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쪽지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칼럼] 존경받는 기자
존경 이상의 훈장은 없다
등록날짜 [ 2017년11월20일 10시22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취재를 끝냈다. 취재원의 절절한 호소가 귀에 쟁쟁하게 남았다. ‘허가과정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허가가 안 나오면 병원설립은 포기할 수밖에 외국과의 MOU도 무효가 됩니다. 꼭 대학병원이 필요한 때입니다.’
 
기자는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할 것인가. 보도하느냐 마느냐. 당시 열악한 의료계에 공헌할 병원설립은 자신의 손에 달렸다. 문득 취재원이 자료라고 전해 준 봉투를 열었다. 깜짝 놀랐다. 차를 돌려 다시 취재원을 찾았다.
 
‘봉투에 자료는 제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취재원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그러나 보도는 되지 않았고 병원은 완공되었다. 지금도 그는 병원 앞을 지날 때마다 생각한다. 자신의 결단이 정당했는가.
 
기자와 촌지가 당연한 것으로 알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체육기자는 촌지 봉투를 북 찢어 흔들며 ‘애걔 겨우 요거야’ 하던 때도 있었다.
 
역사를 바꾼 보도는 무수히 많다. JTBC의 테블릿 PC 보도가 없었다면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한국의 정치는 어디로 굴러가고 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정론은 국가의 기틀을 튼튼히 하는 기둥과 같다. 기둥이 썩는다면 나라는 병들고 결국 고통은 국민이 감수해야 한다.
 
MBC를 황폐화 시킨 김장겸이 쫓겨났다. 온갖 술책으로 발악을 했지만, 도리가 없었다. 이제 KBS도 제 모습을 찾을 것이다. 역사의 순리다.
 
■흰 것을 검게 만드는 언론
 
히틀러의 광기가 정점에 달했을 즈음, 독일 패망의 음울한 그림자가 전선 곳곳에 드리웠다. 하지만 괴벨스(Goebbels)에 의해 세뇌당한 독일 국민은 연합군이 독일영토에 진격할 때까지도 진실을 알지 못했다. 언론이 거짓을 하면 어느 누구도 어둠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외국의 경우만이 아니다. 6·25 당시도 그랬다. 여기에 강조되는 것이 기자정신이다. 기자는 진실만을 보도한다. 사회정의를 위해 사실에 기초한 보도를 하며 어떤 유혹에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 기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좌우명이다.
 
기자 정신과 관련해서는 많은 지적이 있다. 기자도 사람이다. 그러기에 융통성도 있어야 한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융통성의 한계를 벗어난 사실 왜곡을 지적하는 것이다. 기자들이 가장 치욕적으로 생각하는 말이 ‘기레기’다. ‘기자 쓰레기’라는 말이다. 이유는 그들이 너무나 잘 알 것이다.
 
조·중·동을 말할 때마다 떠오르는 것은 자유당 시절 동아일보 기자들의 언론투쟁이다. 경향신문도 올바른 보도를 하기 위해 몸부림쳤다. 동아일보를 펴들면 치솟던 울화가 가라앉았다. 지금은 어떤가. 차라리 말을 안 하는 것이 낫다.
 
요즘 적폐청산으로 국정원·국방부·검찰 등 나는 새도 떨어트리던 권력기관의 고위간부들이 줄줄이 포토라인에 서고 오랏줄에 묶인다. 원세훈·이병기·남재준 등 국정원장 3명이 구속됐다. 이제 세상이 제대로 되려는가. 국민들은 박수를 친다.
 
그렇다면 언론은 어떤가. 조·중·동의 사설들이 꿈틀거린다. 김관진을 구속하니까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자를 구속했다고 트집이다. 이걸 사설이라고 쓰고 있는 논설위원의 얼굴 좀 보고 싶다. 국기를 흔든 주범들이 응징당하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박수를 친다. 검찰고위급이 구속되는 것을 보면 이제야 법이 할 일을 한다고 찬사를 보낸다.
 
종편이라고 부르는 언론이 있다. 특히 조·동의 종편인 ‘TV조선’과 ‘채널A’는 더 말 할 필요도 없이 조·동과 판박이다. 얼굴을 내미는 교수들과 정치평론가라는 사람들의 발언을 보면 얼굴을 바로 보기가 민망하다. 그래도 진짜 편파적인 평론가들은 많이 도태됐지만, 아직 멀었다.
 
MBC가 이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스케이트장을 관리하던 머리로 기사를 쓸 것이다. 샌드위치를 만들던 손으로 정론의 탑을 세울 것으로 의심치 않는다. 기레기들은 도태되어야 한다.
 
■존경받는 언론인이 되자
 
MBC에 몸담은 후배가 말한다.
 
‘이제는 마음 놓고 명함 내놓는 때가 올 것 같습니다.’ 밝은 얼굴을 보며 눈물이 난다. 얼마나 고통을 받았을까. 이용마 기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러나 당부가 있다. 단결해야 한다. 이제 사장도 선출할 것이다. 임원들도 임명될 것이다.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누가 진정한 언론의 길을 갈 것인가만을 생각하자. 감투 다툼. 자리 다툼 하지 말자.
 
이 말의 의미를 잘 알 것이다. 존경을 받는다는 것은 더없이 좋은 일이지만 기자로서 존경을 받는다는 것은 최고의 찬사다. 이제 나라가 바로 서느냐 그냥 주저앉느냐. 중대한 갈림길에 서있다. 언론인들이 나서야 한다. 국민들은 손바닥이 터져라 박수 칠 준비가 되어 있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팩트TV 정기후원회원이 되어주세요. 
ARS신청 1877-0411, 직접신청 https://goo.gl/1OjzfE
.
올려 1 내려 0
이기명 논설위원장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트위터로 보내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칼럼] 공수처를 거부하는 자 (2017-11-23 10:25:14)
[칼럼] 명약과 극약 (2017-11-16 16:4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