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7월 12일 3시 30분. 약간은 흥분된 마음으로 TV를 시청했다. 초복의 무더위에 한마디 시원한 소식이 들려오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안철수가 기자들 앞에 섰다. 이제 시원한 소리가 들리겠지.

 

 

왜 참담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국민에게 깨끗한 정치인이라는 기대를 모으며 정치에 발을 담갔다. 그런데 이제 참담한 심정으로 은퇴를 선언하는 것이다. 안철수에게 기대를 걸었던 국민도 정치를 떠나는 그를 보며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국민들은 안철수가 남길 마지막 말을 기다리며 그의 입으로 귀를 모았다. 그는 떠나는가. 정말 떠나는가. 그러나 남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참담뿐이었다. 그에게 은퇴는 금기어였다.

 

 

 

정치적 도의적 책임이란 무엇인가. 상식적인 국민은 정계 은퇴를 생각했다. 당연하다. 그러나 정치를 떠난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다. 정치가 더럽다고 한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정치를 떠나지 못한다. 바로 정치가 국민의 생활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이 저지른 ‘제보조작’은 정치 이전에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저지를 수 없는 동물 같은 행동이었다.

 

상대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서슴지 않는 인간들을 보면서 그래도 국민이 마지막으로 기대한 것은 진정한 참회였다. 그러나 어느 구석에도 참회는 없었다. 안철수는 수십 번 참담을 말하고 사과를 말해도 진정성은 어디에도 없었다. 한마디 말이 끝날 때마다 묻어나는 위선과 허위. 국민은 얼마나 구역질을 했을까.

 

 

위에 열거한 인물들이 바로 국민의당 지도부다. 안철수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들도 참담했을 것이다. ‘제보조작’이 완벽하게 성공해서 집권했으면 이런 참담한 곤경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 실패하는 바람에 이 지경이 됐다는 참담함이 아니었을까.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들도 귀가 있으니까 여론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배지를 달아 준 호남의 여론을 모른다면 그건 배신이다. 그런데도 박지원은 지금 호남의 민심이 국민의당으로 결집한다고 한다. 헛소리다. 박지원이 사라져야 호남이 제대로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호남의 여론에는 귀를 닫았다.

 

안철수가 참담한 심정을 고백하며 대통령과 문준용에게(당사자라는 표현을 쓰며) 사과를 한 후 국민의당은 바로 특검 발의를 했다. ‘제보조작’사건에 대해서 특검을 하자고 한 것이다. 김동철이 한 소리가 기막히다. ‘문준용 취업특혜 의혹만 없었어도 녹취조작을 안 했다’는 것이다. 김동철의 사고력은 몇 살인가. 발목잡기에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가. 올림픽 경기에 발목잡기 종목이 있다면 한국의 정치인은 묻지 마 금메달이 될 것이다. 어쩌면 발목을 잡아도 그렇게 악착같이 일관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정치하기 전 주위로부터 반듯하다는 평가를 받든 사람이 배지를 달면 아주 확 망가진다. 그럴 수 있느냐고 비판하면 정치를 몰라서 그렇다는 것이다. 잘 아는 사람이 설명 좀 해 보라면 정직해서는 정치판에서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죽기 위해서 정치를 한다는 말이 된다. 자식에게 절대로 정치를 하지 말라고 유언을 했다는 친구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인생사 모두가 그렇듯이 사람은 정치도 배운다. 정치에도 스승이 있는 것이다. 내가 정치는 안 해도 인생에서 가장 행운으로 여기는 것이 바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났다는 것이다. 그에게서 인생을 배웠다. ‘거짓말을 하면 우선 자신이 괴롭다’는 그의 말을 잊지 않고 산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란 말에서 신뢰의 인간관계를 배웠다.

 

신문의 정치면을 펴 놓고 그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려고 무진 애를 쓰지만 건져 내는 것은 실망이다. 기자들 앞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발표하는 정당 대변인들의 성명서에는 어떤 진실이 담겨 있는가. 성명서를 낭독하는 대변인의 심정은 어떨까.

 

 

바둑에는 정석과 꼼수가 있다. 격을 갖춘 바둑에서 꼼수를 둔다면 그 사람은 인간낙제다. 상대를 안 한다. 그런데 왜 정치에는 꼼수가 기승을 떨고 꼼수를 잘 부리는 정치인이 행세하는가. 도둑의 세계에서 도둑질 잘하는 자가 대우를 받는 격인가. 지적하지 않아도 국민은 그런 정치인이 누구인지 잘 알 고 있다. 이런 정치인들이 빨리 사라져야 한국의 정치도 제대로 발전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쏟아져 나온 그 많은 꼼수와 모략과 음해 중에서 백미는 역시 ‘제보조작’이었다. 이준서는 ‘선거에서는 이기면 끝난다’는 신념으로 날조해 낸 ‘제보조작’이 선거에서 패했기 때문에 자신이 구속됐다고 땅을 칠 것이다.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정치인이 이준서 하나뿐일까. 지금 가슴을 조이며 떨고 있는 자들이 하나둘이 아닐 것이다.

 

선거가 끝났으니 모두 덮자는 사고로는 한국의 정치개혁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반드시 엄중하게 처벌을 해야 한다. 이번 국민의당의 ‘제보조작’은 끝까지 파헤쳐 정치에서 영원히 추방해야 할 것이다.

 

일이 터져 구속이 되니까 모두 발을 빼느라 정신이 없다. 제보조작사건을 신나게 떠들던 자들이다. 안철수를 비롯해 국민의당 지도부가 모두 오리발을 내밀지만 그것을 믿는 국민이 몇이나 될는지 궁금하다. 공명선거추진단장이던 이용주와 부단장인 김인원은 모두 부장검사 출신이니 더욱 기가 막힌다.

 

만약에 당신이 안철수나 박지원 박주선이였다면 ‘제보조작’을 모르고 있었을까. 니들이 알아서 잘 해보라고 관심을 껐을까. 그 사람들이 관심을 끄고 있을 사람들인가. 그 어느 누구보다도 신경을 쓰고 관심을 가지고 성공을 빌었을 것이다. 특히 이준서는 제보조작 고백 사흘 전에 조작된 제보 대화 캡처를 박지원에게 보내고 통화를 했다고 고백했다. 검찰은 박지원에 대한 조사 필요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혹이 있으면 조사해야 한다. 모두 조사를 받아야 한다.

 

오늘의 정치판을 바둑판이라 한다면 정석보다는 꼼수가 판을 장악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국민이 정치를 불신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어 있다. 정치판에서 꼼수를 추방하는 것은 바로 국민이다. 국민이 내리는 꼼수에 대한 징벌은 그 어느 것보다 더 무섭다. 정치생명의 종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치판이 하도 추악하니까 웬만한 것은 국민도 시큰둥하게 생각한다. 면역된 것이다. 안철수가 제보조작과 관련해서 기자회견을 한다니까 난 어리석게도 ‘정계은퇴’를 예상했다. 그러나 국민은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역시 국민의 예상은 적중했다. 두루뭉수리로 안철수는 넘어갔다. ‘참담하다’ ‘사죄한다.’ ‘책임을 통감한다’ 수도 없이 되뇐 말 속에서 어디에도 진정성은 없다.

 

안철수는 또다시 기회를 놓쳤다. 아마 이것이 마지막일 것이다. 안철수가 확실하게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국민의당을 탈당했다면 국민은 안철수를 다시 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보고 말고 할 것도 없다. 가장 현명한 것은 잊는 것이다.

 

안철수에게 기대하고 있던 일부 국민만 불쌍하다. 그들도 하루빨리 안철수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것이 참담함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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