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
“화해. 화해란 말은 참 좋은 말입니다. ‘민족 화해’야 더 말해 뭘 하겠습니까. 그러나 ‘민족화해’를 말하면서 마음 한구석에 서글픔이 남습니다. 이해하실 줄 믿습니다.”
건배사의 한 구절이다.
지난 19일 저녁 6시. 민화협(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의 신임 대표상임의장의 취임식이 있었다. 천여 명 가까이 모인 행사장은 뜨거웠다. 놀랐다. 민족화해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민화협이 한 일이 무엇이냐는 회의 때문에 놀란 것이다. 민화협 신임의장 김홍걸이란 기대 때문에 사람들이 몰린 것일까.
아무리 집이 좋아도 문패가 그럴듯해야 집이 빛난다. 김홍걸 민화협 의장이란 문패가 어울린다고 생각지 않는가.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교류와 평화에 쏟은 열정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이명박·박근혜도 알 것이다. 김홍걸 의장은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이다. 부모 얼굴에 먹칠하는 자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걱정은 없다.
대한민국의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6월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선언문을 발표했다.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을 선언하고 통일 방안에 공통성이 있음을 인정하며 경제협력을 비롯한 교류 활성화에 합의했다. 이 정상회담은 한반도 분단 이후 남북의 최고지도자가 만난 첫 번째 회담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 정상회담과 햇볕정책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킨 공로로 2000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그해 10월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것이 6·15선언이다. 민화협의 정신은 남북협력에 공헌한 두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받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축하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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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여러분도 그렇겠지만 저도 민화협과 김홍걸 상임의장님께 거는 기대가 큽니다.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열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이때 민화협은 50대의 젊은 상임의장을 선출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의 어려움을 훌훌 털고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회원 여러분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기도 딱 좋은 것 같습니다. 올해로 민화협이 출범한 지 19년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성년의 나이로 본격적으로 도전하고 성취할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젊은 민화협의 진취적인 도전과 풍성한 결실을 기대하며 저도 큰 격려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네. 엽전입니다
혈육이 무엇인가. 동족이 무엇인가. 미국이민도 얼마 없었고 유학생도 적었던 때 미국에 유학 갔던 친구의 말이다. 친구와 길을 가는데 지나가는 동양인이 한국 사람 비슷했다. ‘저거 엽전 아냐?’ 그러자 저만치 가던 남자가 달려와 손을 덥석 잡으며 ‘네. 엽전입니다.’ 그들은 서로 얼싸안고 울었다고 한다.
백두산에 오른 적이 있었다. 중국 땅을 통해서였다. 백두산 정상에 올랐다. 안개가 자주 껴서 마음씨 착한 사람만 볼 수 있다는 백두산 천지. 털퍼덕 주저앉아 천지를 보며 하염없이 울었다. 왜 내가 중국 땅을 통해서 백두산에 올라야 하는가. 조그만 돌 하나를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지금도 그 돌은 집에 있다. 개성공단에 갔을 때 식당에 북한 처녀들은 노래도 잘 했다. 그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가슴속을 타고 흐르는 눈물. 참 빌어먹게도 난 눈물이 많다.
어렸을 때 기억이다. 지금 아이들도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다.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 빨개는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어는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어는 기차. 기차는 빨라. 빨라는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은 것은 백두산
다음에 이어져 나오는 것이 이 노래다. 역사가 있는 노래다.
백두산 뻗어내려 반도 삼천리
무궁화 이 강산에 역사반만년
대대로 이에 사는 우리 삼천만
복되도다 그 이름 (조선)대한이로세.
삼천리 아름다운 이내 강산에
억만년 이어 나갈 배달의 자손
길러온 힘과 재주 모두 합하니
우리들의 앞길은 탄탄하도다.
보아라 이 강산에 날이 새나니
삼천만 너도 나도 함께 나가자
광명한 아침 해 가 솟아오르니
빛나도다 그 이름 (조선)대한이로세.
1930년 일제에 의해 3차 무기 정간되었다가 복간된 동아일보가 국민 창가(노래)를 모집했다. 당선작이 없어 이은상이 작사한 노래 가사다. 그때 노래 제목이 ‘조선의 노래’다. 그러나 ‘조선’은 사라지고 ‘대한의 노래’가 됐다. 조선이란 단어를 쓰면 왜 안 되는지 동아일보는 알 것이다.
월드컵 예선을 비롯한 각종 경기가 서울에서 열리고 평양에서도 열린다. 선수들은 열심히 경기하고 주민들도 열심히 응원한다. 어디에서도 남한팀, 북한팀을 욕하는 소리는 들을 수 없다. 잘 하는 팀에게 박수를 보낸다. 경기가 끝나고 작별의 악수를 나눌 때 눈물을 흘리는 선수를 보았다.
“쫒기는 적의 무리 쫓고 또 쫓아 원수의 하나까지 쳐서 무찔러” - 6.25의 노래 中
“원수와 더불어 싸워서 죽은 우리의 죽음을 슬퍼 말어라” -인민항쟁가 中
듣기만 해도 섬뜩한 남북한 노래의 가사다. 서롤 죽이고 죽여 이 땅에 사람의 씨가 말라야 풀릴 것인가. 더 말을 하면 또 눈물을 쏟을 것 같다.
(사진출처 - 김대중 대통령 기념사업회 홈페이지)
■용장 밑에 약졸은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꼭 그래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 헌 집에 새 주인이 들어가 살 수도 있다. 문제는 새로운 것을 어떻게 보여주느냐는 것이다. 어느 조직이든지 지도자는 필요하고 훌륭한 지도자는 바로 조직의 승패를 좌우한다.
잘못된 지도자로 인해 속앓이하고 급기야 엄동설한에 천만 명이 넘는 국민이 촛불을 들었다. 국민들의 열망은 급기야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이제 수의를 입은 죄인이 됐다.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세계사에서 잘못된 지도자로 인해 고통받은 국민이 얼마나 많았던가.
민화협(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은 대한민국이란 세계 7위의 경제 대국에서는 작은 조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민화협이 상징하는 의미는 얼마나 거대한가. 매사는 사람이 할 탓이다. 지금까지 유명무실했던 민화협이 진실하고 활기찬 활동으로 전 국민의 지지를 받고 말 그대로 화해를 기반으로 한 민족화합과 더 나아가 평화통일의 기반이 될 깨끗한 불씨를 만들 수 있다면 김대중 노무현 두 분 대통령도 흐뭇해 할 것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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