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제목을 보고 벌써 짖는 소리가 들린다. 휘영청 높이 솟은 달을 보면서 워워 짖어대는 농촌의 개 짖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요즘에야 아파트 방안에서 재롱을 떠느라고 짖는 것도 잊었을지 모르나 대신 도시의 한복판에서는 또 다른 개들이 요란하게 젖어댄다.

 

‘달을 보고 짖는 개’란 표현은 소설에서도 많이 등장한다. 요즘은 정치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말을 잘못했다가는 본의 아닌 개가 되는 것이다. 개로서는 더 없이 치욕적인 모욕이 될 것이다. ‘우리가 무슨 말을 했기에 툭하면 개 소리라고 하는 거냐?’ 그야말로 확 물어버리고 싶은 생각도 날만 하다.

 

 

인간의 판단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그래도 지녀야 할 기준은 상식이다. 보통사람들이 지닌 보편적 판단 기준이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상식대로 판단하면 별 탈이 없다. 여기에서 벗어날 때 ‘개 짖는 소리’가 된다. 이치에 맞지 않는 막말을 쏟아낼 때 ‘개 소리’라고 하는데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조원진이라는 대한애국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이자 국회의원이 한 말이다. 홍준표는 기가 막힐 것이다. 한 때 같은 당의 동지가 아니었던가. 홍준표의 막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잡놈’이란 소리에는 질렸을 것이다. 우선은 ‘개 소리’라고 하지 않았을까. 정치는 말로 한다고들 한다. 우선은 말을 하고 다음에 행동이 따른다.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맨 앞에 정치가 있고 말이 있다. 역사가 시작된 이래 말은 인간의 행동을 이끌고 가는 중심에 있었다.

 

나라가 망할 때는 항상 간신들의 세 치 혀가 있었다. 세 치 혓바닥 놀음에 넘어가는 혼군(昏君)의 막힌 귀가 있었다. 중원을 호령하던 고구려를 비롯한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패망도 결국은 간신들의 농단이었다. 그렇게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일본에 국권을 넘긴 조선의 멸망도 알고 보면 간신들 때문이다. 황후가 일본 낭인들에게 시해당하는 굴욕의 역사에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용장 밑에 약졸이 없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18만 신라 당나라 연합군에 맞서 5,000의 결사대로 항전한 백제의 계백 장군은 출전하기 전에 처자들의 목을 벴다. 패전 뒤 노비가 되어 치욕을 당하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었다. 백제 의자왕이 충신인 성충 홍수와 계백의 충언을 들었다면 그토록 비참하게 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낙화암에서 꽃처럼 떨어진 삼천궁녀의 비극도 없었을 것이다.

 

을사5적을 모르는 국민은 없겠지만 반드시 이들만의 매국이 나라를 망하게 한 전부일까. 왕의 무능은 책임이 없는가. 일제 강점기에 이 땅의 선각자로 대접받던 이광수·최남선은 앞장서서 친일했다. 반민특위 재판에서 이광수는 ‘일본과 합치는 것만이 조선 민족의 살길이라 믿었다’고 했다.

 

6·25도 같다. 6·25가 발발하기 전 일본군 출신의 국방군 장교들은 가죽 장화에 긴 닛본도를 차고 거들먹거렸다. 전쟁이 나면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압록강에서 먹는다고 큰소리쳤다. 결과는 어떤가. 이런 군대가 망하지 않으면 이상하다. 모택동에게 망한 장개석 군대에 미국이 제공한 무기는 다음날이면 중공군이 들고 싸웠다. 팔아먹은 것이다. 월남전에서 베트콩이 사용한 무기도 미군 무기였다고 한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3년 6월 11일, 사이공(현 호찌민시) 시내 대로에서 틱광득(Tuich Qnan Duc 釋廣德) 스님이 분신자살을 했다. 독재와 부패와 찌든 응오딘지엠(Ngo Dinh Diem 吳廷琰) 정권에 대한 항거였다. 뒤를 이어 30명이 넘는 스님들이 몸을 태우는 소신공양을 했다. 그러나 더욱 기가 막힐 일이 있었다. 틱광득 스님이 소신공양한 후, 마담 뉴(Madame Ngo Dinh Nhu 응오딘지엠 동생의 처)는 ‘중의 바베큐라니 재미있네’라고 비웃었다. 

 

세월호 유족들이 단식할 때 그 앞에서 ‘피자 폭식 쇼’를 하던 인간들과 무엇이 다르랴. 마담 뉴의 말은 전 세계에 알려졌고 케네디 대통령은 분노했다. 베트남에 대한 미국의 지원도 끊기는 결과를 초래했고 응오딘지엠과 그의 동생은 베트남 청년 장교들에 의해 사살됐다. 베트남이 망하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다.

 

1970년 11월 13일 서울 평화시장 노동자 전태일이 분신자살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하면서 외친 절규다. 노동자들의 분신이 잇달았고 대학생들의 분신과 투신이 뒤를 이었다. 심지어 ‘강기훈 유서대필’이란 어린애도 믿지 않을 억지를 쓴 검찰도 있었다. 이렇게 탄압으로 명줄을 이어가던 정권은 결국 박근혜에 이르러 최순실이란 간교한 아녀자와 엉킨 국정농단으로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파면 구속되어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박근혜의 탄핵 파면 구속은 반드시 그만의 잘못인가. 그를 둘러싼 그 많은 인재는 무엇을 했는가. 김기춘·우병우를 비롯해서 온갖 영화를 누린 자들이 박근혜 앞에서 고개를 꺾고 수첩에 받아 적은 것 말고 한 것이 무엇인가. 그들에게 최순실은 무엇이었는가. 박근혜 역시 망하지 않으면 그 역시 신의 섭리가 아니다.

 

 

민주정치는 책임정치다. 정치를 잘못하면 용빼는 재주가 없다. 입 막고 귀 막고 잡아다가 주리 틀고 없는 죄 뒤집어 씌워도 한계가 있다. 박정희·전두환이 실증했다. 정치를 잘하면 국민이 지지한다. 펄펄 뛰는 반대세력이 있지만 지금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은 80%를 넘나든다. 물론 지지율이란 오르고 내린다. 문재인 정권이 실정을 한다면 지지는 사라질 것이나 현재로서는 잘 한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야당도 인정해야 한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의 말이다. 그의 일관된 문재인 비판은 그의 뇌리에 ‘칭찬’이란 어휘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의 부친 정운갑이 친일인명 사전에 오른 것은 정우택과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러나 정우택이 거론될 때마다 아버지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라면 정치지도자다. 옳고 그른 것은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 야당이라고 해서 대통령이 잘 하는 것을 칭찬하는 것은 결코 흉이 아니다. 그 점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왜들 그토록 칭찬에 인색할까. 홍준표·정우택·김동철·박주선·박지원·이혜훈, 이들의 천방지축 정권비판은 과연 국민의 공감을 받고 있을까. 추운 겨울에 촛불을 든 2,000만 국민에게 물어보면 해답은 자연히 나올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남에게 대접을 받고 싶어 한다. 이런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 싶으면 먼저 남을 대접하라.’ 옳은 말이다. 웃는 얼굴에 침 뱉지 못한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박지원·박주선·김동철은 영화 ‘택시운전사’를 봤는가. 5·18 광주학살은 영화보다 더 참혹했다. 이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5·18 발포 책임자도 들러날 것이다. 우리 국민이 아니 광주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 것이다. 반대만 하는 것이 장땡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연찬회를 마치고 결의문을 채택했다. 출범 100일이 지난 문재인 정부를 안보, 경제, 졸속. 좌파. 코드인사의 ‘신(新) 적폐’ 정부로 규정했다. 안철수는 당 대표가 되자 문재인 정권을 ‘독선과 오만’으로 표현하며 강도 높은 투쟁을 선언했다.

 

달이 묻는다. “왜들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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