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서울광장에서 발인식을 마친 고 장준하 선생의 운구가 광화문네거리를 지나 추모제가 열리는 서대문형무소로 향하고 있다.
독립투사이자 박정희 정권의 유신독재에 맞서다 숨진채 발견된 고 장준하 선생의 유해가 30일 경기도 파주시 장준하공원에서 영면에 들었다.
장준하 선생 겨레장 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 부인 김희숙(88)씨와 아들 장호권·호성씨 등 유족들과 한명숙 전 총리, 노회찬 전 의원,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등 정치·종교계 인사 및 시민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광장에서 발인제를 열고, 장 선생이 당시 수감됐던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노제를 진행한 뒤 오후 2시경 파주에 위치한 묘소 안장했다.
장 선생은 지난 1975년 8월 17일 경기도 포천시 약사봉에서 숨진채 발견되 유가족들이 타살의혹을 제기했었다. 발견 당시 장 선생은 절벽에서 15m 아래로 추락사 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피부에 외상이 적었으며, 입고 있던 옷은 긁힘이 거의 없고, 안경과 물통 같은 소지품들도 파손되지 않아 타살일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경찰은 실족사로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
이후 장준하기념사업회(기념사업회)는 ‘장준하선생 암살의혹 규명 국민대책위원회’를 꾸려 이정빈 서울대 법의학 명예교수팀에 유골 정밀감식을 의뢰해 ‘장 선생이 머리 가격에 의해 숨진 뒤 추락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발표에서 “장준하 선생의 머리뼈 함몰은 외부 가격 에 의한 것"이라며 "가격으로 즉사한 이후 추락해 엉덩이뼈(관골)가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결과는 기념사업회가 2012년 법의학자인 이윤성 박사에게 유골검사를 의뢰해 '유골에 오른쪽 귀 뒤편 원형 함몰과 오른쪽 골반 골절 확인, 그 이외 어떠한 골절상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결과와 일치하고 있어, 또 다시 의문사라는 숙제만 남게 됐다.
▲ 장 선생의 운구가 서대문역을 지나 서대문형무소를 향하고 있다.
오전 9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발인제는 유가족들의 헌화에 이어 이충석 신부의 “민족 지도자 장준하 선생의 겨레장을 지내고 발인제를 지내면서, 그 추모행렬과 안장식을 거행하는 것은 우리는 또다시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기도로 마쳤다.
서울광장을 빠져나온 운구행렬은 광화문과 서대문사거리를 지나 장 선생이 유신독재에 맞서다 투옥됐던 서대문형무소로 향했다.
추모제에서 환완상 전 부총리는”벌거벗은 권력으로 진실을 얼마든지 쉽게 훼손할 수 있고 그 진실을 숨길 수 있다고 자기들끼리 신나했던 정치테러리스트들이 바로 돌망치”라며 “국가가 장 선생의 사망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고 이한열 열사의 어미니인 배은심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장은 “죽은자는 말이 없다고 했지만 저 영정속의 장 선생이 나는 의문사도 추락사도 아닌 독재가 나를 죽여 던졌다고 말 한다”면서, 이제야 (장 선생의 죽음이)의문사가 아니고 타살이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억울하게 돌아가신 장 선생이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국민들을 믿고 편안히 영면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모제를 마친 뒤 유가족들은 영정을 모시고 장 선생이 유신독재를 반대하다 수감됐던 독방을 둘러본 뒤 낮 12시가 조금 지나 장지인 파주로 향했다.
▲ 추모제를 마친 뒤 유가족들은 장 선생의 영장을 들고, 수감됐었던 독방을 둘러본 뒤, 장지인 파주로 향했다.
오후 2시쯤 장준하공원에 도착한 장 선생의 영정은 추모행렬을 지나 영결식장으로 향했다.
묘지 부지를 제공한 이인재 파주시장은 인사말에서 “돌베게를 읽으며 자라온 장준하 선생을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일 것”이라며 “내 후배 세대들에게 장 선생의 족적과 정신,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이어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선생과 항일운동을 함께 했던 92세의 이윤장 애국지사는 추도사에서 “그대가 이루고자 한 조국의 완전한 독립,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을 이루지 못한 죄를 지었다”면서 “그대는 그 붉은 단심을 어찌 젊고 그렇게 홀연히 우리 겼을 떠나갈 수 있단 말인가 사랑하는 동지 장준하의 영혼은 이 순간에도 7천만의 가슴에 살아 숨 쉬고 울림으로 고동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참석자들의 “장준하 선생님 민족통일 이루겠습니다. 장준하 선생님 민족통일 이루겠습니다”는 외침과 함께, 유가족들과 장례위원들은 관 위에 흙을 조금씩 나눠 덮음으로서 장 선생과의 짧은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