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묘비명’이라는 것이 있다. 누가 묻혀 있는지를 알 수 있고 특별히 그의 공적을 기리는 경우도 있다. 죽어서 얻는 영광이다. 그러나 치욕의 묘비도 있다. 을사오적의 자손이 부끄러운 조상을 아무도 모르게 오밤중에 이장(移葬)한 경우도 있다. 자손들에게 못 할 짓이다.
유명한 묘비명이 있다. 19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영국의 소설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다. 전해진 묘비명으로는 유명한 묘비명이라고 여겨진다.
우물쭈물하다가 이럴 줄 알았다
‘버나드 쇼’가 우물쭈물했다면 우린 뭘 하며 살고 있는가.
■당신의 묘비명은 무엇인가
여기 조국의 통일과 평화를 반대한 자가 누워 있다.
지나는 길손이여. 침을 뱉으라.
이 문장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가. 혹시 자신의 경우를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까. 있어도 말을 못 하겠지. 조원진이란 사람이 반정부 강연을 하는데 ‘미친XX’란 말을 입에 담았다.
핵 폐기 한마디도 얘기 안 하고 200조원을 약속하는 이런 미친 XX가 어디 있냐
완벽한 묘비명이다. 인간은 관 뚜껑을 덮을 때 평가가 된다고 한다. 죽은 다음에 뭐라고 하던 까짓거 무슨 상관이냐고 할지 모르나 천만의 말씀이다. 역사가 무엇인가. 왜 인간이 역사를 두려워하는가. 왜 역사에 자랑스러운 이름으로 기억되고 싶어 하는가. 지금 우리는 어떤 묘비명을 쓰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라. 자신의 후손들이 기억해야 할 묘비명이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안 계셨으면 우리 민족은 어찌 되었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세종대왕이 안 계셨으면 우린 지금도 ㄱㄴㄷ 대신 하늘 천(天) 따 지(地)를 외워야 했을 것이다.
역사는 위대한 영웅 한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비록 기억되지는 않지만 얼마나 많은 민초들이 역사 창조의 밑거름이 됐는가. 삼일운동의 민초들. 아니 광화문을 가득 메웠던 촛불의 민초. 그들은 묘비명 하나 남기지 않지만 가장 위대한 역사의 민초로서 기록될 것이다. 그들이 아니라면 역사는 전진이 아니라 후퇴를 했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세계에서 일등
남측으로 오셨는데 저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그럼 지금 넘어가 보시겠습니까?
누가 나눈 대화인지 국민들은 안다. 만약 이들의 묘비명을 내게 쓰라 한다면 두 사람의 이 대화다. 가슴에 철벽처럼 서 있던 민족의 통한이 순간에 무너지는 소리가 가슴을 울렸다. 65년을 옥죄고 옥죄었던 ‘언제쯤’은 이렇게 무너졌다.
미국에 사는 친구의 전화다.
“기명아. 미국 애들이 말이다. 한국인들 대단하다고 야단이다”
“니들은 열 번 죽었다 깨어나도 어림없다고 해 줘라.”
당당하게 말은 해 줬지만, 전화를 끊은 다음 무겁게 내려앉는 가슴이다. 왜일까. 조금 전까지 그렇게 당당하게 말한 내가 왜 이러지.
가슴을 짓누르는 묘비명들이 있다. 그러나 너무나 서글픈 묘비명이다.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
되지도 않을 북 핵 폐기를 다 된 것처럼 선전하고 국민을 선동하고, 포악한 독재자가 한번 웃었다고 신뢰도가 77%까지 올라가고 다음 대통령은 아마 김정은이 되려고 하나보다
■노벨상은 당신이, 우리는 평화를
묘비명을 생각하자. 죽으면 자신에게 돌아올 묘비명을.
“여기 조국을 위해 헌신한 영혼이 누워 있다”
자랑스러운 묘비명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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