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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첩’들이 춤추는 정치
거짓말 빼면 어디로 가는가
등록날짜 [ 2017년08월04일 08시19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느닷없이 이혜훈이 첩이 됐다. 옛말에 ‘시앗(첩)을 보면 길가의 돌부처도 돌아앉는다’고 했다. 첩은 그 정도로 증오와 경멸의 대상이었다. 오죽하면 ‘첩년 주제’런 말을 하는가. 첩이란 말을 입에 올린 인간이 하도 시답지 않으니 믿을 국민이 없겠지만 그래도 명색이 한 정당의 대표인 이혜훈으로는 땅을 칠 일이다. 왜 그 지경이 됐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좀 변한 듯 재미를 본 이혜훈이 본 모습으로 돌아갔다. 믿은 게 죄다.
 
‘믿습니까. 믿습니까. 믿습니까.’ 쉰 목소리로 팔을 휘저으며 소리를 지르던 모습을 국민은 기억한다. 대통령 후보인 이명박이 국민들 앞에서 토해 낸 연설 중에 절창이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닌 세 번씩이나 외쳐댄 그 말을 자신은 믿었을까. 그 말을 들으며 웃다가 숨이 막혀 죽을 뻔했다는 친구의 말이 생생하다. 말도 자격이 있는 인간이 해야지.
 
국정원이 선거에 관여한 확실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그 등 뒤에 ‘믿습니까’의 목소리가 들린다. ‘잠은 잘 주무십니까’
 
정치인과 거짓말은 냉면에 겨자처럼 빠져서는 안 되는 요소다. 대통령 거짓말의 효시 같은 이승만의 야반도주는 천벌을 받을 죄다. 자신은 도망을 치면서 국민에게는 북진하고 있으니 절대로 서울을 떠나지 말라던 이승만. 그런 인간을 국부로 모시자는 인간도 있었으니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국민이 부처님인가.
 
박정희는 총칼로 합법적인 민주정부를 뒤엎고 권력을 찬탈했다. “혁명을 완수하면 군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겠다”고 떡 먹듯이 약속했던 박정희는 종신대통령을 꿈꾸며 주지육림을 헤매다 부하에게 사살됐다. 그의 딸 박근혜도 대통령이 되더니 요망한 최순실에게 현혹되어 국정농단이라는 해괴한 이름으로 탄핵당해 이불을 뒤집어쓴 채 발가락 치료를 받으러 다닌다. 국민의 책임은 없는가.
 
전두환이란 무식한 인간은 언급할 가치도 없지만 열거한 이들이 저지른 죄의 공통점에는 거짓말이 으뜸을 차지한다. 말하자면 거짓말로 대통령 노릇을 한 것이다. 봉이 김선달이 훨씬 잘했을 것이다.
 
■정직하게 살면 벼락 맞느냐
 
정치인들을 보면서 가장 기가 막힌 것은 양심의 부재다. 실종이다. TV에 나와서 양심을 지껄이는 얼굴을 보면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사람이 살면서 어떻게 거짓말 한마디 안 하고 살 수 있느냐고 한다. 어려운 일이다. 보통사람은 거짓말을 하면 부끄러움을 느낀다. 정치인은 어떤가. 부끄러움은 아예 모르고 살아온 사람 같다. 이럴 때 당연히 나오는 질문이 있다. ‘넌 어떻게 살았느냐?’ 물론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보통 사람의 거짓말은 국사를 망치지는 않는다.
 
정치지도자는 많다. 여야를 통틀어 말 한마디에 정국이 흔들리는 정치인들이 있다. 그들의 말은 언론이 대서특필할 뿐이 아니라 노루 꼬리 우려먹듯 한다. 문제는 이들의 말이 얼마나 정직하냐는 것이다. 그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진실의 화신처럼 말을 한다. 과연 진실인가. 진실보다는 이해득실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국사의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 그들의 진실하지 않은 거짓말은 바로 국사에 해를 끼치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판을 주름잡는 정치인들의 거짓말을 지적하자면 한이 없고 끝이 없을 것이다. 이런 거짓말의 홍수 속에서도 정치가 이만큼 굴러가는 것이 참으로 희한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도 재주인가.
 
정치인의 거짓말이 필연적으로 몰고 오는 피해가 있다. 그 피해는 너무나 엄청나서 말도 못 할 지경이다. 이명박 박근혜가 국민에게 한 거짓말의 후유증은 바로 국민이 지도자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데 있다. 몇 번씩 지적했지만 나라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국방이고 무기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방위산업의 실태를 보면 말하기조차 부끄럽다.
 
군인은 우리의 자식들이다. 자식들을 군에 보낸 부모들은 나라가 자식들을 잘 보호해 주리라고 믿고 자식들은 부모를 지킨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에서 자식들의 안전을 마음 놓고 믿을 부모가 어디 있는가. 박찬주 대장의 공관병이 겪은 인간 이하의 대우는 바로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려는 우리 자식들이 겪은 노예 생활이다. 왜 이런 만행들이 이제야 폭로되는가.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할 말 하는 세상이 됐고 할 말은 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들통 나야 고쳐진다
 
흐르는 강물을 보면서 참 푸르고 깨끗하다고 감탄을 한다. 그러나 잠수부들이 강물 속에서 꺼낸 온갖 오물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그걸 모르고 산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그 많은 불법과 부정을 알면서 모른 척 혹은 진짜 모르고 살아왔다. 안다고 떠들 수도 없는 세상이었다. 이제 온갖 불법행위가 백주에 드러난다.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가슴속에 묻고만 살던 부정을 폭로한다. 저런 세상에서 우리가 살았다니 기가 막힌다는 국민들이 많다. 차라리 모르고 살았으면 편할 걸 왜 저렇게 터트리느냐고 불평을 하는 국민도 있다. 모르면 약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모르면 약인가. 모르면 약도 못 먹고 죽는다. 고통이 있더라도 알아야 바로 잡을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세상이다.
 
이른바 ‘제보조작 사건’이라는 것이 있다. ‘국민의당’이 대선 막바지에 문재인 후보의 아들을 모함한 사건이다. 결백의 상징처럼 된 문재인 후보에게 치명적 타격이 될 수 있는 날조된 사건은 허위조작 모략임이 들통났다. 법은 이유미와 이준서, 김성호·김인원에게 책임을 지웠다. 이용주를 비롯한 국민의당 지휘부는 몰랐다는 것이다. 언론은 이를 면죄부라고 한다. 죄는 있되 면죄를 해 주었다는 것이다. 법의 이름으로 말이다. 믿고 안 믿고는 국민의 마음이다. 허리가 휘도록 사과를 하는 지휘부의 속마음은 어떨까. 사과했으니 당 대표 출마해도 되는가.
 
법원은 조윤선 전 장관에 대해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말이 많다.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한 판사에게 시비를 걸다니 불경한가. 판사의 마음을 드려다 볼 수도 없다. 하지만 조윤선 밑에서 일하던 당시 정무수석실 신동철 정관주 비서관은 같은 혐의에 대해 실형이 선고됐다. 누구는 무죄 누구는 유죄. 헷갈린다.
 
■세상은 바뀌고 있다
 
국민들이 지금 가슴속으로 느끼는 것은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전 같으면 생각지도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전 같으면 후환이 겁나서 입도 뻥끗 못하던 일들이 뻥뻥 터지고 있다. 터진 비리는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 국정원도 성역이 아니다.
 
이것은 바로 정치가 바뀌는 증거다. 지금까지의 정치가 아무리 못됐다 해도 이제 국민의 힘으로 바로 잡을 수 있다. 지금이 기회다. 촛불이 이루어 낸 국민의 힘은 이제 어떤 세력이라도 거짓말로 버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언론도 바뀌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것이다. KBS는 사장의 보직 임명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고대영 사장은 사원의 출근 저지가 두려워 일반 직원의 차를 타고 드나드는 추태가 벌인다. MBC는 사옥 안에서 ‘김장겸 물러가라’는 김인식 PD의 절규가 울려 퍼진다. MBC의 상징 프로인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이 제작거부를 선언했다. 이 쯤 되면 방송국이 아니다. 김장겸은 기분이 어떠냐. 지렁이 씹은 맛이냐.
 
■문재인 정부의 약속
 
문재인 정부가 한 중요한 약속이 있다. 검찰개혁 재벌개혁 그리고 언론개혁이다. 문재인 정권은 출범하면서 바로 개혁에 착수했다. 인수위도 없이 바로 출범한 정권은 온갖 방해에 가로막혔다. 총리임명부터 벽에 부딪혔다. 장관들도 마찬가지다. 어느 부처도 제대로 임명할 수가 없었다. 여소야대라는 철조망은 험했다. 난관은 하나 둘이 아니다.
 
하늘이 두 쪽이 나도 개혁은 이루어져야 한다. 약속이기 때문이다. 약속을 어기면 국민은 다음부터 믿지 않는다. 자식들한테 거짓말 하면 아비라도 안 믿는다. 더구나 국민에게 한 약속이야 더 말 할 것이 있으랴.
 
궁중에 기강이 흐려졌다. 왕이 고민했다. 충신을 군기반장으로 임명하고 참형권까지 주었다. 신하는 왕의 애첩을 군기반장으로 임명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해이한 기강은 바로 잡히지 않았다. 충신은 책임을 물어 왕의 애첩을 처형했다. 왕의 부탁도 물리치고 목을 베었다. 나라의 기강은 칼같이 섰다. 나라가 달라졌다. 약속이란 이런 것이다. 세기의 전략가인 ‘손자’의 얘기다. 문재인 정권이 약속한 개혁은 내 팔을 자르는 고통이 있더라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어렵다고 포기하거나 실패하면 그때는 끝이다. 나라가 망하고 후손들이 사람처럼 살지 못한다. 12년째 OECD 자살률 1위에 불명예는 벗을 수가 없다.
 
■신용보다 귀한 자산은 없다
 
어린 손자 녀석이 딱지치기하는 걸 구경했다. 손자가 다 땄다. 몽땅 잃은 녀석이 딱지 좀 꿔 달란다. 한마디로 거절이다. 나중에 물어봤다. 전에도 꿔 줬는데 안 갚는다고 한다. 신용이 생명이다. 개성상인이 왜 장사를 잘 하는가? 칼처럼 신용을 잘 지키기 때문이다.
 
정치라고 다른 것이 무엇이랴. 정치는 국민과 정치인의 끊임없는 약속이행이다. 지금 국정농단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의 이재용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발언이 보도된다. 변호사들의 변론도 소개된다. 한마디로 믿을 말 하나도 없다. 그래도 법을 믿어야 하느냐는 회의가 든다.
 
지금 ‘국민의당’ 지지도가 땅바닥을 기고 있다. 왜일까.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박지원과 박주선의 걸어 온 발자취를 보면 알 수가 있다. 안철수의 새 정치는 어디로 갔는가. 이들이 해야 할 일은 정직성의 회복이다. ‘내 몸의 절반이 떨어져 나간 것 같다’며 통곡하던 김대중 대통령의 말을 박지원은 지금 기억하고 있을까. 스스로 반문해 보라. 살기 위해서 출마한 게 아니라는 안철수의 당대표 출마선언을 믿으라는 것이냐. 죽으려고 출마했다니 꼭 소원을 이루기를 기원한다. 자신이 알 것이다.
 
한국당의 혁신 없는 ‘무혁신 선언문’을 보면서 박장대소했다. 어쩌면 그렇게도 홍준표의 뇌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가. 이 나라를 망친 원죄 반성은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멋대로 돌아가는 정신 상태는 바다건너 ‘트럼프’를 따라 배우는 것이 아닐까. 말 먼저 뱉어놓고 다음에 생각하는 것이 홍준표라고 한다면 화를 낼까. 그 덕분에 이해훈은 팔자에 없는 첩이 됐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밥그릇을 통째로 삼킬 수는 없다. 과정이 있다. 이명박·박근혜의 비리불법정치에 아무리 진저리를 쳐도 칼로 무 자르듯 할 수는 없다. 최소한의 시간은 필요한 것이다. 사회 각계각층의 요구가 봇물 터지듯 터진다. 늦는다고 불평이다. 이제 정권이 출범한 지 이제 3개월이다. 급한 마음이야 누가 이해를 못 하랴. 조금 견뎌야 한다. 그리고 감시를 해야 한다.
 
정권의 개혁의지를 감시하는 것은 물론 반대세력의 준동도 막아야 한다. 문재인 정권의 정직성 신뢰성은 검증이 됐다. 약속을 어기면 끝장내면 된다. 그때까지는 보호해야 한다. 홍준표·안철수에게 정치를 맡기겠는가. 이미 그들은 밑천이 다 드러난 첩과 같은 정치인들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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