하고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는가. 대통령을 잘못 보필한 책임은 있다. 그러나 전부는 아니다. 책임은 역시 대통령이 져야 한다. 사과도 대통령이 해야 한다. 그래야 맞다. 다시는 잘못을 안 하겠다고 대통령이 국민에게 직접 약속을 해야한다. 진심이 통해야 한다.
국민에게 약속하는 것이 위신에 관계라도 되는가. 선거기간 동안에는 별 약속 다 한 대통령이다. 신뢰가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진다. 벌써 무너졌다.
박대통령 하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불통’이다. 불통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불과 한 달 밖에 지나지 않는 동안에 벌어진 비극적인 인사다. 말하기가 쉽지. 도대체 박정권 1개월간에 일어난 인사 참극은 정상적인 정권이라면 있을 수 없는 비극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일희일비 할 것 없다고 했고 핵심측근들은 대통령이 일일이 사과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제 어찌됐던 비서실장의 이름으로 사과가 나왔다.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지금까지 벌어진 참사의 과정을 보면 국민으로 하여금 박정권 인사의 한계를 알도록 만들었다. 박정권에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세월이 참 빠르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지나간 1달이 1년 같다는 국민들이 많다. 아니 몇 년 같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세상을 어떻게 5년이나 견디냐는 국민도 있다. 왜 이럴까.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시작이 중요하다. 제발 좀 잘 하길…
매를 드는것도 애정이 있을 때 얘기다. 포기한 인간이라면 매를 들 필요가 없다. 망하거나 죽거나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초기에 언론이나 국민으로부터 이렇게 쓴소리를 들은 정부도 없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 당시에 대 국민복지 공약을 박정권 핵심인 ‘진영’ 보사부장관은 선거중에 한 캠페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캠페인이니까 이제 버려도 된단 말인가. 그렇다면 사기다. 국민은 사기에 넘어간 것이다. 사기에 넘어가 투표를 하고 다시 5년을 기다려야 하는 국민은 답답하고 원통하다. 국민은 고통을 당하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문민정부 시절 국민들은 전쟁의 공포만은 잊고 살았다. 그러나 이제 한국의 하늘에는 핵폭탄을 16개나 탑재한 ‘스텔스’ B2 전폭기가 나르고 바다에는 핵잠수함이 떴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언론은 난리법석이다. 왜 이러는가. 안보를 또 어디다 써 먹으려고 이러느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국민은 보내고 있다. 전쟁이 나면 남북한의 군대가 미국에서 전쟁을 벌리는가. 중국에서 벌리는가. 바로 한반도에서 벌어진다. 대한민국이 초토화 된다. 6.25를 겪어 보지 않았는가.
그러나 이상하게 ‘라면’ 사제기도 없다. 왜일까. 정부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를 못하는 것이다. 늘 안보를 정권유지에 이용해 먹은 정권을 국민은 진저리가 나도록 봤다. 이렇게 위기상황에서 정권은 인사참사나 벌리고 겨우 두 문장에 17초 자리 대독 사과나 듣고 있어야 하는 국민의 마음 역시 참담하다.
이명박 정권이 국민에게 저지른 그 많고 많은 과오중에 가장 몹쓸 짓은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하게 했다는 불신풍조 조장이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던 국민들이 예 예 옳습니다 하고 머리를 조아릴 줄 알았는지 모르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이제 이명박 정권이 어떻게 역사에 기록될지는 이미 나와 있다. 이명박의 가장 측근이었다는 국정원장 원세훈은 한밤중에 이임식을 갖고 빚쟁이 야밤도주나 다름없는 출국을 하려다가 국민들이 공항을 지키는 꼴불견을 보여주고 출금을 당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고발을 당했고 출금을 당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을 국민으로 대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은 나라의 주인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 신뢰를 잃어간다. 아니 잃었다. 이유는 어디 있는가. 자신에게 있다. 약속과 신뢰가 상표라던 박근혜 대통령은 분명하게 깨달아야 할 일이 있다. 야당당수였을 때와 대통령일 때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은 자신이 한 말과 약속에 책임을 져야 한다.
모처럼 열린 당정청 토론회에서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쓴소리를 많이 했다고 한다. 박대통령 앞에서는 벙어리였던 의원들이 쓴소리로 입을 연것은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음 선거에 희망이 없다는 위기의식은 입을 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여당을 비롯해 수구언론들도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에 대해서 비판을 쏟아낸다. 이제 겨우 한 달 됐는데 심하지 않으냐고 할지 모르나 그건 아니다. 시작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정권이 출범한지 한 달이 넘었는데 정부조직 하나 제대로 못했다면 이건 아무리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받아 드려야 한다. 내가 제일이라는 오만은 국민이 등을 돌리게 한다. 대통령은 새누리당의 대통령만이 아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다. 설사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대통령이고 그들의 지도자다.
국민의 지지율이란 잘하면 올라가고 못하면 떨어진다. 대통령의 지지율 41% 나왔다고 해서 국민을 원망할 것인가. 매로 알아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불통을 소통으로 바꾸고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우려 정치를 잘하고 신뢰를 회복한다면 지지율은 얼마든지 올라갈 수가 있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독불장군의 행태를 계속한다면 국민은 물론이고 측근들도 등을 돌리고 결국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를 것이다. 모든 것은 자기가 할 탓이다.
대통령이 비판을 듣기 싫어하면 아무도 바른 말을 안 한다. 그것이 바로 비극의 씨앗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기명 /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