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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제 강점기 특별전
다보성 고미술겔러리 견문기
등록날짜 [ 2017년09월18일 10시15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
 
■일제 강점기 특별전
 
세상을 살아가면서 인간은 많은 체험을 하게 된다. 역사를 통해서도 마찬가지다. 문화가 형성되고 유산으로서 후손에게 전해진다. 자랑스러운 문화도 부끄러운 문화도 있다. 모두가 버릴 수 없는 우리의 문화다. 우리는 문화민족이고 자신은 문화인이라고 자부한다. 과연 그런가.
 
골동품 같은 늙은이라고 하면 결코 자랑스러운 의미가 아니다. 그러나 골동품은 바로 문화다. 민족의 정신문화가 스며들어 있는 것이 바로 골동품이라는 것을 느꼈다.
 
스스로 문화인 축에 든다고 자부하던 내가 부끄러운 체험을 했다. 그것이 바로 오늘 칼럼을 쓰는 이유다. 정치를 떠난 칼럼을 쓰니 마음이 가볍다.
 
며칠 전 인사동에 있는 고미술 갤러리 다보성(多寶城)에서 우리의 문화를 보게 됐다. 전시장을 둘러보는 동안 점차 가슴속에서 부끄러움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많은 생각이 스쳐 가기 시작했다. 적어도 문화인이고 글을 쓰며 산다고 자부하던 자신이 더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갤러리라고 하면 그냥 전시장을 생각하기 쉬우나 다보성은 그게 아니었다. 1983년에 문을 연 이래 많은 고미술품과 귀중한 사료(史料)를 수집(蒐集)하여 국립 박물관을 비롯하여 시립, 공립, 각 대학 박물관, 사립박물관 등에 공급하는 일에 힘을 써왔다.
 
자칫 외국으로 흘러나가 사라질 뻔한 최상급 문화재와 일본 등지로 팔려가는 귀중한 북한 문화재들을 치열한 경쟁 끝에 국내로 들여오기도 하여, 나름대로 우리 문화유산 지킴이 역할을 하여 왔다고 인정받고 있다. 그것은 전시장 곳곳에서 느낄 수가 있었다. 나라가 할 일을 한 것이다.


 
■너무나 몰랐다
 
전시장을 돌아보고 잠시 의자에 앉았다. 사방을 둘러 봐도 어느 곳이나 문화유산이다. 자랑스러운 유산도 있고 부끄러운 유산도 있다.
 
“오랫동안 기획해온 독립운동가와 친일파 등의 작품들을 이번에 한데 모아 공개한 것은 대한제국 시기부터 광복되기 전까지의 시대 상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에 이 유물들을 모두 해독해 발행한 도록으로 감상과 역사자료로 널리 활용되기를 바란다”
 
김종춘 ‘다보성고미술·다보성갤러리’ 관장의 말이다. 살아온 인생 전부를 고미술에 받쳐 왔다는 자신의 말처럼 그의 모습도 고미술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여기서 그의 인생을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느 일이나 마찬가지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 오늘을 이루었다. 고미술 관련해서 그의 위치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모략 투서 세무조사 재판 등등 그는 말을 끊었다. 다만 얘기를 들으면서 우리의 고질적인 강등과 질시는 어디에도 존재한다는 서글픔이 아팠다.
 
나 자신이 이토록 무식했던가. 자괴감이 속상했다. 이토록 관심이 없었던가. 마침 갤러리에 온 친지와 대화를 나누었다.
 
“외국에는 ‘아트 딜러’라고 해서 사회적으로 예우를 받는 직업이 있다. 한국은 어떤가. 그냥 중계상이다. 복덕방 같은 거다. 그냥 골동품 장사라는 고질적 폄훼가 있다. 골동품 거래자들은 마치 도굴에나 관련이 있는 것처럼 인식한다. 밀거래도 문제다. 이런 인식을 바꾸어 나가는 것은 그들이 해결할 문제다.”
 
새겨들을만한 충고다. 다시 김종춘 관장의 말을 듣는다.
 
“일반적으로 골동(骨董)이라고 하면 무조건 가격이 높은 것, 서민들은 만져볼 수도 없는 특수 계층의 취향과 소유의 대상인 것처럼 인식되어 있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관행이라 할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골동은 저가(低價)여도 좋고, 누구나 지니고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의 생활 속에서 손때 묻은 작은 유물들이 더 정답게 느껴지고 더욱 값어치 있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바로 우리 문화 사랑이다.”
 
다보성고미술관에서는 이러한 소품(小品)들을 모아 매년 전시를 하여 왔다. 지필묵연(紙筆墨硯)의 문방사우(文房四友)를 비롯하여 개구리 모양의 작은 연적(硯滴), 예전에 여성들이 애완하였던 작은 화장품합(化粧品盒), 그리고 원앙의 모양을 조각한 향로뚜껑, 신라시대 토우(土偶)와 조선시대 백자 인형들, 화조(花鳥)를 화사하게 수놓은 수병풍(屛風) 가리개 등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전시된다. 
 
■우리의 문화, 무엇을 보았는가
 
특별전에는 개화파와 친일파, 조선통감·총독부 관료 등의 묵적(墨跡) 190여 점과 명성황후 초상화 및 영왕·영왕비 등을 비롯한 유물 총 300여 점을 선보이는 특별전을 열었다. 
 
특히 명성황후 초상화로 추정되는 작품이 주목되며, 묵적들은 주로 행서·초서 작품으로 이백·두보·소동파 등이 지은 이름난 한시와 산문들을 비롯해 자작시, 묵란 등이다. 묵적 작품은 독립운동가 15인과 개화파 2인, 친일파 26인, 기타 11인의 190여 점으로 대부분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것들이다. 특히, 독립운동가들의 작품은 일제강점기에 그들의 활약과 생활상의 삶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내보인다. 반면, 친일파들의 작품은 반민족 행위 및 역사적 상황 아래에서 그들의 성향을 살피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 
 
조선 (왕실)공예 전통의 진작을 취지로 1908년 이왕가에서 설립한 이왕직미술품제작소 작품과 이왕가의 다양한 도자·장신·칠보공예 유물 등도 전시되었다. 
 
김 관장의 방에서 차를 한 잔 나누었다. 내가 마치 문화제 속에 묻힌 느낌이다. 전시회를 축하해 준 문체부 장관을 비롯해서 많은 분이 있다. 그들의 관심도 매우 중요하다. 흔히 말하는 골동품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우리가 문화민족임을 자부할 수가 있을 것이다. 백 번 듣는 것 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고 한다. 다보성갤러리는 항상 공개되어 있다. 인사동은 어떤 의미에서든 문화의 거리다. 꼭 한 번 들려서 우리 문화의 향기를 마음껏 음미하기를 바란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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