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강이었다.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거대한 별의 강이 흐르고 있었다. 바다였다. 찬란한 촛불로 빛나는 바다였다. 저것이다. 저것이 인간이 부르짖는 자유다. 너희들의 자유가 아니고 우리들의 자유다.
■장제원 입에 오른 이육사의 시
절정
이육사(李陸史)
매운 계절(季節)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켜 끝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이육사(李陸史)의 시를 읽으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고 끓는다. 오래간만에 이육사의 시를 보게 됐다. 장제원의 덕이다. 이육사의 ‘절정’이란 시도 다시 읽었다. 한국당 대변인이라는 장제원이 이육사의 시를 알다니 신통하다.
장제원은 지난 금요일 MBC 최승호 사장 취임 후 단행된 인사를 ‘피의 금요일’로 비유했다. 김재철·김장겸 사장 치하에서 선혈이 낭자한 체 유기됐던 기자 PD들이 복귀하고 보도국이 정상화 됐다. 뉴스데스크 앵커 배현진이 교체됐다. 장제원이 얼마나 가슴이 아팠으면 이육사의 시를 읊었을까. 그날 밤 이육사를 꿈에 봤다. 망연한 얼굴이다. 치욕이다. 이육사의 시는 아무나 입에 올려도 되는가. 장제원은 MBC PD수첩 1136회(2017년 12월 12일 방송)를 보았는가. ‘MBC 몰락, 7년의 기록’을 보았는가. 꼭 찾아서 보기 바란다.
또 있다. 장제원이 김홍걸 민화협 위원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앞잡이"라며 "왜 그러고 사는지 안타깝다"고 했다. 김홍걸은 민화협 위원장이 될 자격과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책에 기여할 자격이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이다. 김정일의 조문을 갔고 유일하게 김정은과 대화를 했다. 인생사 ‘사람이 먼저다’ 김홍걸 민화협 위원장이 장제원에게 돌려준 말이 있다.
“부디, 제 논에 물 대는 논평을 하더라도 이육사 선생의 '절정'까지 끌어다 쓰는 '몰염치'는 이제 거두시기를.”
“출세하기 위해 이명박근혜 정권에 부역한 자들을 독립투사 취급하는 장제원 의원, 그럼 박근혜 탄핵에는 왜 찬성하셨나요? 그냥 같이 장렬히 싸우다 가시지...”
■조원진의 만용
말버릇이 고약한 손주 벌 되는 녀석이 있다. 이름이 ‘원진’이다. 참다못해 한마디 했다. “원진아. 너 이놈. 말버릇 고치지 않으면 할애비 한테 맞는다.” 정치하는 인간 중에서도 말버릇이 고약한 자들이 많다. 조원진 같은 사람이다. 대구 달서 병 출신이다. 대구가 좋기는 좋다. 그렇지 않으면 어딜 함부로.
JTBC ‘정치부회의’에 나온 양원보 기자가 전했다. 정미홍의 말을 전한 것이다.
-전략-
"조 대표님, 요즘 마음이 많이 불편하실 겁니다. 동지들과 하나둘씩 갈라서고 있기 때문이죠. 변희재 씨와는 진작에 빠이빠이 했고요. 그나마 신뢰가 구축돼 있던 정미홍 최고위원하고도 요즘 많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정 최고위원이 이달 초에 SNS에 글을 하나 올렸는데, 보시죠. "의원님께서 걸핏하면 새벽까지 변희재와 함께 술자리에서 흥청거리는 모습을 절대 이해할 수 없었고, 중략…제가 변희재와 같은 취급을 받게 되면 의원님 지지를 철회하겠습니다"
■눈이 부시다
요즘 MBC뉴스를 보면 눈이 부시다. 눈부신 것은 반드시 찬란한 태양을 마주 보기 때문만은 아니다. 세상에 눈부신 것은 많다. 요즘 언론에 난 MBC 인사를 보면 눈이 부시게 느껴진다. 비정상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얼마나 목마르게 기다리던 시간인가. 어쩌다 만나면 가슴이 먹먹하던 얼굴이다. 집 떠나 거리를 헤매든 자식 같은 이름이다.
박성제·박성호가 보도의 일선 전투원이다. 김재철이 앉았던 자리에 전동건이 앉았다. 최승호 사장은 취임 첫 행보로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았다. 무릎을 꿇었다.
“희생된 아이들 수백 명의 사진을 보면서 정말 참기 어려울 정도로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과거 MBC가 지은 죄를 씻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공영방송을 일으켜 세우는 일이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앵커가 바뀐 날부터 모니터한다. JTBC만 시청하던 8시 뉴스에 MBC도 들어온 것이다. 꼼꼼히 모니터를 한다. 눈이 부셔도 좋다. 너무 부셔 눈이 멀어도 좋다. 그 대신 거리를 떠돌던 자신들의 영혼이 또 다시 거리로 팽개쳐지는 절망의 시간은 거부해야 한다. 또 하나가 있다. 비판만이 정론은 아니다. 공정이 생명이다.
장제원에게 선물을 하나 한다. 장제원이 이육사의 시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나도 같다. 선물한다. 이육사의 대표적인 시다.
광야(曠野)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 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우병우가 구속됐다. ‘너의 자유, 우리의 자유’ 이제 잘 알게 될 것이 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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