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선거 부정이라는 비극 숨겨지는 부정이면 부정도 아니다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국민 300만명을 학살한 ‘킬링필드’로 악명높은 ‘키우삼판’의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저항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시위도중 경찰과의 충돌로 1명이 사망하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부정선거는 폭탄의 뇌관이다. 경찰은 최루탄, 물대포 등을 쏘면서 해산을 강행했고 시위대는 투석으로 맞섰다. ‘크메르루지’의 수백만 국민 학살로 유명한 캄보디아가 이번에는 부정선거로 세계뉴스의 각광을 받는다. 제발 학살은 없어야 한다.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국민의 항의와 저항은 이를 억누르려는 불의한 권력과 충돌해 반드시 유혈사태를 불러오고 나라는 것 잡을 수 없는 비극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부정선거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며 유혈은 더욱 안 된다. 캄보디아의 부정선거를 보며 마음이 산란한 것은 비단 캄보디아 국민뿐이 아니리라. 어렸을 때 기억이다. 풍선 터트리기다. 젖먹던 힘을 다 해서 숨을 불어넣는다. 풍선이 부풀어 오른다. 터지지 않는다. 더욱 힘을 주어 분다. 드디어 펑소리와 함께 빵빵하던 풍선의 기세가 간데없다. 처량하다. 풍선이 속으로 그랬을 것이다. 제발 고만 불어라. 나도 더 견딜 수가 없다. 나도 터지고 말 것이다. 그럼 끝이다. 터진 풍선을 인생살이와 비교하면 어떻게 될까. 문득 임꺽정을 생각한다. 멀리 고려시대 만적을 생각한다. 전봉준을 생각한다. 실존일문인지는 모르지만 ‘윌리암 텔’을 생각한다. 이들은 민란을 일으킨 주모자들이다. 왜 이들은 민란을 일으켰을까. 고무풍선처럼 억누르지 않았다면 절대로 터지지 않았을 것이다. 견디다 못해 터진 것이다. 그냥 있으면 못 살 것 같아서 터진 것이다. 생존을 위한 살기위한 몸부림이다. 사람처럼 살고 싶어서 발버둥을 친 것이다. 3.15선거 때 야당이 내건 구호가 뭔지 기억할 것이다. “못살겠다. 갈아보자” 그러나 갈아 볼 수가 없었다. 부정선거를 하니 이길 수가 없다. 항의를 하니까 경찰이 힘으로 막는다. 곤봉으로 안 되니 최루탄을 쏜다. 마산에서 김주열 군이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바다위로 떠올랐다. 국민들의 눈에서 불이 났다. 눌리다가 견디다 못해 풍선처럼 터진 것이다. 그런 것이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눌리면 터지지 않고는 못 배긴다. 동서고금을 통해 혁명이란 이름으로 역사에 기록된 민란은 모두가 억눌린 민중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 민중의 분노는 어느 나라나 같다 지난 해 치른 18대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시비가 분분하다. 야당은 국정원 댓글이나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의 선거개입, 국가보훈처, 행안부, 재향군인회, 새누리의 십알단 등 등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불법부정에 참여했다고 주장하고 여론조사는 국민들 사이에서도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이 점점 확고해 지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지금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원세훈 재판에 검찰이 제기한 공소장변경을 두고 여야 공방이 치열하다. 그러나 누가 옳고 그른지는 국민이 알고 있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대통령도 더 이상 견딜수가 없는지 해외순방 이틀을 앞두고 입을 열었다. 확실히 조사해서 엄중 문책하겠다고 약속했다. 얼마나 공정하게 조사를 할는지는 봐야 알겠고 어물쩡 넘어가면 그 후유증이 결코 만만치 않겠지만 두고 볼 일이다. 대통령과 국민을 위해서 공정해야 한다. 대통령의 선거공약은 이제 거론하는 것이 웃기는 일이다. 돈 없으니 배째라는 빚쟁이 배짱과 같다. 그러나 국민들의 가슴은 공허하게 뻥 뚫렸다. 늙은이들과 중증 장애인들, 그들의 아픈 가슴을 누가 달래 줄 수 있을까. 더욱 딱한 것은 대통령의 공약파기가 정권의 신뢰성에 결정적 흠집을 내고 앞으로 정부의 시책을 국민이 믿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정부를 믿지 않는 국민과 함께 무슨 정치를 하자는 것인가. 국정감사장에 나온 고위 공직자들를 보면 정말 속이 상한다. 어쩌면 저렇게 뻔뻔하며 월급봉투 받기가 부끄럽지 않은가. 물론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세금내는 국민들이 불쌍할 지경이다. 국민들 간에 불신도 깊어간다. 서로 믿을 수가 없다. 저 친구가 혹시 국정원의 연결된 것은 아닌가. 미국은 세계 정상들의 전화를 도청했다는데 마음만 먹으면 우리나라도 일반도청은 식은 죽 먹기란다. 박정희 전두환 때처럼 말도 마음놓고 못하는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닌가. 분명히 말 하고 싶은 것은 진실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사관학교 출신과 경찰대학 출신의 엘리트 들이 선서를 한 팔의 근육이 풀리기도 전에 거짓말을 한다. 아니라고 하지만 국민들이 바보인가. 그러니까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보존할 수 없고 출세할 수도 없고 왕따를 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채동욱 검찰총장도 찍어서 버렸다. 윤석열 원세훈조사 팀장도 날렸다. 권은희는 완전 이방인 취급이다. 이런 속에서 양심적인 공직자가 나올 수 있는가. 이것이 국민들이 보기에는 자유를 억압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 국민을 무섭게 생각해야 한다 선거부정이 아니라고 한다. 법이 아니라고 하면 그건 적어도 법적으로 아닌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 가슴속에 존재하는 것은 법보다 더 무섭다. 법이 아니라고 하면 다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승만은 3.15부정선거도 북괴(당시표현)의 선동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부마항쟁과 4.19, 5.18도 모두가 북한의 선동 때문이라고 했다. 과연 그런가. 5.18이 북한의 선동 때문이라고 한 대학생이 불구속 기소됐다. 국정원 댓글이나 사이버사령부 댓글과 각 정부기관의 대선개입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우기지 않는 것을 일말의 양심이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국민이 고마워해야 할 것인가. 지금 새누리나 정권의 태도는 국민을 존중하는 태도가 아니다. 이 정도가 됐으면 이승만이나 박정희나 전두환도 최소한 사과 한 마디는 했을 것이다. 아무리 국민들이 부정선거라 생각을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받아 낼 자신이 있고 국민의 물리적 저항이 아무리 극열해다 해도 역시 물리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자신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한마디로 말하면 국민을 대하는 태도는 아닌 것이다. 혹시 후진국인 캄보디아도 막아내는 데 우리가 못하겠느냐 하는 자신만만인가. 청와대나 새누리당이나 정부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여론을 들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국민의 여론이 어떤지 잘 알 것이다. 대통령도 여론을 들었기에 국정원 댓글문제를 철저히 조사해서 문책을 할 것이라고 말 했을 것이다. 늦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실은 벌써 했어야 옳다. 왜 이리 늦었을까. 시간은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아울러 기회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기회를 놓치면 국민의 격앙된 감정을 풀어 줄 기회조차 잃어버리는 것이다. 지금 국민감정은 점점 상승되어 간다. 이 말의 또 다른 의미는 국민의 감정이 고무풍선처럼 눌리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누를 것인가. 그건 정권의 자유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말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으면 풍선은 터진다는 것이다. 한 번 터진 풍선을 어쩔 것인가. 선거부정 그냥 넘어갈 줄 아는가. 어림없다.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넘어가서도 안 된다. 모든 사건은 결과를 생각해야 한다. 상식의 소중함을 아는 인간이 되야한다. 국민의 분노는 지금 생각만 해도 무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