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화폐 거래 시장이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계단식 폭락을 벗어나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중대형 거래소를 중심으로 한 신규 유입으로 오랜만에 생기가 돌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기반 기술 중 하나로 손꼽히던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술만 따로 떼어내 발전시키고, 투기와 분리해야 한다는 정부의 인식 이후 자신을 투자자로 생각했던 코인 구매자가 하루아침에 ‘투기꾼’으로 전락하고, 연이은 중소형 거래소의 가상계좌 발급 좌절,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을 제외한 알트코인의 침체로 ‘이제 코인판은 끝났다’는 회의론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특히, 유시민 작가의 ‘가상화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우아한 사기’ ‘튤립버블과 동일한 사건’ 발언과 채굴시장에 대한 ‘데드 크로스’ 경고 이후 부정적인 시선이 더욱 확산하면서 최근 정부의 잇따른 유화적 발언에도 투자자와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발언으로 충격을 받은 가상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강남 집값’으로 대표되는 금수저들의 부동산 투기는 못 잡으면서, 흙수저가 모인 코인판을 고사시키려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금수저들이 고위공직을 꿰차고 있다 보니 자신들이 부의 축적 수단인 부동산 가격을 지키면서 흙수저들의 신분 상승을 막기 위해 가상화폐 시장을 억압하려 한다는 불신, 나아가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큰 하락장을 겪으면서 ‘돈 잃고 속 좋은 놈 없다’는 속설처럼 반감까지 작용해 대통령의 지지율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투자를 생산적 활동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 투기를 시세 차익을 이용한 불로소득 획득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제 막 태동기를 벗어나려 하는 가상화폐 시장이 가시적 성과를 내놓을 수 없기 때문에 투기라는 말도 일리가 없지 않다. 심지어 비트코인 광풍 당시 주위에서 돈이 된다니 묻지마 투기식으로 진입한 사람들도 상당수라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가상화폐 시장이 하락과 횡보를 거치면서 빠르게 주식시장의 방식을 습득하며 정상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희망적인 것은 투자자들이 ‘파워’가 있는 개발자나 엔지니어의 참여 여부, 성장 가능성과 시가 총액, 안전성 등 가능성을 따지며 중장기 투자를 하는 소위 ‘자발적 존버’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가상화폐가 정당한 재산으로 인정받길 요구하며 수익에 대해 정당한 세금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횡보장이나 보합세를 이용한 속칭 ‘1~2원 띠기’ 단타가 횡행하고, 카페를 중심으로 초보 투자자들을 울리는 각종 찌라시와 ‘떡상’ ‘떡락’ ‘가즈아’ 등 선동 글들이 자주 보이는 것은 아직 가상화폐 시장의 안정적 미래 예측이 불가능하며 성숙하지 못한 단계임을 보여주는 한계다.

 

‘Crypto Currency’ 암호화폐로 불리는 가상화폐는 지폐나 동전 등의 실물 없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사이버상으로 거래되는 전자화폐라는 것이 간략한 정의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이들 대부분이 기본적인 지향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탈중앙화 블록체인 시스템’이다. 하지만 ‘탈중앙화’라는 슬로건이 적어도 국내에서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가능성’ 발언으로 이미 종결됐다. 

 

국경을 초월해 탈중앙화를 꿈꾸던 가상화폐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 ‘대한민국’의 장관 발언 하나로 출렁였고, 투자자들은 ‘떡락’의 공포를 맛봐야 했다. 나아가 거래소 해킹, 비트코인 선물거래, 미국·중국·일본 등의 정책에 따라 가상화폐 가격은 치솟았다가 반 토막이 났다가 요동을 쳤다. 투자자들은 오늘 울고, 내일 웃고, 오늘은 ‘떡상’을 외치다 내일은 ‘떡락’에 가슴 졸이면서 조울증에 걸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또 가상화폐 투기를 규제하되 블록체인 기술은 적극 수용하겠다는 정부의 분리 대응 방침에 대해 일부에선 과거 게임 산업을 육성하되 게임은 유해물로 지정해 규제하겠다는 것과 같은 말도 안 되는 정책이란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시쳇말로 ‘기업들이 돈도 안 되는데 뭐하러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하느냐’는 것이다.

 

물론 원래 의도야 ‘김프(김치 프리미엄)’라 불리는 국내 가상화폐 시장의 이상 열기를 잡겠다는 고육지책으로 이해하지만, 결론적으론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발전시켜야 하는 기업들의 이윤추구 수단을 막아섬으로써 이들을 사실상 자원봉사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위험한 발상이란 주장이다. 

 

 

가상화폐가 워낙 이슈다 보니 기자도 사무실 PC를 이용한 채굴에 도전해봤다.

 

방식은 CPU 채굴이었고 최근 그나마 수익이 높다는 지코인(XZC)을 채굴해서 평균치를 내기 위해 사양별로 총 6대의 PC를 투입했다. 2차례의 테스트를 시행했고 두 번째 테스트에선 중간에 PC가 꺼져서 완벽한 측정을 하진 못 했으나 대략 이틀간 채굴해서 평균 ‘이더리움 클래식(ETC)’ 0.06개가량을 손에 쥐었다. (국내에 지코인 거래소를 찾기 힘들어 마이닝풀허브를 통해 가격 책정이 쉬운 이더리움 클래식으로 교환했다.)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13일 오후 2시 현재 ETC 1개당 32,500원이므로 환산하면 총 1,950원이 된다. PC 한 대당 평균 325원가량으로, 한 달 동안 채굴했을 때 수익은 총 4,875원이 된다. PC가 사용하는 월 전기세를 5천원정도으로 책정하면 약간 손해인 셈이다.

 

그래픽 카드를 이용한 GPU 채굴에도 도전해보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사무실에 그 정도 사양을 가진 PC가 없어 포기했다. 결론적으로 집에 굴러다니는 양자컴퓨터가 없으면 채굴하지 말라던 어떤 블로거의 충고가 새삼 와닿았다.

 

가상화폐 구매도 해봤다. 

주식 시장에 충고를 잊지 않고 65만 원을 투자해 5개 종류 코인을 구매했다. 이 중 3가지는 카페 검색을 통해 기술력도 괜찮고 유망하다는 코인을 선택했고, 한 가지는 거의 정보를 얻지 못한 최근 상장 코인, 나머지 하나는 찌라시를 통한 스캠 논란과 카페의 유망종목 추천이 공존하는 코인으로 정했다. 시간상 하락을 대비한 추가매수 금액을 남겨놓진 못했다.

 

시차를 두고 열흘 전에서 이틀 전까지 나눠서 구매했는데 오늘까지 결과는 총 6,000원가량 수익을 냈다. 그 사이 비트코인 가격이 1백만 원 가까이 오른 점에 비교하면 큰 가격 차는 아니었다. 여기에 다섯 가지 코인 중 3가지는 원금을 밑도는 하락을 했고, 하나는 40% 가까이 상승, 하나는 3% 상승했다. (글을 작성하는 사이 수익이 1만 원으로 늘었다)

 

물론, 이전부터 가상화폐 시장을 봐왔지만 최근 열흘 정도 시간 동안 느낀 것은 가상화폐 대부분이 ‘대장’으로 불리는 비트코인 그래프를 복붙한 듯 상승과 하락의 큰 흐름을 뒤쫓으면 거래소 상장, 현황이나 향후 방향을 소개하는 밋업, 코인으로서 자립하는 ‘메인넷’의 전 단계인 ‘테스트넷’이 더 이상 ‘떡상’을 부르는 호재로 작용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에서 가상화폐 시장에 가장 큰 대못을 박았던 사건으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 모 언론사 기자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보도, 그리고 유시민 작가는 ‘가상화폐는 사기’ 발언을 꼽는다. 

 

유 작가는 최근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가상화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우아한 사기”라며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나 튤립 버블과 근본적으로 동일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또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해 “채굴비용과 보상금의 데드크로스가 일어나면 채굴 중단과 함께 이 시스템은 끝나게 될 것이고 그 순간 가치는 0(제로)이 된다”고 예측했다. 

 

그가 여당의 중책을 맡은 인물이 아닌 정의당 당원이고, 정치 일선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작가의 삶을 살고 있지만, 참여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무게감과 진보 지식인으로 ‘썰전’ 등 토론 프로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큰 파문을 불러왔다. 주식처럼 투자로 생각하고 구매했던 가상화폐가 순식간에 다단계 사기로 전락했다는 것에 많은 가상화폐 구매자들의 속이 편치 않았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대상을 ‘비트코인’으로 한정했다는 점에선 맞는 말이지만, 수천 종의 가상화폐가 시장에서 유통된다는 현실에선 일부 틀린 말이기도 하다. 거칠게 비유하자면 청동기를 든 인류가 이미 출현했는데 돌도끼를 든 인류의 모습을 보며 더 힘센 동물들이 많으니 멸망할 거란 예측을 내놓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채굴(POW)’ 방식의 한계는 가상화폐 시장 내에서도 이미 지적이 되고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큐텀(QTUM)과 네오(NEO)로 대표되는 ‘지분 증명 방식(POS)’이나 넴(XEM)에 적용된 ‘중요도 증명 방식(POI)’ 등 방식이 속속 등장했다. 즉, 가상화폐에 따라 수많은 그래픽 카드를 동원한 채굴에 머물리 않고 은행처럼 많이 가지고 있으면 많은 이자를 지급하거나, 새로운 블록을 생성하면서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형식으로의 변화가 이미 진행 중이다.

 

여기에 비트코인의 ‘느린 결제’를 보완한 가상화폐가 수없이 등장했고, 2세대 이더리움 이후 보안 측면에선 양자컴퓨터로 해킹해도 뚫리지 않는다는 3세대 코인이 등장해 이미 거래소에서 거래가 되고 있다. 심지어 개당 가격은 비트코인의 1만분의 1 수준도 안 된다. 

 

그리고 ‘튤립 버블’에 비유하기도 했는데, 한때 집 한 챗값을 호가하고 버블로 인해 네덜란드 경제가 휘청이기까지 했지만, 현재도 화훼시장에 가면 살아있는 튤립을 살 수 있다. ‘튤립 버블’이란 대폭락을 으면서 이후 기술이 발전하고 시대가 지나고 이미 튤립은 재배 비용과 판매 비용의 데드크로스가 일어나기 전 가격 균형을 이룬 것이다. 

 

결국, 가상화폐 시장도, 비트코인도 ‘버블’로 볼 수 있는 현상을 겪고 있지만, 이 단계를 지나고 나면 정상 궤도에 안착하지 않겠는가? 물론 스캠(사기)도 있다. 하지만 전체가 스캠이라고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다만, 1997~1998년 묻지마식 벤쳐투자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전재산을 탕진하는 사태를 겪은 전례가 있고, 최근 가상화폐 열풍이 일정부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와 정치권의 제도권 편입을 통한 피해 최소화 노력에 동감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