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
■겨레와 동족의 경사
남조선에서 머지않아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러한 견지에서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습니다.
한 핏줄을 나눈 겨레로서 동족의 경사를 같이 기뻐하고 서로 도와주는 것은 응당한 일입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민족자주의 기치를 높이 들고 우리민족끼리 해결해 나갈 것이며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내외 반 통일세력의 책동을 짓 부시고 조국통일의 새 역사를 써 나갈 것입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일부분이다. 이렇게 글로 옮기다니 꿈만 같다. 이유는 알 것이다. 박정희·전두환 시절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국가보안법과 공안사범으로 엮는다면 어떻게 될까.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어떤 친구는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최소한 자신의 수명에서 그들이 집권한 세월은 빼야 한다고 했다. 사람으로 산 인생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박정희·전두환·이명박·박근혜가 집권한 세월은 얼마나 될까. 25년이나 된다.
■사람이 먼저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는다. 신뢰의 차이다. 이명박·박근혜 전임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해도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의사를 믿지 못하면 병원에 못 간다. 조종사 못 믿으면 비행기 못 탄다. 신뢰 없이 남는 것은 무엇인가. 세상이 너무 무섭다.
시작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생겼다. 싹수가 노랗다는 말도 있다. 희망이 없다는 말이다. 트럼프가 하도 죽 끓듯 해서 저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되면 속 좀 썩일 것이라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도무지 마음을 놓고 살 수가 없다. 미국 대통령이 가진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가. 어린애가 칼 쥔 격이라는 말도 이해가 간다.
사람은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믿을 사람이 있다. 다 지난 얘기니까 뭐라고 할지 모르나 노무현이란 정치인을 처음 만났을 때 기억이 새롭다. 노무현 의원 참모들이 부탁해 후원회장을 하기로 어렵게 결심을 했는데 당사자인 노무현 의원은 무슨 후원회장을 하느냐는 것이다. 사양인지 거절인지 난감했다. 참모들이 허락을 받지 않고 내게 먼저 제의를 한 것이다.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계속해서 그의 얼굴과 눈을 주시했다. 결심했다. 한번 해 보자. 후원회장 하겠다고 요구했다. 그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주시했던 그의 얼굴 표정과 눈동자의 움직임. 말의 억양, 나를 쳐다보는 눈. 그와 헤어진 후 잘 했다고 생각했다. 얼굴과 눈은 정직하다. 정직한 사람은 믿어야 한다. 성공과 실패는 나중 문제다. 잘 벌어먹던 작가 생활을 접었다. 안 계신 지금도 나는 자랑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을 변호사 시절 처음 만나고 오늘의 이르기까지 보이는 것은 ‘사람 문재인’이었다. 부산의 아스팔트 위에서 반독재시위를 하는 문재인, 주간조선 우종창 기자의 ‘노무현은 과연 재산가인가’ 명예훼손 법정에서 증언하던 문재인. 거액의 빚을 내 한겨레 지국을 하던 문재인과 참여정부 비서실장을 하던 문재인. 히말라야의 산정을 향해 묵묵히 발길을 옮기는 문재인. 평생의 동지인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보고도 일절 눈물을 보이지 않던 그는 장례가 끝난 후 쓰러져 통곡했다.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던 문재인. 시진핑·트럼프와 마주 앉아 정상회담을 하던 문재인. 그 많은 문재인이 있어도 오직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사람 문재인’이었다. 신뢰였다. 국민의 눈도 다르지 않다.
■한겨레 이종규 ‘언론 불신 시대의 슬픈 자화상, 기레기’
한겨레 이종규 기자가 쓴 1월 5일 자 ‘언론 불신 시대의 슬픈 자화상, 기레기’를 깊이 읽었다. 원인이야 어쨌든 중국에서 얻어맞는 우리 기자들은 “맞아도 싸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얼마나 가슴이 찢어졌을까. 이유는 언론에 대한 불신이다. 기자들은 안다. 그러면서 왜 시정이 안 되는가. 이유도 기자들은 안다. 언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계속되고 기자들은 ‘기레기’가 될 수밖에 없다. 누가 해결하는가. 기자들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
역사를 두려워한다고 하고 두려워하라고 한다. 실천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친일파의 후손이 자신의 조부 묘소를 남몰래 이장한 사실도 일고 있다. 오늘 이 순간에도 역사는 쉼 없이 기록되고 있다. 언론이란 매체를 통해서다. 온갖 정의로운 말들을 쏟아내는 지도자들의 발언은 모두가 역사가 된다. 군왕의 시대에도 기록됐다. 군왕의 거짓도 역사는 사실로 기록됐다.
오랜 세월이 흘러간 후 오늘의 역사와 지도자는 어떻게 기록될까. 지금 쓰고 있는 칼럼은 어떻게 존재할까. 지금 한국 정치의 시계는 안갯속이다. 그 속에서도 국민은 판단한다. 언론이 왜곡하고 편파 보도를 해도 국민은 알고 있다. 조·중·동과 그들 종편으로 이루어진 언론들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촛불집회에서 쫓겨 난 기자가 내 앞에서 울었다. 왜일까. 자신들의 할 일을 알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이 의정 단상에서 하늘 발언이나 기자들 앞에서 하는 말들이 얼마나 허망한 가는 그들 자신이 다 안다. 그들의 발언은 보도로 국민이 알고 이것이 바로 정치 불신으로 이어진다. 누가 책임을 지는가. 결자해지다.
국민들이 바보라고 안다. 속아 넘어간다고 한다. 도둑맞은 자가 잘못이라는 말과 같다. 그러나 결국 국민은 안다. 그렇게 쌓여 온 불신이 오늘의 정치를 만들어 놨다. 결국, 그들은 죽는다.
■거짓말 하지 말라
이명박·박근혜는 이미 판정받는 사람들이다. 이명박의 세속적 자유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아니 이미 그는 끝이 났다. 그들의 뒤를 이어 열심히 불신의 강을 건너는 인물들이 있다.
안철수를 정치로 불러낸 세 부류가 있다. 이삼십 대와 중도세력, 호남이다. 이유가 모두 달랐다. 이삼십 대 젊은 층은 기성 정치가 싫어서 안철수를 불렀다. 중도는 박근혜가 싫어서였고 호남은 문재인이 싫어서 불러냈다. 그러나 안철수는 지금 자신을 불러낸 이들 모두에게 불신을 받는다. 왜 안철수를 지지했느냐고 후회를 한다. 이유는 이미 다 알고 있다. 신뢰의 상실이다. 안철수가 하는 말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 끝이 났다.
홍준표를 말해야 하는 것은 비극이다. 다 알려진 사람을 말하고 또 말하고 국민에 대한 학대라고 믿는다. 이유를 설명하라면 이미 지친다. 오늘의 홍준표를 만들어 낸 ‘모래시계’가 있다. 인기드라마였다. 동료 여류작가의 작품이다. 어떻게 돼서 그렇게 됐는지 주인공이 홍준표로 알려졌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강직한 청년 검사. 폭력배와 맞서 두목을 처단한 검사. 굳이 말 할 것도 없어 그냥 모래시계 플러스 홍준표로 굳어졌다.
얼마 전 작가가 털어놨다. 홍준표가 모래시계의 주인공이 아니고 한 부분일 뿐이라고. ‘모래시계’라는 건물을 짓는데 벽돌 몇 장의 역할을 한 것이다. 자기선전에는 탁월한 재능을 지켰다. 그가 처음으로 국회에 등원하게 된 배후 얘기는 그만두자. 노무현 대통령이 등장하니 말이다.
홍준표의 좌우명에는 '척당불기'가 있다. 뜻이 커서 남에게 눌려 지내지 않음을 이르는 사자성어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차마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돼지 발정제’는 철없을 때 일이라고 하지만 대학생이 철이 없으면 언제 철이 드는가. 정신적 사고의 수준을 말해 줄 뿐이다. ‘류여해’와의 치기어린 말싸움이나 ‘여자는 밤에만’도 낯이 뜨겁다. 이것이 척당불기인가. 이것들도 역사에 기록이 될 것이다. 그래서 역사는 무섭다. 직시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 얘기 좀 하자. 취임 첫해를 넘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년간 1,950번이나 거짓이 되었든지 과장된 주장을 펼쳤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의 정신상태를 검증해야 한다고 일부 미국언론에서 주장한다고 한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대통령이 됐고 그를 쫓아낼 방법은 탄핵뿐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방어하고 나섰다. “나는 매우 안정된 천재다” 비극이다.
한국이 부러운 미 국민이 많지 않을까. 그래서 잘 뽑아야 하는 것이다. 거짓말하는 지도자는 절대로 안 된다.
■비판이 심한가
지독한 술꾼이었던 사람이 좋은 사람을 만나 인생길을 바꾸었다면 아마 무슨 말인지 모를 것이다. 허무맹랑한 모략을 받으면서도 지금껏 살아왔다. 왜 그렇게 정치인과 일부 매체를 비판하느냐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듯이 해야 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개혁과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이라고 믿기 때문에 80 늙은이가 1주일에 한 개씩 칼럼을 강행한다. 같이 늙어가는 아내는 새벽 두세 시에 자판을 두드리는 늙은 남편을 보고 그러다가 자판에 엎어져 죽을거라고 눈물을 글썽이지만 그렇게 죽기를 소망한다. 격려를 받지만, 팩트TV란 매체의 영향력 때문에 한계를 느낀다. 그러나 가슴 아픈 인간들도 많다. 제발 실명만은 밝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상관없는 부탁이다.
과연 근거 없는 비판인가. 그랬다면 고소하기 좋아하는 정치인들이 조용할 리가 없다. 나는 정말 비판만 좋아하는 사람인가. 절대로 아니다. 정치인들이 좋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라도 한다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홍준표 안철수 등 등이 지금이라도 제대로 정도를 걷는다면 내 글은 불이 날 것이다.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한다. 국정원 개혁에 앞장선 정치인을 무지 존경한다.
평창 올림픽은 반드시 성공한다고 믿는다. 개성공단이 다시 문을 열고 남북 이산가족 상봉도 이루어지고 금강산 관광도 재개되리라고 확신한다. 이를 계기로 남북간에 화해의 물꼬가 트이고 전쟁의 위험도 사라지리라고 믿는다.
한국당은 전쟁타령 인제 그만 접어야 한다. 전쟁 나면 죽는 것은 우리 민족이다. 6.25도 겪어보지 못한 인간들이 전쟁을 떠드는 것을 볼 때 오물을 퍼붓고 싶다. 옆에서 제 아비 어미 형이 죄 없이 총 맞아 죽은 꼴을 봐야 알겠는가. 피난길에 미국 무스탕 전투기의 기총소사로 피난 보따리를 맨 체 피를 흘리며 논두렁에 쓰러져 죽어야 알겠는가.
세상없어도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우리의 허락 없이 이 땅에서 전쟁을 해선 안 된다. 정치 지도자들은 전쟁을 막기 위해 온 몸을 던져야 할 것이다.
■거짓말이 정치가 아니다
국민에게 ‘ㅁㅊㅅㄲ’라고 댓글을 달아 장안에 화제가 된 의원이나 국민이 존경하는 이육사의 시를 입에 올려 밥상에 회자된 야당의 대변인 역시 정치의 무관심을 장려한 공로를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새해가 되면 모두 새로운 각오를 한다. 이 땅의 정치인들이 해야 할 새로운 각오란 무엇인가. 제발 포승줄에 굴비처럼 엮여서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야 한다. 동대구역에서 할복자살한다는 맹세는 하지 많아야 한다. 국민 앞에서 “믿습니까”를 세 번씩이나 외치고 120억의 주인이 누구냐는 비유로 ‘프란다스의 개’를 노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치인 말이라면 소금이 설탕처럼 달다고 해도 믿는 국민.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는 국민이 되도록 신뢰를 얻어야 한다. 정치가는 국민을 이끌고 가는 수레의 바퀴가 되어야 한다. 정치인의 거짓말을 들으며 이를 가는 국민은 없어져야 한다.
정치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역사는 자신들의 말을 기록하기 위해 먹을 갈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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