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제작거부에 들어간 KBS 기자들이 30일 군 사이버 사령부의 핵심 간부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하고 이명박 정부 당시 정치개입 댓글공작 결과를 청와대와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고 폭로했다. 

 

또, 이를 취재한 기자가 뉴스로 방송할 것을 요청했으나 보도국장단이 보수진영의 반발을 문제 삼으며 증거를 가져오라면서 거부한 사실도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새노조)는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軍 댓글공작 특종, 고대영 KBS가 막았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2010~2012년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에 당시 청와대가 개입됐고 김관진 국방장관에게도 날마다 결과가 보고됐다”며 이를 폭로한 전 군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 총기계획과장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김 전 과장은 530심리전단이 밤사이 수행한 댓글공작의 결과를 A4 1장으로 요약해 매일 아침 상부에 보고했으며, 특히 청와대는 내부 온라인 보고 체계를 통해 날마다 보고했다면서 수신처는 ‘청와대 국방비서관실’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530심리전단은 밤사이 댓글공작 보고서를 요약한 A형 보고서(정식 명칭은 ‘대응 작전 결과 보고서’)와 온라인 동향을 정리한 C형 보고서(A4용지 9~10장 분량), 그리고 C형 보고서를 요약한 B형 보고서(A4 3~4장 분량)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 국방비서관실에 A·B·C형 보고서 모두를 보고했고, 국방장관관 합참의장, 국방부 정책실장에게는 A·B형 보고서, 각 급 본부장에게는 C형 보고서만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즉, 댓글공작 결과가 담긴 A형 보고서는 청와대와 군 수뇌부 3명에게만 전달됐으며, 당시 국방부 장관은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 합참의장은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국방부 정책실장은 장광일(~2011.4), 임관빈(~2013.10) 전 정책실장이었다.

 

KBS새노조는 김 전 과장이 국정원으로부터 1년 넘게 매월 25만 원씩을 받았으며, 예산업무를 총괄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대원들에게 돈이 전해졌는지도 밝혔다면서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군 사이버사령부에 댓글공작 지원금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이 단지 의혹에만 그치지 않음을 주장했다.

 

 

 

또한 이를 취재한 기자가 지난 8월 초 뉴스로 방송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KBS 보도국장단은 폭로 내용의 개연성이 높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의 반발과 폭로자의 문재인 캠프 활동 이력을 문제삼아 폭로를 뒷받침할 증거가 필요하다며 방송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보도국 수뇌부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당시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 측근이라고 장담할 수 있냐’는 반응을 보였으며, 2009년에는 천상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거액의 후원을 받았다는 단독 보도를 ‘눈에 보이는 증거를 가져오라’며 거부한 바 있다면서 정권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는 보도를 외면하거나 소극적이었음을 주장했다.

 

그러나 △제보자가 530심리전단의 사실상 부단장이었다 △폭로 내용이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다 △정보당국 내부고발은 특성상 물증제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보자가 처벌을 감수했다고 밝혔다는 점 등을 통해 볼 때 보도국장단의 보도 거부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